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의사평론가

1세기 전 현대의학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이후 끊임없는 첨단 의학을 수용하고 발전시켜 G10의 경제대국에 걸 맞는 의학수준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의료전반에 걸쳐 전문가주의의 발전은 의학발전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 정부주도의 관치 의료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국민은 국민대로, 의사들은 의사대로 만족하지 못 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의료제도가 절대 악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칭찬하고 자랑할 만한 제도를 이끌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문제의 핵심은 의사단체 뿐만아니라, 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정부도 모두 의료에 대한 일관성 있는 핵심 가치와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단체로서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 등을 뒷받침 할 기준과 운영방안을 만들지 못 하고 있었다. 전문가 단체로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책임과 책무를 하지 않고 정부와 제도 탓만 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들은 의사들이 추구해야 할 철학적 가치와 목적을 이루어 줄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야겠다는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전문가주의를 실현할 전문가적 가치와 이에 걸 맞는 행동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움트고 있다. 의사들이 자율을 찾아 나섰다.

2017년 1월 8일 대한의사협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신념의 기본적인 틀을 이루는 작업인 KMA POLICY 특별위원회 발대식이 있었다. 특별위원회는 심의 위원회, 전문위원회, 연구지원단 및 핵심적인 결과물을 생산하는 법제 및 윤리분과, 의료/의학정책분과, 건강보험정책분과의 세 분야의 분과 위원회로 이루어졌다.

미국 AMA POLICY를 벤치마킹한 작업이다. 미국의 경우 사회계약을 기초로 한 1847년 윤리강령(Code of Ethics)을 제정한 후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의료정책과 보험정책, 자율규제정책 등의 모든 정책의 기조가 되는 AMA POLICY를 만들어간다. AMA POLICY의 모든 정책의 기조는 철저한 의료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을 탑재하고 있다. 각 분야 별로 만들어진 정책결정의 기준들을 홈페이지에 있는 AMA POLICY FINDER를 통해 누구든지 관련 자료를 검색해 볼 수 있다. KMA POLICY는 의사들이 사회로부터 전문가적 지위와 신뢰를 받고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이다.

사실 의사들이 전문직으로서 가지는 전문가적 권위는 의사가 되면 자동적으로 부여받거나 무한대의 자유를 누리는 천부인권적 것이 아니다. 전문직(Profession)이란 소명(Vocation)을 받은 직종으로 자율적인 윤리기준을 가지고 이타적 행위를 수행하는 직종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의사들은 불행하게도 의학지식과 술기는 첨단을 달리면서도, 전문직과 전문직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고 전문가집단이 사회와 맺은 약속인 사회계약의 개념에도 익숙하지 못했다. 많은 의사들이 의사가 되면 무한대의 권리를 누리게 되는 것으로 잘 못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이해는 오히려 전문가적 자율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책임 없는 자율은 없다. 책임에는 전문가적인 지식과 기술을 지닌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 윤리를 바탕으로 한 전문직업성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사협회는 협회의 핵심 목적(Core Purpose)을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의학과 의과학을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AMA POLICY는 이런 미국의사협회의 핵심 목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운영틀과 개념을 제공하고 있다. KMA POLICY는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전문가적 권위를 안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혹이라도 KMA POLICY의 목적이 전문가 집단의 이익 추구에 목적이 있거나 이를 정당화하려는 도구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전문가적 자율성(Professional autonomy)을 인정받기 위해 도구가 되어야 한다. 철저한 윤리적 기준을 통해 전문직 단체로서 사회를 위해 이타적 목적과 기준을 제시하고 전문직으로서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할지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작업이 되어야한다. KMA POLICY를 통해 의사들과 국민 모두가 의사단체가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롤 모델이 만들어 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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