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IG-SN’ 미FDA 보완조치, 마켓 세일 준비 충실 계기 활용
미국 직접 진출이 진정한 글로벌, 차세대 혈우병치료제 진출도 모색

[제약사 신년 CEO 릴레이 인터뷰]-녹십자 허은철 사장

지난해 추정매출 1조177억, 두 자릿수 성장…올해 10%대 근접 성장 목표

백신 및 혈액제제 국내 대표주자 이자 자존심인 녹십자는 지난해 미국시장 진출과 관련, 2번에 걸쳐 쓴 잔을 마시며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미국FDA 허가신청이 보완조치가 떨어졌고, 유전자 재조합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은 아예 중단해야 했다.

그럼에도 미국시장 진출에 대한 녹십자의 의지는 꺾일 줄 모른다. 녹십자 대표이사로서 올해로 3년째를 맞은 허은철 사장은 ““미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글로벌 기업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글로벌’은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것”이라며, “미국에 진출해 생산 및 판매 등 우리 능력으로 사업을 펼치게 되면 매출규모는 물론 매출구성도 확 달라질 것이고 ‘글로벌 녹십자’의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미국FDA 진출이 가장 큰 화두였다. 그리고 미FDA는 지난해 11월 생물학적제제 품목허가 신청서에 대한 ‘검토완료’ 공문을 보냈다. 결과는 제조 공정 관련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허은철 사장은 “회사 입장에선 빨리, 그리고 한 번에 통과한다는 목표로 도전했고, 최선을 다했으나 안타깝게도 보완조치가 떨어졌다”고 말하고 “그러나 통상적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었고,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FDA 보완조치는 안전성, 유효성과는 관계없는 제조 공정상의 문제로 FDA측이 명시한 자료만 보강해 제출하면 최종 승인 조건을 갖추게 된다”며, “제조 공정 관련 이슈로 최종 승인을 못 받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미국 품목허가는 승인 전 최종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은철 사장은 “이번 FDA 품목허가 과정을 진행하며 사실 걱정, 불안이 많았는데 결과를 보고 ‘우리가 이 정도는 되는 구나’라는 안심되는 측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녹십자는 이번 결과에 대해 한편으론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마켓 세일과 관련한 준비과정을 보다 충실히 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고 말했다.

녹십자는 미국에 대한 직접 진출을 위해 혈액원을 늘리고, 공장 캐퍼를 늘리며 준비해 왔다.

IVIG 미국 허가 마무리 동시에 미국 판매 및 마케팅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허은철 사장은 “혈액제제의 경우 진입 장벽이 높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덜 치열한 데다 관련 시장은 해마다 6%이상 성장을 이어와 안정적 바탕에서 캐쉬카우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허은철 사장은 유전자 재조합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 중단 및 중국 시장으로의 방향 전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을 자신했으나 스피드에서 떨어졌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키 닥터를 자기편으로 만든 경쟁품이 있었다”며,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중국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혈우병 치료제 시장은 구조나 성장 잠재성측면에서 녹십자가 공략하기에 적절하다. 중국 시장은 유전자 재조합제제 중심의 여타 글로벌 시장과 정반대로 혈장 유래 제품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현재 시장 규모는 1000억원에 못 미칠 정도로 미미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허 사장은 “따라가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어렵고, 앞서거나 동등하게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 재진입 모양새도 갖췄다. 녹십자는 약효 지속기간을 크게 늘린 차세대 장기지속형 혈우병 치료제로 미국 시장 문을 다시 두드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기존 약물보다 약 1.5~1.7배 약효 지속기간을 늘린 혈우병 치료제가 미국 시장에 출시되고 있지만, 녹십자는 이들 제품보다 최대 2배(기존약물 대비 3배) 지속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개발 속도를 끌어 올린다면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녹십자는 지난해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올렸다. 허은철 사장은 “실제 드러난 숫자 보다 더 열심히 했다”며, “2015년의 플랜트 수출 등 단발성 수출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매출성장률은 더욱 높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올해는 다소 보수적인 영업실적을 짰다. 올해 두 자릿수에 근접한 한 자릿수 매출 성장을 게획하고 있는 것.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녹십자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2016년 매출액은 1조177억원, 2017년 매출액은 1조244억원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녹십자는 매년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왔으며, 올해는 연구개발비용을 지난해보다 20%이상 늘릴 계획이다.

녹십자는 또 항체 단백질 기술, 면역학, 혈액학, 세포치료제 등 기반으로 차세대 혈우병 약물 및 면역항암제 등을 개발 중에 있는데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초집중해 더 이상 약물개발에 있어서 다국적사 추종자가 아닌 선도자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허은철 사장은 올해로 대표이사 3년차 이다. 주변에선 2년 전 풋풋한 꽃미남의 모습이 아니라며 안쓰럽다(?)는 농도 한다. 국내 대표적 기업을 끌고 간다는 부담과 긴장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란 짐작이다.

허은철 사장은 “초기 2년 동안은 분주했고, 영업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주하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시간을 가지며 고민하며 멀리 보려 애 쓰고 있다. 이것저것 다 신경 쓰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못 챙길 수 있다”며, “회사의 종합적 전략 및 해외분야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 사장은 “우리가 뭘 잘 할 수 있고, 못하는지, 어디로 가야할지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며, “말로만 글로벌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해외 시장은 치열하다. 경쟁력을 길러야 하고 집중하고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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