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우리는 매일 거울을 보면서 입은 옷이 어울리는지, 안경이 잘 맞는지 등을 살펴본다. 거울처럼 우리 국민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유용한 도구가 바로 통계다. 우리 국민 중 비만,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질병상태는 어떤지, 흡연을 얼마나 하는지, 운동을 적절히 하고 있는지 등을 거울처럼 드러내 보여준다.

우리가 거울을 보는 이유는 뭘까?

얼굴에 묻은 티끌을 닦아내거나 옷차림을 가다듬어 좀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즉 정부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반드시 통계를 살펴봐야 한다. 보건의료 정책은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이 얼마나 건강한지, 생활은 어떠한지는 무엇을 보고 알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진행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의 결과를 보면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다.

1998년부터 시작된 국민건강영양조사는 흡연, 음주, 신체활동, 영양과 같은 건강행태를 비롯해 고혈압, 당뇨병 등 질환상태까지 600여 지표를 조사해 결과를 발표한다. 우리 국민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매년 통계적 방법으로 선정한 1만 여명을 대상으로 조사전담팀이 면접과 검진조사를 진행해 수집된 자료를 가지고 산출한다. 국민 건강과 영양수준에 관한 우리나라 대표 통계로, 국가 간 비교를 위한 국제통계로도 활용된다.

통계는 조사를 실시하는 단계부터 결과를 생산해 분석하는 과정까지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다. 무엇보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국민의 대표자로 뽑힌 참여자들의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이 기회를 빌려 국민건강영양조사의 대상자로서 개인의 사사로운 정보를 기꺼이 내준 참여자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의 조사결과가 지난 11월 6일 발표됐다. 결과를 보면 지난 10여 년 사이의 변화양상이 눈에 띈다. 우선 흡연율이 감소하고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관리지표들이 좋아졌다. 하지만 신체활동이 줄고 비만이 증가한 점은 우려스럽다. 건강관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장관으로서 금연이나 만성질환 관리 정책의 성과가 있었던 점은 뜻깊게 생각하지만, 비만의 증가에 대해서는 관련 정책을 수립, 추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고령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건강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실제로 많은 보건정책들이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집행되며 평가받는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해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제품 개발이나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국민건강영양조사의 활용도를 높이고,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동시에, 보건소의 모바일 헬스케어를 통한 꼼꼼한 건강관리, 만성질환의 적극적 관리를 위한 원격의료 시범사업, 건강검진 확대와 금연 캠페인 등 국민의 건강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지속 강화해나갈 것이다.

이에 더해, 걷기의 일상화, 짜고 맵지 않게 먹는 식습관, 폭음과 폭식 자제 등 일상적인 노력이 우리의 건강수준을 향상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작은 노력을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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