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의 ‘아전인수’일까 국민건강번복(?)공단일까

국민건강번복(?)공단일까, 보여주기식 성과에만 집착한 의협의 설레발일까. 하나의 결과물을 두고 다른 해석을 보이고 있는 두 단체의 모습이 애석하기만 하다.

국민 건강과 의사들의 권익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는 이들 단체가 개원의들의 절박함은 뒤로 한 채 자신들의 성과나 안위만 걱정하는 모습에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

최근 강릉 비뇨기과 K원장 자살 사건으로 개원가에서는 공단의 현지확인 폐지와 개선의 목소리를 높였고, 이를 대변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의협)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과 만나 논의를 가졌다.

이 결과 의협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2시 “공단과 논의 결과 향후 현지확인은 요양기관과 사전 협의한 경우만 진행될 것이며, 지속적 소통으로 보다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8시간 만인 오후 10시 공단에서는 의협 측 주장과 달리 “SOP를 성실히 준수해 불필요한 갈등과 불신을 해소하고, 일부 거부자에 해당하는 무조건 공단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공단의 현지확인 개선점을 신중히 조율해서 공동으로 발표하겠다던 이들 단체의 입장은 돌연 8시간 만에 갈린 점만 보더라도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공단이 뒤늦게 반박 입장을 밝히며, 의협의 뒤통수를 친 격이지만 의협에 대한 의사회원들의 비난은 불가피할 것이다. 의협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공단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 점이나 번복하게 만든 것도 회무능력의 부재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의협이 공단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서둘러 발표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절박한 회원들을 대변해 성과를 내고 신중한 결과를 발표해야할 의협이 ‘설렁설렁’ 일한 꼴이나 말이다.

공단도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의협과의 만남부터 돌연 취소했다가 다시 방문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이다가 합의 결과도 부정하면서 번복만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건강을 수호하고 의협과 공단 두 단체의 안이한 합의와 성급한 발표는 의료계의 신뢰를 크게 저버렸다는 점에서 깊이 반성해야할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의협과 공단이 보다 신중하게 논의하고 신뢰 있는 결과물을 내놓는 성숙한 전문가 단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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