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의사평론가

KMA POLICY는 대한민국 의사들의 미래를 열어 줄 수 있을까?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KMA POLICY특별위원회(이하 특위)에 맡겨진 큰 과제중 하나가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을 만드는 작업이다. 인공지능(AI)시대의 윤리와 법률, 의료/의학정책, 건강보험정책에 대한 예측과 연구가 필요하다. 이미 AI가 의료분야에서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의 적용범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각 사회 각 분야로 넓어 질 것이다. AI와 함께 다가온 미래의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정책결정과 분석,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AI 윤리위원회의 출현까지도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AI 윤리위원회가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직에 대한 징계를 할 때 감정 없이 기계적인 적용을 하는 무서운 판정기구로 나타날 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엄격한 판단기준을 적용할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전문가적 지식과 판단능력이 아니면 판단하기 힘든 부분 때문에 전문가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자율징계권마저 위협 받을 수도 있다. AI 안에 모든 전문지식과 판단기준, 축적된 사례분석 자료가 있기 때문에 굳이 전문가들에게 맡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윤리적 판단과 자율징계권을 전문가집단의 손에서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

AI를 이용한 의료정책과 보험정책 결정은 어떻게 될까? 효율성만 강조하는 극단적인 공리주의적 결정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자칫 우생학 쪽으로 흐름이 흐르게 된다면 의료 전반에 걸쳐 의과학(Medical Technology)만 남고 의술(Art of Medicine)은 퇴색되어 갈 것이다. 의사의 역할과 할 일이 없어지고, 더 나아가 인간의 파멸까지도 가져올 수 있다. 의사단체의 역할과 정체성에도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는 공익단체로서의 역할과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 이 역할들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펼쳐질 상황에 적응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 의사들은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흐름을 탄 탈전문화(Deprofessionalization) 바람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AI시대가 도래되면 전문직에 대한 권위는 더욱 위협받게 되고 전문가 집단의 역할과 정체성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KMA POLICY에 담아야 할 과제 중의 하나가 의사협회 역할의 재정립이다.

미래의학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AI가 가지지 못 하는 부분을 들고 있다.

바로 감성과 인성이 표현되는 부분이다. 환자를 향한 측은지심과 공감 능력은 인간이 아니고는 가지지 못하는 능력이다. 현재의 어려운 의료계의 상황을 헤쳐 나갈 돌파구로서 뿐만 아니라 미래의학을 준비하기 위해 이런 부분들을 KMA POLICY안에 담아야 할 것이다. 특위 위원들의 어깨가 무겁다. 정말 많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현 집행부와 대의원회도 특위를 통해 만들어진 KMA POLICY에 힘이 붙도록 회원교육과 자율징계권 확보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 집단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적 기준을 지키기 않는 일부 회원들을 과감히 도태시키는 단호한 행동력도 보여주어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세계관(World View)이라고 한다. 의사들이 전문가적 입장에서 현재의 의학과 의술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고, 미래의학과 의사들의 역할에 대해 어떤 세계관을 갖도록 준비해야 하는지 KMA POLICY 특위가 준비해 주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적 세계관을 담은 KMA POLICY를 통해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AI 윤리위원회의 출현과 통제가 의사들에게 다가 올 지도 모른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고, 일찍 나는 새가 먹이를 얻는다”는 경구처럼, KMA POLICY 특별위원회가 높이 보고 멀리 보면서 대한민국 의사들에게 자율을 되찾아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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