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약제와 전혀 다른 기전 수조원 가치 확신'
1상 임상용 신약 완성 주력-활발한 연구환경 조성해야

“이번에 개발한 항혈소판제제는 기존 약제와는 전혀 다른 기전으로 개발된 것입니다. 1상 임상 연구용 신약을 개발할 때까지 20-3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성공하면 수조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항혈소판제제란 혈소판 기능을 억제하는 약물로, 혈소판 기능을 억제해 혈전의 발생을 막음으로써, 이로 인해 혈관이 막히는 것을 예방하는 약물이다.

홍순준 고대 안암병원 교수

홍준순 고대 안암병원 교수(순환기내과)가 최근 기존 항혈소판제제와는 수준이 다른 약제를 개발, 글로벌 의학자로 떠오르고 있다.

새 약제는 현재 국내 특허등록 및 해외 특허 출원을 위한 특허협력조약(PCT)이 끝나 신약을 향한 큰 발걸음을 시작했다.

홍 교수의 항혈소판제제는 ‘Talin 신호전달체계’에 영향을 줌으로써 혈소판이 활성화되는 것을 억제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생체 밖 실험(in vitro study)’과 ‘제브라피쉬(Zebrafish)’를 대상으로 시행한 독성검사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항혈소판제라는 점을 일단 확인했다.

홍 교수는 “대표적인 항혈소판제제로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프라슈그렐, 티카그렐러 등이 있는데, 혈소판 응집 억제효과를 높일 경우 출혈의 위험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개발한 항혈소판제제는 혈소판 응집에 필수적으로 작용하는 Talin 신호전달체계를 이용해 항혈소판 억제작용은 강화하면서도 출혈의 위험은 기존 약물과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안전성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였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급성 허혈성 심뇌혈관질환에서 혈전생성을 억제하고 혈소판 활성화를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항혈소판제제의 개발을 통해 전 세계적 허혈성 심혈관질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순준 교수를 만나 새로운 항혈소판제제 개발과 관련한 진행상황과 전망을 들어봤다.

-새로운 항혈소판제제 개발에 성공했는데 다음 계획은.

“연구를 함께 진행할 회사를 찾고 있다. IND(1상 임상용 신약)에 20~40억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를 함께 진행할 회사를 물색 중이다. 몇몇 회사에서 연락이 먼저 오기도 한다. IND까지 마치고 1상과 2상까지만 잘 되면 이 약을 해외에 라이센싱할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한 예로 지난해 한미가 이 건으로 5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라이센싱이 잘 되면 조단위 계약도 가능하다. 중간에 진행하다가 더 이상 안 하겠다고 해도 손해 보는 건 없다. 아무튼 어떻게든 1상으로 갈 발판을 찾는 중이다.”

-지금까지 어떤 제약사들이 접촉해 왔나.

“국내사 몇 군데가 관심을 보였다. 나도 국내사들과 함께하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외자사는 이번 건에 관심이 없다. 외자사의 경우 외국에 본사가 있고 자체적으로 알앤디(R&D)를 해서 그런 부분들이 복잡하다. 국내사들은 알앤디를 막 시작하거나, 관심을 두는 데가 있어서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국내에서 항혈소판제제 개발은 처음인가.

“그렇다. 사노피의 플라빅스의 경우 거의 모든 회사들이 카피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약을 새롭게, 자체적으로 개발한 건 내가 처음이다.”

-이번에 개발한 신약의 기전과 기존대비 효과는.

“항혈소판제제는 혈소판끼리의 엉겨 붙는 마지막 루트를 차단하는 게 가장 강력하다. 그런데 이러한 약의 경우 경구용은 없고 주사용뿐이다. 이미 1990년대 후반 제약사들이 경구용 제제를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몇 천억씩 투자한 후 모조리 실패했다. 사망률을 오히려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이유를 분석해보니 이들 제제는 혈소판의 엉겨 붙음은 차단했지만 다른 기전으로 오히려 염증을 유발했다. 그래서 사망률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 약들은 혈소판 활성화 자체를 억제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쓰는 제제다. 환자가 왔을 때 24시간 안에 투여해 혈전생성을 억제하는 기능인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들 약을 경구용으로, 장기적으로 쓸 경우 사망률이 증가했다. 우리가 개발한 신약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메커니즘이다. 1990년대 제약사들의 실패를 분석해 세포 내에 있는 활성화 전 단계를 억제했다. 아스피린 등과 비교해봤는데, 효과가 더 우수했다. 안전성이나 출혈감소 위험부문도 우수했다.”

-이번 신약이 개발되면 수술 전 약물복용이 가능한가.

“어떤 수술이냐에 따라 약물도 계속 복용이 가능하다. 가령 복잡한 뇌수술은 복용이 안되나 간단한 백내장 같은 경우 약을 끊으라고는 안 한다. 내가 개발한 신약의 경우 다른 약보다는 복용 중단이 길지 않을 수 있으나, 일단은 사람 대상으로의 데이터가 나와야 한다. 4상 이후에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항혈소판제제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사노피의 플라빅스는 20년된 약인데 2010년 기준 10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사노피를 글로벌제약사 2위로 올린 게 플라빅스다. 성공한다면 전 세계 2위로 치고나갈 수 있다. 항혈소판제제는 심혈관질환, 뇌와 말초혈관을 다 포함한 굉장히 큰 시장이다.”

-항혈전제와 항혈소판제제의 차이는.

“대표적인 항혈전제가 노악이다. 노악은 심방세동 환자에게 많이 쓴다. 반면 관상동맥질환 등으로 스텐트를 넣는 환자에게는 항혈소판제제가 좋다. 노악 역시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 적응증을 확장하려고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스텐트 넣은 환자들에게는 항혈소판제제가 필수적이다.”

-국내 신약개발 행보에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내사들은 신약개발에 소극적이다. 자금력도 딸리지만 제네릭을 통해 손쉽게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신약개발 실패로 리스크를 떠안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많다. 의사 출신인 모 제약사 연구소장은 신약개발을 하다가 몇 백억원 손해를 본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사를 나갔다. 잘못되면 회사를 잘리는 상황에서는 공격적인 신약개발 및 투자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 부분들이 많이 아쉽다.

-국내 연구규정이나 환경 중 바뀌었으면 하는 게 있나.

“미국으로 연수를 갔을 때다. 당시 내 보스는 월급으로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연구로 만든 특허나 수입으로 수익창출을 하더라. 연구비에서 인건비도 지출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연구비를 인건비로는 못 쓰게 한다. 하지만 연구를 하면 임상을 많이 못한다. 병원으로부터 받는 돈이 줄어드는데, 이를 연구로 보상해주는 미국의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한다.향후 이런 패턴이 바뀌면 우리나라도 글로벌 약을 많이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큰 제약사들과 학교간 산학협력도 활성화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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