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보톡스’ 한의사 ‘뇌파계’ 허용…의료계 "면허제도 근간 흔든다" 분노 폭발

올 한해 의료계는 대법원의 ‘치과의사 안면부 보톡스 시술은 위법이 아니다’라는 판시와 한의사의 뇌파계를 사용한 파킨슨병 및 치매 진단을 허용한 고등법원의 판결 등으로 진료영역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다.

이는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주장 속에서 의사회와 학회들의 즉각적인 반발도 잇따랐다.

대한피부과의사회(회장 김방순, 이하 의사회)는 지난 11월 6일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 기간 중 피부구강치료학회 창립을 선언했다.

◆구강치료부터 1인 시위까지분노한 의사회=안면부 보톡스 시술에 이어 프락셀 레이저 시술이 치과의사의 면허범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직격탄을 맞은 피부과의사회는 피부구강치료학회를 창립하며 맞불을 놨다. 입술 및 구강 점막 등의 질환을 피부과에서 이미 치료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만 받으면 치과의사도 의사 영역을 시행할 수 있다는 논리라면 의과대학에 치과학 교육 과정이 있으므로 의사들이 치과 치료를 하는 것 역시 문제없다며 지속적인 강경 대응도 예고했다.

의사회는 판결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100일간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 판단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재에서는 피부과 의사들의 청구를 2주만에 각하했다.

여기에 굴하지 않고 피부과 의사들은 사법계에는 충분한 입장을 전달했다는 판단하에 치과의원에서 진행되는 프락셀 레이저, 보톡스 등 안면피부 치료에 대한 부작용 신고센터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누구보다 피부를 잘 아는 전문가로서 타 영역에서 진료권을 침해하며,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부분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사 “어불성설이며 기만행위” vs 한의사 “내친김에 규제 풀자”=한의사 의료기기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뇌파계 사용도 고등법원이 한의사의 손을 들어주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에 신경과학회는 "뇌파계로는 파킨슨병, 치매를 근본적으로 또한 이론적으로 진단 할 수 없다"며 “한의학에서도 복진으로 뇌의 퇴행성 변화를 진단하는 상황에서 뇌파계를 이용해 판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뇌파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가 뇌파 그림의 자동 판독을 이용해 진단한 것은 과잉진료를 떠나 환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며, 대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는 판결에 대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며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한의협은 "복지부는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처럼 진료영역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 초음파 기기를 이용해 자궁내막을 진단하고 비만치료에 카복시 기기를 사용한 한의사들에게 유죄가 선고되며 의료계가 한숨을 돌리는 상황도 나왔다.

당시 의협은 환자의 자궁 내막을 관찰하는 초음파 기기와 비만 치료를 위한 카복시는 기존 서양의학의 진료행위를 반복 시행한 것에 불과하고 한의학의 독자적인 발전과는 관련이 없음을 명확히 한 셈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실제 재판부는 “의료인 진료영역의 확대가 무분별해질 경우 국민 보건상 심각한 위해가 발생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초음파의 사용 방법이 간단하지만 질병을 진단하고 검사하는 행위는 서양 의학에서도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의료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한의사들은 바로 판결에 굴복하고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혀 향후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나게 됐다.

직역간의 영역 다툼은 '시대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법 해석’이라는 명목으로 여전히 선을 제대로 긋지 않고 모호한 의료법상의 면허 범위를 유지하는 사법부로 인해 결국 내년에도 갈등의 정도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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