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개소, 맞춤형 조산 예측 및 치료 선도 “산모 자궁부터 무덤까지 지킨다”

최근 조기 분만을 하는 산모들이 늘고 있다. 여성 교육의 기회가 늘고 일하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결혼 시기가 늦어지며 덩달아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조산(임신 37주 이전에 출산하는 경우)으로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는 폐·뇌·장 등의 미성숙으로 인해 뇌성마비와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을 포함한 여러 가지 질환 발생이 증가하는데, 국내에서는 위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조산도 이제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에 집중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대목동병원이 국내 최초로 조산예방치료센터를 개소했기 때문이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조산예방치료센터장

센터를 이끄는 김영주 교수(산부인과)는 최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고령 임신과 시험관 임신의 확대 등으로 고위험 임산부가 늘어나며 전체 임신의 8~10%에 달했던 조산이 급격한 증가세에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가 저출산의 늪에 빠진 현실에서 건강한 아기의 출산을 위해서는 조산을 사전에 예측해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르봐이예 분만(태아의 고통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한 분만법)과 아기 마사지를 시행하는 등 인권 분만을 도입한 김영주 센터장은 조산 분야의 대표 명의로 손꼽힌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의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저출산대응 의료기술개발 분야)에서 지원받아 임산부의 소변 검사만으로 조산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센터를 통해 그는 전선희·박미혜·박수연 교수 등과 함께 방문한 산모의 임신 주수, 태아 수와 상태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동시에 무력증으로 약해져 있는 자궁경부를 묶어주는 자궁경부 봉축술(맥도널드 시술)과 프로게스테론 요법을 선택해 개개인의 맞는 조산을 예방하고 치료를 시행하며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조산의 원인이 되는 자궁경관무력증때 시술하는 맥도날드 수술법

김 센터장은 조산을 일으키는 요인은 조기진통과 조기양막파손 및 산모의 질병으로 인한 경우 그리고 감염 등이 있다고 설명하며, 예측과 예방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목동병원 조산예방치료센터에서는 질출혈과 통증 등 위험신호와 기왕력이 있거나 15주가 넘으면 초음파로 자궁경부의 길이를 조사해 2.5cm 이하인 경우 관리 대상으로 판단하고, 프로게스테른 질정과 근육주사 등으로 예방하고 있다.

또한 김영주 센터장은 “태아 프로그래밍 연구를 바탕으로 조산으로 출생한 아이는 혈압이 높거나 뚱뚱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를 볼 때 조산을 예방해야 의료비의 지출이 줄어든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모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체질량 지수의 변화가 심하면 조산 확률이 높다는 결과를 토대로 운동요법 및 식이상담을 통해 임신성 당뇨 등에 이르지 않도록 체중관리와 영양가 컨설팅도 맞춤형으로 진행하겠다고 소개했다. 정기적으로 산모 교실을 운영하며 산전 관리와 약물 치료, 수술 치료에 대한 강의와 상담 등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프로게스테론 질정’ 지원 바램, 필수 검진 시대 와야

한편 조산 방지를 위해 필수적인 프로게스테론 질정의 급여화도 필요성도 언급했다. 특히 한번 조산한 경우 다음 출산 때 조산하는 경우가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필수 검진의 시대가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주 센터장은 “저체중아와 조산아 등 고위험 신생아 본인부담금이 줄어들었지만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조산아 예방을 위한 주요 방법인 프로게스테론 질정을 임신 20주부터 32주 정도까지 정부가 가능하다면 보건소에서 철분제를 주듯이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국 24개 기관과 프로게스테론 질정과 근육주사를 비교하는 임상도 하고 있다. 둘 다 효과는 있지만 어느 방법이 더 좋은지 알아보고 정책 지원에 대한 배경 정보로 활용할 예정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센터장은 “저출산은 사회복합적인 문제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낳는 아이를 건강하게 만들고 유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아닌 산모의 자궁부터 무덤까지 도울 수 있도록 산부인과 의사들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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