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진단과 치료적기 상실 의사 책임 물어…사망과 인과관계는 불성립

위암을 위장염으로 오진해 환자의 진단 및 치료적기를 상실하게 한 의사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단,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불성립해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천지방법원 제16민사부(재판장 홍기찬)는 최근 위암으로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이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2년 9월 3일 B병원을 처음 내원해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병원 의료진(피고 D)은 내원 당일 복부 CT 검사 및 혈액검사를 시행해 위장염이 의심되는 것으로 판단한 후 망인에게 입원을 권유했으나, A씨는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A씨는 2013년 3월 7일 B병원을 다시 내원해 2013년 9월 13일까지 설사 등 증상을 호소했고, 이에 따라 의료진은 복부 CT 검사와 위 내시경 검사 등을 시행했는데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결국 A씨는 2013년 9월 26일 보라매병원에 내원했고, 당일 위 내시경 검사 결과 보르만 4형(borrmann type 4)의 진행성 위암(말기)으로 의심됐으며 조직검사 결과에서도 위암으로 확인됐다.

A씨는 2013년 10월 8일 보라매병원에서 부분적 위절제술을 받은 후 위 병원에서 치료를 지속하던 중 2015년 4월 26일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피고 병원을 내원한 이후 소화불량, 설사 등의 증상을 호소했으므로 병원 의료진은 단순한 위염으로 판단해 치료를 할 것이 아니라 위암으로 의심하고 치료를 해야 했지만 제때 위암을 발견하지 못해 치료받을 기회를 상실해 사망했으므로, 재산상 손해 및 정신적 손해와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B병원은 “보르만 4형 위암은 내시경 검사나 조직검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유형인 점, 피고 병원에서 실시된 CT 검사·내시경 검사·조직검사에서 위염과 위궤양 소견만 확인됐을 뿐 위암을 의심할 만한 결과는 도출되지 아니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의료진이 망인의 위암을 발견하지 못한 점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설령 의료진에게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보르만 4형 위암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은 점과 망인의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과음과 흡연으로 인한 위암 발병인 점 등에 의하면, 의료진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의료진에 과실에 책임을 물어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13년 6월에는 망인의 증세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하거나 적어도 상급의원으로 전원시킬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해 망인의 증상을 만연히 위염으로만 판단한 채로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위암의 진단 및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한 과실이 있다“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망인이 피고 병원에 입원한 2013년 6월 26일 이미 위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과 보르만 4형 위암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고, 말기 위함 환자의 5년 생존율은 극히 낮으므로 사망의 결과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재산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과실이 없었더라면 망인은 위암에 관한 치료를 좀 더 빨리 받을 수 있었고, 나아가 그 치료를 통해 다소나마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을 것인데 치료를 받아 볼 기회를 상실했다”며 “이로 인하여 망인과 그 어머니인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은 명백하므로,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2,500만원 지급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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