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태
고려대 의인문학교실 교수
의사평론가

주말마다 광화문광장, 시청 앞 광장 등지에서 촛불 시위와 태극기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벌써 3년 전부터 광화문의 가장 몫 좋은 자리는 세월호 분향소가 지속적으로 서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심각한 불신의 늪에 빠져있다.

법원도 못 믿고, 정부도 못 믿고, 국회는 더욱더 못 믿는 정서가 국민의 마음 속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일단 의심해보고 신뢰하지 않는 것이 보편화된 사회현상으로 보인다.

대학에서는 학생이 교수를 못 믿고, 종교의 현장에서도 신자가 성직자를 못미더워하며, 병원에서는 환자가 의사 말이 못미더워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다른 의견을 구하는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언론의 보도를 믿을 수 없어 ‘뭐라카더라’는 이야기가 SNS를 통해 난무한다. 불신의 사회, 우리 대한민국은 어떤 것도 의심의 눈으로 바라봐야하는 신뢰의 위기에 빠진 슬픈 국가가 되어버렸다. ‘대~한민국’을 외치던, ‘꿈☆은 이루어진다’고 믿었던 2002년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느 날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타나 다 강물 속으로 데리고 들어가 버린 것일까?

누구를 탓하자는 말이 아니다. 누가 이리 만들었냐고 비난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모두 개선을 위해 나서지 않으면 우리 모두 불행한 미래가 앞에 있을 뿐인데, 사회의 지도층은 이런 위기는 자기의 책임이 아니고, 자기는 그런 불신의 그룹에 속하지도 않으며 대나무처럼 꼿꼿한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남들을 탓하며 책임 전가만 하고자 한다. 누군가에게 씌울 수 없을까에 골몰하는 듯하다.

이제부터 우리 사회는 모두가 각자가 속해 있는 곳에서 스스로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모든 일이 나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반성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종교적 참회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과 우리 미래를 똑바로 바라보자는 말이다.

불신의 사회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요구하는 협력을 통한 혁신을 이룰 수 없고, 상생을 논할 여지가 없다. 이런 상태의 지속은 국가재난이며, 민족의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다.

미래는 누구도 독자 생존은 불가능한 초연결 세상일 것이라 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질 미래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시급하다.

요즘 누구나 입만 열만 이야기하는 제4차 산업혁명, 1·2차 산업혁명 시절 우리는 끼어들 여지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제3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선전하여 이제는 먹고 사는 나라로 발전하였다. 그 시절은 모두가 바빠서 우리가 산업혁명의 과정에 끼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열심히들 살았다. 이것저것 많은 문제를 눈감고 지나오면서 서서히 우리 사이의 불신이 커졌다. 신뢰회복 없이도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가 보장 될 수 있을까?

공감한다면 우선 나부터 뼈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불신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로의 불신을 조장해서는 안된다. 수십 년이 넘게 친하게 지내온 친구 모임 SNS에는 출처가 불명확한 견해가 상반된 정치 소식으로 도배되고 있다. 그리고 오래된 우리의 친밀한 모임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3파전이다. 여기서는 절대로 이러지 말자는 다수 그룹이 촛불과 태극기의 물결에 우리의 모임인 SNS를 찾지 않게 되었다. 친구가 모임을 떠난 것은 너희들 때문이라고 촛불과 태극기가 각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때 ‘야동’ 올라오는 문제로 티격태격 거리며 품위를 논하던 시절은 태평성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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