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양동 경남도의사회장

의사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정당한 의료행위를 제공하고도 환수된 금액이 연간 1조 5000억원에 달하는 것이 오늘날 건강보험 시스템이 현실이다.

필자는 지난 2012년 경상남도의사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고민해왔으며, 140여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현장점검 결과 보험청구 및 심사 삭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들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대부분의 경우 요양급여 및 약제기준 등 심사삭감 기준, 실사 등 제도에 대한 이해와 대처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고심해야 할 의사들이 복잡한 건강보험제도와 씨름하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심사삭감, 실사 등에 대한 대책방안을 정리하여 ‘삭감ZERO’를 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과 사례들을 담은 보험실무 지침서로서 직접 현장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서 꼭 필요한 내용들을 수록한 만큼 회원여러분께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삭감ZERO’를 제작하면서 고쳐야 할 대목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각종 불합리한 제도와 고시, 심사지침 등은 의사 개개인이 대응하기는 매우 힘들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안한다.

보험실무 지침서 ‘삭감제로’ 발간

첫째, 비급여 부분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새로이 정비해야 한다. 정부에서 모든 의료행위에 대한 급여기준뿐만 아니라, 비급여기준 또한 사실상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그 틀을 벗어난 의료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비급여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임상에서 의학적 필요성에 의한 불가피한 비급여는 비용의 관점에서만 판단할 사항은 아니라 유효성과 안정성 등을 고려하여 환자의 선택권과 의학적 판단이 존중되어야 한다.

둘째, 각종 고시 수정·보완 및 전달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끊임없이 만들어진 수많은 고시 중에서 불합리적 고시를 찾아내어 현실에 맞게 수정보완 하여야 하며, 매주 수십 건씩 개정 안내되는 고시를 일선의 의료현장에 정확히 전달하고 인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고시 홍보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셋째, 자격정지, 업무정지 처분 및 과징금부과 기준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현실에 맞게 보다 합리적인 기준을 새로 정해야 한다.

넷째, 현지 확인 및 조사의 구체적인 사유를 명시하고 자료요청 내용 또한 구체화하여 문서로 사전협조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가급적 진료시간을 피해주는 배려가 있으면 더욱 좋겠다.

다섯째, 현지 확인 조사 시 의료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사전자문 및 협의를 위해 의사회에서도 참여할 수 있도록 건의한다.

여섯째, 현지조사 사실 확인서 서명은 해당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한 사실확인 및 검토를 하고 추후 제출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하며, 예상되는 행정처분 및 과징금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필요하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하고도 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삭감, 환수된 사례가 굉장히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의사들도 수많은 고시, 심사지침, 가이드라인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각자가 진료하고 처방하는 부분이라도 반드시 숙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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