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패러다임 급변, ‘관‧산‧학’ 공동의 관심 필요
주천기 아시아각막학회 조직위원장

“각막이식에 대한 패러다임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각막분야는 지난 50년간의 발전보다 최근 5년 동안의 발전이 더 눈부실 정도로 말이죠.”

주천기 아시아각막학회 학술대회조직위원장(가톨릭대의과대학 학장)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의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된 ‘제 5차 아시아각막학회 학술대회(Asia Cornea Society, ACS) 기간 중 본지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특히 주천기 위원장은 안과영역 중 각막분야의 연구와 임상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하며, “각막이식 수술의 경우 이미 세계 리딩그룹에서는 우리가 시행중인 각막 전층 이식수술에서 벗어나 각막 중에서도 필요한 부분만 이식하는 방식으로 트랜드가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분 각막이식수술’로 설명되는 이 수술 기법은 고난도의 술기를 요구하지만 각막이상으로 시력을 상실한 환자에게 각막의 손상된 부위(표피, 또는 내피)만 제한적으로 이식을 하기 때문에 환자가 가지고 있는 정상 각막을 최대한 살리게 되어 이식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시력을 조기에 적정수준으로 회복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을 갖는 다는 것.

주천기 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속도변화에 발 맞춰갈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 이유는 ‘각막이식자체가 적어 임상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란 것. 주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연간 각막이식 건수는 약 1천 건인데 비해 미국은 4만 5천 건 수준으로 턱없이 낮다”고 말하고, “단순하게 인구수로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연간 6천~7천 건 가량은 수행되어야 임상도 발전하고 관련 산업도 발전하여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부언했다.

그는 또 “수술건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수술건수가 비교적 많은 서울성모병원에서도 실제 임상에 적용하지는 못하고, 정기적인 워크샵 등으로 이론적 접근에 머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천기 위원장은 “국내 안과의학자들의 각막이식술 능력은 세계적으로 뛰어나다.”고 말하고, “앞으로 각막기증자가 늘어나고, 건강보험 차원에서 수술수가가 현실화 된다면 금방 해결 될 수 있는 있는 문제”라며, “이런 역량을 준비하고, 연구와 임상의 세계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처럼 큰 국제학술행사를 국내에 유치한 배경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주천기 위원장은 “의학 각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 산업기반의 확보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고 말하고, “안과영역만 해도 세부전문분야 중 건강보험 수가의 보장, 진단장비나 치료약물의 개발 등에 활성화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며 “한동안 정체되었던 안과의 각막 세부전공분야도 새로운 술기의 보급 등으로 조만간 기지개를 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천기 위원장은 “안과관련 국산 의료기기 산업 규모는 일본의 10% 수준에 불과하며 장기기증 문화 또한 열악해 수입 각막이 50%를 차지하는 등 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아직은 열악하다”고 말했으며, “국민들의 눈 건강 증진과 우리나라 안과연구의 발전을 위해 정부, 학계, 산업계 등 3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아시아각막학회 학술대회는 2년 마다 개최되는 행사로 싱가폴, 교토, 마닐라, 타이페이에 이어 서울에서 5회째를 맞이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24개국 초청연자 120명, 42개 섹션 500연제가 발표돼 광범위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으며 사전 등록자 1100명, 주최 측 추산 1500명이 참석했다.

특히 학술대회 2일째(10일)와 3일째(11일)에는 일본, 싱가폴, 인도, 프랑스 등 안과분야의 세계적 의사 4명이 서울성모병원에서 부분 각막이식 수술을 시연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학회장에 전송해 큰 호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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