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에티스·벨벳 등…동물약국에 공급 거부 압박한 수의사들에게도 행위금지·공표 명령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 공정위)가 동물약국에 개·고양이 심장사상충 예방제 공급을 거절한 한국조에티스, 벨벳에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또 제약사들에게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동물약국에 공급하지 말라고 강요한 수의사 인터넷 카페 회원 수의사들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25일 공정위에 따르면, 심장사상충 예방제는 현행 제도상 동물약국에서도 아무런 제한 없이 판매할 수 있는데도, 한국조에티스와 벨벳은 동물약국으로의 공급을 거부했다.

심장사상충은 개·고양이의 심장이나 폐동맥 주위에 기생하면서 심각한 질환을 일으키는 기생충으로, 예방을 위해 매달 한번씩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투약해야 한다.

심장사상충 예방제는 수의사 처방대상 약품에서 제외되어 있어 동물약국 및 도매상에서 수의사 처방 없이 자유롭게 판매가 가능했으며, 수의사 처방제 실시를 앞두고, 지난 2013년 6월 대한약사회가 레볼루션(한국조에티스), 애드보킷(벨벳) 등 주요 3사 제품을 동물약국에도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한국조에티스와 벨벳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많은 약사회 회원약국들은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동물약국 개설을 준비해 동물약국 수가 크게 증가(2012년 734개→2015년 3305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조에티스와 벨벳은 단순히 공급거절에 그치지 않고, 동물약국으로 유출되는 물량도 철저히 적발해 차단했다.

양사 영업직원들은 매일 관할지역 내에서 동물약국에서 팔리는 제품이 있는지를 감시하며, 유출이 의심되는 곳이 있으면 일반 고객으로 위장해(mystery shopper) 직접 제품을 구입하고 미리 표시해 놓은 비표와 대조해 유출경로를 확인했다.

이들은 동물약국으로 빠져나간 물량을 모두 회수하고, 유출된 동물병원에 대해서는 출고를 정지하는 등 동물약국으로의 공급을 철저히 봉쇄했으며, 인근 동물병원보다 싸게 판매하는 병원에 대하여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국조에티스, 벨벳 등 주요 3사가 모두 동물약국으로의 공급을 엄격히 차단한 것은 심장사상충 예방제가 싸게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공정위는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고, 동물병원은 동물약국과의 경쟁압력에서 벗어나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었다"며 "주요 3사는 동물병원이 동물약국과 경쟁 없이 비싸게 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그 대가로 동물병원은 이들 3사 제품만 주로 판매해주는 '전략적 공생구조'가 유지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레볼루션‧애드보킷의 동물병원 공급가(도매가)는 개당 5600~6600원 수준인 반면, 소비자 판매가격은 그 2~3배인 1만 4000원에 달하고, 일부 물량이 유출되어 동물약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을 보면 동물병원 판매가격의 70% 수준인 1만~1만 1000원에 불과하다.

그 덕분에 주요 3사가 꾸준히 8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3사의 독과점 체제가 고착화됐다.

공정위는 이들 3사에게 '불공정거래행위 중 기타의 거래거절' 조항을 들어 행위금지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부당하게 동물약국에 심장사상충 예방제 공급을 거절하는 행위 및 다른 동물병원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동물병원에 대해 부당하게 공급을 거절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국내 심장사상충 예방제 유통현황

한편, 수의사 인터넷 카페(대한민국수의사: Doctors of Veterinarian Medicine, DVM) 회원 수의사들은 주요 제약사 및 판매업체를 상대로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동물병원에만 공급하고 동물약국으로 공급하지 말 것을 강제했다.

DVM 카페 내에서 심장사상충 예방제 공동구매에 참여할 수의사들(700여명)을 모집하고, 이러한 공동구매를 빌미로 주요 3사에 대해 동물약국에는 공급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거나, DVM 운영진 명의로 이메일을 보내 동물병원 밖으로 유출을 막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식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제약사들은 동물약국에 대한 공급거절정책을 더욱 철저히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불공정거래행위 중 구속조건부 거래(거래상대방 제한)' 조항을 들어 행위금지명령과 공표명령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 조치에 따라 DVM은 부당하게 거래상대방을 구속하는 조건으로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거래하는 행위 금지 및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동물약국에 공급이 이루어지면 가까운 약국에서도 심장사상충 예방제를 구입할 수 있고, 동물병원과 약국간 경쟁으로 심장사상충 예방제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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