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년특집

면허범위 애매모호 의료영역 침탈 가속화
법원 판결, 치과ㆍ한의계 유리…의사회 노심초사
안면부 시술ㆍ자동측정의료기기 확대 침범 우려

의사들의 진료행위에 대해 한의사, 치과의사들의 영역 침범이 계속되는 가운데 올해도 의료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법원에서는 일부 시술이나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을 치과의사나 한의사들에게 허용하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실제로 진료영역이 붕괴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사례만 보더라도 2017년 한해도 타직역에서 의사들의 진료영역 침범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료계에서는 의료법상 면허범위가 정확히 적립되지 않았기에 영역 침범이 일어난다고 꾸준히 지적하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부분을 명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의료법 손질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의사 진료영역 침범에 따른 의료법위반의 각 사건마다 법원의 판결을 기대해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최근 들어 치과계나 한의계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의료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한피부과의사회 김방순 회장이 대법원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펼쳤다.

◇안면 피부 보톡스-프락셀치료 치과에 허용 충격= 일례로 지난해 피부과 보톡스나 프락셀 레이저 안면부 치료를 치과의사에게 허용한 대법원 판례는 의료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같은 법원의 판단은 대부분 치과대학 또는 치의학대학원에서 안면부 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관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됐다. 특히 보톡스나 프락셀레이저 시술이 환자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큰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없다는 점도 판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환자 안면부 눈가와 미간 등에 보톡스를 시술한 혐의(의료법위반)로 기소된 치과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치과 의료 현장에서는 사각턱 교정과 이갈이 및 이 악물기 치료 등 용도로 이미 보톡스를 사용하고 있고, 대부분의 치과대학과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도 보톡스의 시술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또 재판부는 “안면부위 미용목적의 보톡스 시술은 새로운 영역의 의료행위라 할 것이고, 의료행위의 정의를 개방적으로 한 현행 의료법의 규정체계와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취지를 볼 때 치과의사가 시술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치과의사의 눈가와 미간에 대한 보톡스 시술은 위법한 것이 아니기에 허용된다”고 결론 내렸다.

프락셀레이저도 보톡스와 비슷한 이유로 치과의사들에게 허용됐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면허범위를 벗어나 안면 레이저 시술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프락셀레이저의 경우 치과대학 또는 치의학대학원은 이론과 실무를 교육되고 있고, 구강악안면외과의 범위에도 속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이러한 판결을 비춰볼 때 향후 안면 피부진료에 있어 다양한 의료기기와 치료법들이 치과계에 허용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한의계의 끝없는 영역 침범 시도= 의사들의 진료영역 침범이라면 한의사들의 대표적인 직역이다. 한의사들은 올해도 의료계 진료영역에 수많은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관측된다. 한의사에게 현대 의료기기를 허용한다는 정부의 규제기요틴 정책을 기점으로 한의사들의 의료계 영역침범은 보다 과감해 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IPL은 물론 카복시, 초음파까지 한의사들의 사용이 불허하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지만 치매나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뇌파계 의료기기의 경우 지난해 8월 법원에서 한의사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재판부는 X-ray와 CT·MRI 또는 초음파 같이 진단과 검사에 있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의료기기의 경우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지만 뇌파계는 상당 수준이 자동 추출돼 측정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뇌파계 의료기기가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않는 점 등을 비춰 한의사도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판단지표 중 하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같은 판단은 비단 뇌파계뿐만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수치를 환산해 진단이 가능한 모든 의료기기까지 한의사들에게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올해도 다양한 의료기기가 한의사들에게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올해 타 직역에서 의사들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는 의료기기나 진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수면다원검사 치과계 포함 급여화 전망= 우선 수면다원검사가 대표적이다. 수면다원검사 급여화는 치과계로 인해 2년째 제동이 걸린 상황이었다. 수면다원검사의 경우 정부가 급여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2년 전 상대가치점수를 내놨지만 치과계에서 발목을 잡았고, 결국 복지부는 직역간 합의를 보고 정리하라고 결론을 내린 것.

최근 의료계에서는 수면다원검사가 시급한 만큼 치과계와 함께하는 방법으로 급여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수면다원검사도 치과의사들의 영역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지난해 1월 한의사에게 사용이 금지된 골밀도 측정기를 시연했다. 하지만 당시 의료계는 김 회장이 골밀도 측정기의 정확한 원리를 이해못하고 오진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의사가 영유아 건진까지…의료계 투쟁 역효과= 최근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이 영유아 건강검진 수가 인상 요구가 수용되지 않아 집단 거부의사를 밝히자 한의계가 이를 대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의료계는 당황하고 있다.

한의계는 한의과대학에서도 임상과목으로 소아과를 배우고, 8개 전문과목 중 하나로 매년 한방소아과전문의가 배출하고 있다는 것을 앞세워 영유아건강검진 자체가 X-ray 등 검사가 없을뿐더러 신장이나 체중, 시력 등 일반적인 발육상태 체크와 문진으로 상태를 보기에 한의사들도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의료계 투쟁이 오히려 한의사들의 영역침범을 거들고 있는 꼴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안경사, 물치사 등 의료기사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기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안경사나 물리치료사들이 주장하는 단독법 또한 진료권 침해의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이 의료기사들은 의료법상 각 직종별로 분리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안경사의 경우 타각적굴절검사기 사용을 허용하는 ‘안경사 단독법’을 주장해 왔지만 결국 입법은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안경사들의 타각굴절검사기 사용에 대한 의지가 강해 또다시 법안이 발의될 수 있는 만큼 의료계에서는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더불어 물리치료사들도 ‘단독 개원’이라는 목표를 두고 있다. 물리치료사가 단독 개원을 할 수 있다면 의사가 직접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물리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의 처방을 통해 치료를 한다면 의료비, 간접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물리치료사 단독법’이 시행되고 있기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연구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올해도 이같이 여러 직역에서 의사들의 진료권을 침해하고 영역을 침범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보다 많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돼 의료계의 다각적인 대응방안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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