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만큼 어려운 ’의료전달체계’ 개편 학회가 앞장선다”
갈길 먼 주치의제, 선택적 주치의제와 선호의사제 등 대안 제시

여전히 의료전달체계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이 의료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가정의학과가 일차의료과로서의 존재감을 키우며 개편에 중심에 서고 대안적 주치의제 등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양윤준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일산백병원)은 지난 1일 일간보사/의학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만성질환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환자 관리와 전달에 대한 것이 발등에 불로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된 지 오래다. 개편이 남북통일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되어버린 것이 현실인데, 계속 추진해야 될 방향이고 일차의료의 중심에 있는 가정의학회가 앞장서서 난국을 극복하고 국민들을 위해 역량을 키워나가겠다”며 올 한해 계획을 전했다.

양윤준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양윤준 이사장이 추진 중인 계획은 크게 2가지 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의료전달체계의 제대로 된 확립과 주치의 제도를 새로운 방향에서 논의하자는 것.

양 이사장은 “지난해 개선협의체가 등장하며 일차의료특별법 등 분위기가 조성되나 싶었지만 정치적 이슈로 또 미뤄졌다”며 “각자의 역할이 있다 보니 큰 시스템은 바뀌지 않고 정해진 파이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주치의 제도의 도입을 할 수 없는 환경까지 와버렸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하지만 의사도 속박이 되면 안 되고 환자도 속박이 되지 않도록 수정해서 적절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방안은 해외 사례만 봐도 얼마든지 있다”며 “프랑스만 봐도 의사를 강제하며 억압하지 않고도 선택적 주치의제와 선호의사제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선에서 효율성을 배가시키는데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식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금연·운동·영양·절주 등 상담과 관리가 이뤄질 수 있어 환자들을 위해 최적의 방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다행히 세계적으로도 바람이 불고 있고 장애인 주치의 제도 등 인식이 좋아 진 것 같아 희망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노인의학의 저변 확대와 수련의 질 강화도 주요 이슈다. 호스피스 제도의 변화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시점이다.

양윤준 이사장은 “세부전문의는 같이 가기로 했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충분한 역할이 있을 것”며 “더 중요한 것은 1차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노인을 잘 돌볼 줄 알아야 하며 노인의학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점으로 꾸준히 주창하고 있는 슬로우 메디신도 같은 방향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과 수련과정이 단축되고 전공의특별법에 도입으로 전공의 수련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보다 집약적인 교육이 필요한 만큼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질을 끓어 올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활동들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는 2018년 가을 세계가정의학회 학술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됨을 알리며 많은 관심과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양 이사장은 “전 세계 가정의학과 의사들의 가장 큰 행사이자 축제를 유치하게 된 것은 의미가 큰 일”이라며 “잘 준비해서 일차진료 발전과 가정의학의 확산을 위해 학술활동과 정책 개발에 노력하고 한국 가정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SSRI 처방제한 벽 허물자, 의료전달체계 논의 가정의학과 필수로"

한편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처방권을 두고 학회 간에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다. 모든 의사가 부담없이 사용하며 우울증 환자 치료와 자살 예방에 있어 저변 확대가 이뤄져야 하는데 문제가 되고 있다”며 “효과를 보고 있던 환자들 입장에서 정신과로 옮겨야 하는 갑작스런 요청으로 병원을 방문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의사들도 제대로 치료를 하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부가 정신센터만 다수 세워서 해결하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며 “심각한 사람은 정신과로 바로 보내야겠지만 대부분은 잘 관리만 해주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지 않은가? 고혈압·당뇨 치료하듯이 우울증도 초반에 잡을 수 있도록 처방제한의 벽을 허물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일차의료와 의료전달체계 등 정책적 논의에 있어 전문과인 가정의학과 의사를 반드시 포함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새로 공부하는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양윤준 이사장은 “의협 추천의사와 병협 추천의사 그리고 시민단체와 정부 이런 식으로 추천을 하다 보니 수많은 전문과 중 하나의 과에 불과하다는 생각인지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관련 분야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은 결국 가정의학과 의사”라며 “위원 중에 한명이라도 꼭 포함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의료전달체계나 주치의제도에 있어 많이 알고 있고 정확한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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