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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의료서비스 패러다임 급변한다빅데이터 결합된 인공지능-로봇기술이 미래의료 선도

원격진료-스마트 모바일 기술 인공지능 기술 탑재 1차의료기관 진료 대치 전망
의료 인공지능 국가건강시스템 습득 인간 의료인 의료적정성 분석 평가 역할도

2016년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포럼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산업혁명이란 아놀드 토인비가 1884년 “Lectures on the Industrial Revolution of the Eighteenth Century in England”에서 언급한 “기술의 발전에 의해 사회, 경제적인 큰 변혁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연세의대 안과학교실 김성수 교수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이,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대량생산 기술이, 3차 산업혁명은 1980년대 중반 본격화된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이 주도하였으며, 이 과정에 급격히 발전된 컴퓨터 기술과 대규모 디지털 지식정보(빅데이터)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인공지능이 현실화되었다.

인공지능과 연동되어 작동되는 로봇기술이 미래를 바꾸고 있다. 이 과정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하며 사이버 물리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의 확산이 전통적인 산업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사이버 물리시스템은 정교한 알고리즘이 적용된 컴퓨터 기술로 물건을 제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화 공장(제조), 자동응답 전화상담(서비스),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콘텐츠)이 각각의 대표적인 예로서, 이 분야 선두 주자는 독일과 일본 그리고 미국이다.

2012년부터 Industrie 4.0 플랫폼을 만들고 스마트공장 구축에 수천억의 예산을 투입하여 그 결과 올해 9월 스포츠 용품업체 아디다스가 30여년만에 독일 국내에 스마트 공장을 건립하고 연간 5만 켤레의 개인 맞춤형 운동화를 생산한다. 필요한 인력은 160명으로 아시아 지역에 100만명이 연간 3억 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획기적인 전환이다. 기존의 공장에서는 새로운 운동화 한 켤레의 완성에 수 주일이 필요했지만, 스마트 공장에서는 단 5시간에 가능해진다. 보다 빨리, 보다 저렴하게 각 개인들은 자신의 발에 꼭 맞는 운동화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적은 인력으로 더 높은 부가가치를 가지는 물건을 빠르게 생산하는 것이다. 스마트 공장은 단순한 제조업뿐 아니라 공장형 농업 등 1차 산업 분야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로봇기술은 사람이 지겨워하고(단순 작업),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를 요구하는 3D작업(Difficult, Dirty, Danger)에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바로 제조업, 스마트 팩토리와 전화상담 서비스이다. 그 다음은 공급이 제한되고 높은 서비스 비용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에 적용된다. 바로 의료서비스와 법률·금융상담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통적으로 인간중심 서비스인 의료서비스는 수요가 증가한다고 공급이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의료인의 서비스 행위는 국민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에 의해 인증된 교육기관에서 장기간에 걸친 교육을 받고 현업에 참여하기까지 의료기관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아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보통 최소 6년에서 최대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공급은 철저히 제한된다. 다른 산업처럼 외국에서 수입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총인구 5113만명에 근무하는 의사수가 11만 1694명(통계청)으로 인구 1000명 당 2.2명, OECD 평균 3.3명보다는 모자란 상황이다. 하지만 전체 의사 중 전문의의 비율이 72.3%로서 매우 높고 낮은 수가의 행위별 진료비가 적용된 국민건강보험 급여시스템이 외국과는 다른 의료환경을 만들어 내었다.

전문의의 진료 역량은 의과대학만 졸업한 일반의사에 비해 월등히 효율적이다. 단위 시간당 진료할 수 있는 환자의 수가 많고, 디지털 기술이 전자 차트와 진단, 치료장비에 적용됨에 따라 전문의 1명의 진료 능력은 10여년 전에 비해 거의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게다가 진료를 많이 해야만 충분한 수익이 보장되는 현실 때문에 디지털 기술을 포함한 첨단 기술의 도입은 선진국에 비해서 크게 활발하다. 이런 문제로 인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빈도의 국민 1인당 의료기관 방문 횟수를 보이는 구조가 정착되었다.(대한민국 13.2회, OECD 평균 6.7회, OECD health at glance 2013, 2011)

여기에서 우려할 점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의사 수에 따라 총 진료 횟수와 국가의료비는 급격히 상승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노령화는 매우 우려할 상황으로, 이에 따른 의료수요의 급증으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가 의료비를 감당할 상황(OECD 평균 GDP의 9.5%선, 대한민국은 약 7%)을 넘어가게 된다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의료비용을 지불하는 정부나 의료보험사는 의료비 지출을 강력히 억제하거나 보험료를 인상할 것이고, 이는 의료소비자와 의료서비스 제공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의료인 정치사회경제기술 변화 능동적 대응 새로운 의료환경 주체적 역할 필요
전통적인 1-2-3차 의료기관 협력 네트워크 강화 의료소비자 편이성 강화해야
의료정보시스템 공유 통한 네트워크내 표준의료서비스 확보도 중요

 

미국에서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의 시행은 가입자와 의료서비스 수요의 급증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영리사보험회사가 의료보험료를 단숨에 25~85% 인상했다. 이 문제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는 주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미국의 영리 의료보험회사는 주주에게 배당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의료보험료의 인상과 의료비 지불 억제에 대한 요구는 매우 강하다.

진료비 억제를 위한 포괄수가제, 총액예산제 등의 의료급여 지불 방식이 도입되고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은 환자 본인 부담금을 대폭 인상하여 진료를 억제시킨다. 단순한 진단-처방-투약 방식의 진료는 비싼 대면 진료가 아닌 인공지능을 연동시킨 원격의료가 담당하게 된다. 당뇨나 고혈압 치료제의 단순 추가 처방은 대면 진료비용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 모습은 미래가 아니다. 지금 미국에서 이미 진행되는 모습이다.

근거기반 의료(Evidence-based Medicine)는 환자의 안전과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 필수적인 분야이지만, 의료보험 측에서는 이를 의료급여 억제방법으로 활용한다. 근거기반 의료를 위해 축적된 학술 자료들을 인공지능이 학습하여 IBM의 ‘Watson Healthcare’가 탄생하였고, 앞으로 원격진료와 스마트 모바일 기술은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하여 상당수의 1차 의료기관의 진료를 대치할 것이다. 이에 한걸음 더 나아가 전자차트 시스템에서 축적된 의료 데이터와 유전체 복합 분석을 통한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의 개발이 완성된다면 현재와 같은 약제의 복합처방은 금지될 것이다.

2016년 초 대한민국에 알파고(AlphaGo) 쇼크를 안겨준 영국의 딥마인드(DeepMind)사의 의료 인공지능은 영국의 국가건강시스템(National Health System)의 수십만 명분 진료기록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인간 의료인의 의료적정성을 인공지능이 분석하고 평가할 것이다. 의사 개개인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던 진료행위를 인공지능이 제한하는 시대가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 될 것이다.

의료인들은 오래 그리고 많이 공부한 사람들이다. 특히 전문의의 경우 자신의 진료 분야에만 집중하여 기타 분야에 대한 지식이 모자란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 다양한 첨단 기술이 의료를 변화시키고 있다. 미지근한 물이 담긴 냄비에 몸을 담근 개구리는 천천히 물을 끓이면 죽는다. 이런 “냄비 속의 개구리(Frog in the pot)”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료인은 상당히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은 의료인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 발전에 따른 환경의 변화가 의료서비스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사회-경제-기술 변화를 복합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새로운 의료환경을 의료인이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인공지능이 위협하는 미래 의료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돌파구는 의료인들의 협력과 주도에 의한 “의료서비스 산업 생태계의 확보”와 “의료 지식관련 파생산업 분야”에서의 역할이다. 의료서비스 산업 생태계는 기존의 연속 의료(Healthcare Continuum)의 개념과 통한다. 전통적인 1-2-3차 의료기관의 협력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의료소비자의 편이성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의료정보시스템의 공유를 통한 네트워크 내 표준의료서비스를 확보해야 한다. 인력과 병실을 포함한 다양한 의료자원의 공유가 실현되어야 한다. 최근 공유경제 모델로 각광받는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 BnB)의 사례는 이러한 의료 생태계에서 도입할 부분이 있다.

표준의료시스템을 공유하는 실시간 의료전달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환자가 병원을 찾아 방황하는 낭비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바로 On-Demand Healthcare를 실현함과 동시에 1-2차 의료기관의 자리매김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3차 의료기관은 난이도 높은 질환 치료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 공유를 통한 비용의 절감과 서비스의 최적화가 의료기관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구축되는 의료정보-지식 기반은 의료인공지능의 개발, 정밀의약분야, 기타 의료관련 파생산업(금융 및 콘텐츠)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결국 의료협력 네트워크 내에서 움직이는 경제적-기술적 자산은 차별화된 미래산업의 기반이다. 대한민국 의료와 관련해서 움직이는 비용은 연간 100조원에 달한다. 단 1%의 부가가치는 1조원이라는 자산으로 탄생한다. 이는 의료의 미래를 위해 재투자 될 수 있다.

하나 더, 대한민국 의료의 세계 진출이다. 한·미 FTA에서 인정한 “보건의료 전문직 자격/면허의 상호 인정” 부분이 그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를 위한 협의기구 설치가 합의 되었으나 아직 이와 관련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아쉽다. 대한민국 자체의 의료시장은 1년에 3000명이 증가하는 의사들 모두에게 충분치 않다. 결국 우리나라 대기업이 한국보다는 외국에서 더 큰 활약을 보이는 것처럼 우리나라 상위 3%에 해당하는 우수한 의료인력이 해외에 진출하는 사업 자체도 급격히 변화하는 미래를 대비하는 중요한 노력이 될 것이다. 접근성이 나쁜 대한민국에 많은 해외환자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우수한 의료진이 세계로 진출하는 것이 더 합당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안되면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여 의료수요가 급증하는 개발도상국도 있다.

인공지능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은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할 것이고, 전문직인 의료인들이 그 시스템에 종속되게 하는 변화를 강요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유토피아(utopia)일지 디스토피아(Dystopia)가 될지 모르겠다. 지금이 의료서비스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는 상황이다. 현실을 인지하고 적응을 위한 노력은 못할망정,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세상은 바뀌는 건 알지만 난 변하기 싫다”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우리들은 어려움에서 항상 그 해답을 찾을 것이다.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은 완성되고,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특이점(Singularity)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 우수한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우리들의 미래를 보다 나은 것으로 발전시킬 것임을 믿는다.

[글=김성수 연세의대 안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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