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 1심 이어 L병원 승소 판결 “사무장병원과 입법취지 달라”

설립 자체가 불법인 사무장병원과 달리 이중개설만으로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 비용 환수 대상이 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5행정부(부장판사 조해현)는 최근 경기도 의정부에서 L병원을 운영하던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대상으로 제기한 요양급여비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에 이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지난 2011년 11월 선배 의사 B씨와 함께 L병원을 개설하고,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2년 의료법 제33조 8항이 개정·시행되면서 2014년 10월 경찰로부터 이미 D병원을 운영 중이므로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는 B씨에게 고용돼 지시에 따라 자신의 명의로 L병원을 설립하고, 병원장으로 근무하면서 내원하는 환자들을 상대로 의료행위를 함으로써 의료법 제90조를 위반했다는 수사결과 통보를 받았다.

또한 공단으로부터 제33조 8항에서 정한 의료기관 개설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환수 조치를 당했고 결국 2015년 4월 30일 병원을 자진 폐업했다.

A씨는 “사건 병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이 어떠한 명목으로든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게 하는 내용으로 개정되기 이전에 개설된 병원이므로 소급적용해 이뤄진 처분이 위법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B씨와 병원을 개설하기는 했으나 직접의료 행위를 하지 않아 시행 중이던 구 의료법 제33조 8항에 해당하지 않고, B의사는 의료법 제33조 8항 시행 이후로는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또 B씨가 운영하던 D병원은 의료법 제33조 8항에 위배된 병원으로 개설행위는 당연 무효이므로, L병원에 관여했더라도 둘 이상의 병원을 운영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L병원이 이중개설 된 병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공단의 증거와 사정들만으로는 B씨가 사건 병원의 인력의 관리, 의료업의 시행 등에 주도적으로 관여함으로써 경영했다고 보기 어렵고, B씨는 병원 설립 당시에 자금을 투자했을 뿐 지배·관리함으로써 개설과 운영한자는 A씨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여기에 이중개설병원에 대한 급여비 환수 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의사 아닌 자가 의료법 제33조 2항에 위반해 개설한 이른바 ‘사무장병원’과는 달리, 이중개설 자체만으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 소정의 요양급여 비용 환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는 것.

2심 재판부는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 금지는 국민의 건강보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료행위에 관해 엄격한 자격요건을 구비할 것을 전제로 해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임에 비해, 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 금지는 의료기술의 공동 연구 등을 통한 의료 수준 제고와 같은 순기능의 측면도 상정할 수 있음에도 공익 보다는 영리를 추구하는 형태가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입법취지가 같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중복 개설된 의료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보험급여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성이 부정된다거나 급여비용 청구가 부당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적용해야하고,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법리에 비춰볼 때도 위와 같이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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