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유방암 완치가 아닌 생존기간 연장…국내 발병률 나이 낮아 2차 피해

유방암은 다양한 암 가운데 진행도 느리고 사망률도 낮아 국민적 인식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유방암에 대한 이같은 오해로 인해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받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유방암 및 전이성 유방암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이성 유방암은 일반인에게 여전히 낯선 질환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응답자의 10명 중 4명(42%)은 전이성 유방암이라는 용어를 모르거나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2명 중 1명(58%)은 조기에 유방암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답해 실제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의 20-30%는 치료나 예방 조치에 관계 없이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특히 응답자 10명 중 약 8명(77%)은 신뢰할 수 있는 전이성 유방암 정보가 부족하다고 답해 다른 조사 국가인 뉴질랜드(45%), 태국(46%)보다 정보 접근성이 낮다고 여기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치료 옵션의 부족 등 전이성 유방암 치료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확인됐다. 한국(30%)은 말레이시아(22%), 태국(24%) 등 다른 국가 응답자보다 국내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며, 한국인 응답자 40%는 치료옵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이성 유방암은 가장 진전된 단계의 유방암을 뜻하며 4기 암으로 알려져 종양이 뇌, 폐, 뼈, 간 등 다른 부위로 퍼져 전이가 된 경우를 말한다.

이같은 나쁜 증세로 인해 전이성 유방암의 목표는 완치가 아니다.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 목표는 무진행생존기간과 전체 생존기간을 연장시키고, 이와 동시에 치료의 부작용은 최소화 하는 것이다

전이성 유방암은 생존율이 22%로 1기 유방암 환자 생존율 100%, 2기 유방암 생존율 93%에 비해 훨씬 낮다.

국내 유방암 환자 중 전이성 유방암으로 최초 진단을 받은 여성은 5%에 불과하지만 유방암 초기 진단 및 조기 치료를 받은 국내 여성의 40%는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행됐다.

조기 치료하더라도, 5년이나 10년, 15년 뒤 전이성 유방암으로 이어지고 있고 특히 국내는 평균 48세에 발병이 되면서 가족들에게 부담감을 주는 등 2차 3차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항암화학요법이 널리 쓰였지만 이 요법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공격하는 등 부작용과 독성 문제가 왔다. 대표적 부작용은 구토, 전신쇠약, 탈모 등이다. 항암제 투여로 인해 무월경과 폐경이 되고, 골수기능이 억제돼 적혈구, 백혈구 수도 줄어든다.

전이성유방암 치료제 생존기간 최대 5년이상 늘려

퍼제타와 허셉틴, 도세탁셀 3가지 약을 병용요법 눈길
HER2 음성 제품 입랜스도 병용요법으로 생존기간 2배 늘려

하지만 유방암 종양의 무진행 생존 기간을 늘리고 부작용을 줄인 표적치료제인 로슈 허셉틴이 나오면서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제공했다.

HER2 단백질의 특정 부분에 결합해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고 종양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신호를 차단하는 허셉틴은 HER2 양성 조기 유방암과 진행성 유방암 환자 모두에 투여할 수 있다.

허셉틴-졸라덱스

‘1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세포독성항암제가 전신 작용에 따라 골수기능 장애나 구토, 탈모 등이 주로 나타났던 것과 달리, 허셉틴은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표적항암제의 기전적인 특성으로 환자에게 발생하는 전신 부작용 문제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허셉틴은 출시 이후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데 기여했다.

일반적인 유방암 환자보다 생존기간이 짧았던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 곡선을 일반적인 유방암 환자만큼 끌어올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실제로 한 후향적 연구에서 허셉틴으로 치료 받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을 허셉틴으로 치료 받지 않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및 HER2 음성 유방암 환자와 비교해보니, 1년 생존율이 각각 86.6%, 70.2%, 75.1%로, 허셉틴으로 치료 받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가 허셉틴을 쓰지 않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및 HER2 음성 환자보다 더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이후 로슈는 최초 HER2 이합체화 억제제 퍼제타,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서 최초의 항체약물결합체 캐싸일라 등의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도 성공했다.

퍼제타와 허셉틴, 도세탁셀 3가지 약을 병용요법하면 기존 허셉틴, 도세탁셀의 2가지 약의 병용요법보다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6.1개월 늘려 18.5개월의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또한 최종 전체 생존기간도 퍼제타, 허셉틴, 도세탁셀 병용요법 시 56.5개월로, 허셉틴, 도세탁셀 병용요법(40.8개월)보다 15.7개월 늘렸다.

캐싸일라는 허셉틴과 세포독성 구성성분 DM1이 결합된(T-DM1) 약제로 표준요법 실패 환자에 대해 단독요법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효능 및 안전성 면에서 캐싸일라는 기존약제와 비교해 확실히 진일보한 약제다. 캐싸일라는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유럽 등 출시후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미국종양학회(ASCO)에서 연달아 2차치료제로 권고했다.

캐싸일라의 대규모 임상(EMILIA) 결과를 살펴보면 1차치료에도 질환이 진행된 환자에게 캐사일라를 투여한 경우 대조군 라파티닙과 카페시타빈 병용투여군보다 OS를 5.8개월 연장한 결과를 얻었다. PFS도 50% 개선됐다.

하지만 페제타와 캐싸일라는 유방암 환자에게 더 많은 치료 옵션을 제공했지만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허셉틴, 퍼제타, 캐싸일라가 HER2 양성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약제라면 최근 출시된 한국화이자제약 입랜스는 HER2 음성 유방암 환자에게 사용되는 약제이다.

입랜스는 세포 분열과 성장을 조절하는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CDK) 4/6을 선별적으로 억제해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새로운 기전의 경구용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이다.

입랜스는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폐경 후 여성의 일차 내분비 요법으로서 레트로졸 병용 또는 내분비 요법 후 질환이 진행된 여성에서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으로 시판 승인 받았다.

폐경후 HR+/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 165명을 대상으로 1차 치료제로서 입랜스/레트로졸 병용 투여군 및 레트로졸 단독 투여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비교한 PALOMA-1 연구 결과, 입랜스/레트로졸 병용 투여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이 20.2개월로 레트로졸 단독 투여군의 10.2개월 대비 2배 가량 긴 것으로 나타났다(p=0.0004).

종양 축소 등 치료에 따른 질병 반응을 측정하는 객관적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도 입랜스와 레트로졸 병용군은 측정 가능한 질병군에서 55%의 ORR을 기록해 레트로졸 단독 투여군 ORR 39%보다 높게 나타났다(p=0.047).

동일한 조건에서 폐경후 HR+/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 666명을 대상으로 한 PALOMA-2 연구 결과에서는 입랜스/레트로졸 병용 투여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은 24.8개월, 레트로졸 단독 투여군은 14.5개월로 나타나(HR=0.58; 0.46-0.72, p<0.001)[6], 해당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이 2년을 넘어선 최초이자 유일한 치료제로 인정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 졸라덱스는 배란촉진 시 1달에 1회 투여로 처방되는 졸라덱스 데포주사와 전립선암 치료제로 3달에 1회 투여로 처방되는 졸라덱스 엘에이 데포주사가 있다.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성선자극호르몬을 억제하는 약제인 졸라덱스는 인공적으로 폐경 상태를 유발함으로써 유방통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28일 간격으로 총 6번 아랫배 쪽에 피하 주사한다.

이 방법은 다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주기적, 비주기적, 지속성 유방통에 효과가 있지만 안면홍조, 오심, 구토나 성욕감퇴의 부작용이 있으며, 약물투여를 중단하였을 때 50%의 환자에서 증상이 재발한다는 단점이 있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시장 매출 허셉틴 1000억원으로 독보적
대부분 비급여 의약품으로 보험 급여 벽에 막혀

이들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의 매출은 보험 급여를 받고 있는 허셉틴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허셉틴은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졸라덱스는 25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급여 벽에 막힌 전이성유방암 치료제

하지만 퍼제타, 캐싸일라, 입랜스 등은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어 이들 의약품에 비해 매출이 미비한 수준이다.

퍼제타는 올해 3분기까지 60억원대 매출을 올렸으며 캐싸일라도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이자제약 입랜스는 9월에 등록된만큼 매출은 아직 집계할 수준이 아니다.

한국로슈는 퍼제타와 캐싸일라의 급여를 위해 노력중에 있어 이들 제품이 급여에 성공하게 된다면 이들 제품의 매출도 폭팔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글로벌 제약산업 분석기업인 EvaluatePharma는 2020년에는 캐싸일라와 퍼제타가 허셉틴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분석한바 있다.

전이성유방암 치료제가 비급여되면서 국회를 비롯해 환우회 중심으로 급여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면서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높다는 반증이다.

퍼제타의 경우 1회 투여에 400만원이 호가한다.

로슈의 경우 심평원에 퍼제타 급여를 신청했지만 두번이나 거절을 당해 이제는 단 한번의 기회만 있고 화이자제약도 입랜스 급여를 놓고 심평원, 로슈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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