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고대 안암 권역응급센터장, 내과계 숨어있는 환자 많아
급한 이미지 개선-정부정책 급성기 집중 손질 필요

"응급실은 뭔가 빠르고 혼잡하고 그래야 정상일거로 생각하지만 응급실은 속도전이 아닙니다. 다양한 환자가 오는데 숨어있는 응급환자가 많아요"

이성우 고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

이성우 고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응급의힉과 교수)은 '뭔가 빠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응급실 이미지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지정된지 반년이 지난 가운데 센터장인 이 교수를 만나 응급의료와 권역센터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 센터장은 "정부는 자꾸만 속도전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환자가 오는데, 여기에 진짜 중환자가 숨었을 수도 있다. 이를 잘 찾는 게 중요하다."며 "경험이 많은 의사가 처음부터 진료에 개입해서 중증환자 찾아내고, 즉시 치료하는 게 필요하다."며 응급실에 대한 개념 수정을 주문했다.

이 센터장은 "응급의학과와 다른 전문과와의 연계와 협력이 중요하다. 병원내 자원을 쓰는 데 있어서 응급과 임상과간 충돌이 없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응급실은 단거리 육상선수가 아니다. 무조건 빨리 한다고 좋은 게 아니고 제대로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응급실이 차갑기보다는 따뜻하고, 피가 보이기보다는 깔끔해야 하고, 시끄럽기보다는 오히려 조용해야한다는게 평소 갖고 있는 지론이다.

"예기치 못한 증상이 생기거나 병을 앓고 있었는데 악화된 분들이 주로 찾는 곳이 응급실입니다. 마음이 불안한데 응급실에 왔더니 쾌적하고 편안한 분위기라면 조금 안심이 되죠"

그는 바람직한 권역응급센터 방향도 제시했다.

"경증이나 비중증응급환자의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입원이 필요하거나 중환자실 입원치료가 필요한 쪽으로 환자 구성을 바꿔나가고 있어요. 권역응급센터의 목적은 권역내 응급환자 혹은 응급중증환자의 최종치료를 담당하는 곳이기 때문이죠"

이 센터장은 "1차병원에서 오는 응급환자보다는 2차병원 등에서 전원되는 환자 수가 많아지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진단하고 "그전까지 2차 병원 전원 등의 비율은 낮았는데 센터 지정 후 전입되는 환자 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22%인 응급실 내원환자의 입원환자 비율이 25%가 되고 그 중 5~7%는 중환자실 입원환자였으면 한다."며 "현재 5% 정도인데 올리는 방향으로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정부의 급성기에 집중된 정책도 지적했다.

"정부에서 생각하는 재난과 일상 재난은 다를 수 있어요. 메르스처럼 장기간이 있고 버스 충돌처럼 단시간이 있는거죠"

그는 "정부가 법률로 규정한 건 급성기 신속재난에 가깝다. 디맷(재난의료지원팀)은 3개 팀을 운영하는데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이 안 된다."며 "그 다음에는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복지부에서는 연간 3만명이 내원하면 21억의 추가 진료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계했는데, 그만큼이 안 된다. 권역센터가 되면 응급시술이나 수술, 처치가 24시간 안에 이뤄지면 가산수가가 붙는데 현실적으로 내과계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 계산대로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엔 학문적 트렌드가 바뀌어서 무조건 빨리 처치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며 "천천히 경과를 지켜보는 패턴으로 바뀌는 데다, 응급처치를 하더라도 24시간 안에 하지 않으면 가산수가를 못받는다."고 부연했다.

한편 고대 안암병원 권역센터는 재작년에 비해 입원환자는 중환자실을 포함해 1000명이 늘었다. 6개월간 중환자실 입원은 24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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