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제2대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한 문형표(61) 전 장관(이하 ‘M’ 전 장관)은 1989년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과 선임연구위원,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등을 지낸 연금 전문가다. 2013년 12월 2일 전격 장관에 발탁됐지만 ‘메르스 사태’ 초기 부실 대응의 책임을 지고 1년 9개월만에 물러났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지만, 최고 책임자였던 ‘M’ 전 장관은 경질 4개월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하지만, 올해 1월 1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특검팀은 ‘M’ 전 장관을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는 공직을 수행하면서 직무상 과실을 초래한 당사자라는 오명(불명예)를 안고 있다. ‘M’ 전 장관의 과오는 여러 분야에서 드러났다. 첫째, 보건복지부의 제반 정책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던 그는 2014년 6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의료산업 육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를 ‘의료민영화’로 해석하고 주장하는 건 괴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를 넓혀 의료산업을 키우는 건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세계화”라고 강조했다. ‘M’ 전 장관은 의료산업 육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복지부를 빗대 ‘보건의료산업부’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의료법인 부대사업 규제를 풀게 되면 (의료서비스) 공급자 입장을 상당히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다. 다만 의료산업 발전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면 우리 국민이 1차적 혜택을 입는다는 점에서 의료산업 육성이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 전 장관의 국정 철학은 보건 분야에 비전문가여서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보건복지부의 제반 정책에 대한 기본 개념이 정립되지 못한 데서 기인했다는 측면이 있다.

둘째, ‘M’ 전 장관은 국민의 건강증진과 금연정책의 일환으로 2015년 담뱃값을 80% 파격 인상했지만, 흡연율은 잠시 주춤했을 뿐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흡연율을 감소시키기 위해 가장 강조하는 정책이 바로 담뱃값 인상”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금연 효과는 없었고, 국세 증가에는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담뱃세는 2014년 7조, 2015년 10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2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셋째, ‘M’ 전 장관은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백지화’했다. 2015년 1월 28일 “2015년 그 해에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며 “건보료 개편을 연기해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편 후) 지역가입자의 건보료가 줄어드는 데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추가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의 부담이 늘어나면 솔직히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향후 예상되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정책 추진을 포기했음을 시사했다. 그 배경에는 고소득 가입자의 반발이 자리한다. 정부의 예고대로 건보료 부과체계가 소득에 따라 개편된다면 고소득자는 건보료가 오르고, 저소득자는 적게 내는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됐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손을 놓은 것이다.

넷째, 2015년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당시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허둥대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장이 바로 ‘M’ 전 장관이었다. 첫 확진자 후 한 달도 안 돼 감염자가 100명을 넘어서 총 186명이 되도록 헤맸을 뿐 아니라 38명의 목숨을 지키지 못한 그는 결국 경질됐다. 결과적으로 메르스 사태는 보건복지부 등 보건당국의 사실 은폐와 늑장 대응 탓에 악화했음이 감사원 감사 결과로 재확인됐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장은 보건이 아니라, 복지가 전공인 학자 출신 장관이었다. 다섯째, ‘M’ 전 장관은 경질되기 전 약 1개월 전인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켰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을 때, 최고 책임자였던 M 전 장관은 경질 4개월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지시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특검팀은 M 전 장관을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의 ‘첫 구속자’였던 M 전 장관은 ‘첫 기소자’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

옥중에 있는 ‘M’ 전 장관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이후 연차 등을 써왔지만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데도 보수를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달부터 결근 처리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M’ 이사장의 업무 수행이 어려운 관계로 이원희 기획이사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결근할 경우 이사장 직을 유지하지만, 공단에서 보수는 지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M’ 이사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는다면 ‘해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임이 되려면 이사회에서 재적 이사진 과반수(6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불확실성에 휩싸인 국민연금은 이원희 이사장 직무대행 주재로 지난 1일 ‘국민연금 신뢰제고 실천결의대회’를 열고 “불법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며 법령과 규정에 따라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며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필자는 ‘M' 전 장관(이사장)을 향해 주문하고 싶은 게 한 가지 있다. 국민에게 의미가 있는, ’품격‘ 있는 사퇴를…. 세상의 모든 일은 다 때가 있다. 씨를 뿌릴 때가 있고 열매를 거둘 때가 있다. 외칠 때가 있고 침묵할 때가 있다. 그 시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형기 시인의 ‘낙화(落花)’라는 시가 귓가를 맴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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