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수정 강제입원 조항 환자에 피해-재개정 촉구

의학계는 정신질환자의 자신의 치료에 대한 결정권을 강화하는 정신보건법 시행이 5개월 앞둔 현시점에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졸속으로 시행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자기 결정권의 강화, 수용위주에서 지역사회로의 전환, 전 국민 대상 정신건강의 증진과 정신질환자 대상 복지 서비스의 확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5월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인권보호라는 절대 가치를 담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의 의견 수렴 없는 졸속 심의에 의한 통과라는 법안 자체의 문제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다 정부 담당 부서의 안이한 현실 인식으로 인해 개정안의 시행을 불과 5개월 앞둔 현 시점에서도 실행을 위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대한신경정신의학회(학회)는 6일 정신보건법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이유로 조속한 재개정을 촉구했다.

학회는 우선 새롭게 신설된 비자의(강제) 입원 관련 조항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궁극적으로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존 강제 입원의 경우 보호자 1~2명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 소견만 있으면 됐지만 법 개정 후에는 전문의 2명의 일치되는 진단이 필요하며, 이 중 한 명은 반드시 국공립병원 의사로 규정해 오히려 적시 치료를 어렵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이런 현실을 파악하고, 2차 진단 전문의 확보를 위해 지자체가 민간병원 동원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는 ‘지역별 진단의사제도 시행계획’ 수립 지침을 내린바 있다.

학회는 “하지만 복지부의 지침은 오히려 환자의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개정 정신보건법의 취지와 완전히 역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이미 과다한 진료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민간병원 의사들이 2주라는 법정 시한 이내에 2차 진단을 해낼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인권보호라는 개정법안의 취지가 왜곡되는 것은 물론 법 시행과 동시에 수많은 정신질환자가 적절한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퇴원해야 하는 일대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정신보건법 개정안에는 정신건강증진에 대한 선언적 내용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촉진을 위한 대책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게 학회 측 주장이다.

정신의료 체계의 열악함과 이로 인한 편견, 그리고 시민의 접근성 문제를 국가가 비효율적으로 구축해놓고, 투자는 등한시한 채 전시성 사업만 동원되는 현실에 대해서는 고민이 충분히 담겨져 있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학회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 침해의 근본적인 원인은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과 상상하기 힘든 저비용으로 정신질환자를 보호하고 치료하도록 짜인 수가체계가 문제”라며 “이같은 문제는 치료의 거부감과 편견이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학회는 “환자의 인권보장과 사회 안전의 두 측면을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입원요건 강화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인권 보호와 적절치료가 동시에 실현되는 법과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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