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의사평론가

의사들은 연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 병중에 고통 하는 사람들, 생명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지켜주고 도와주는 것이 의사에게 주어진 소명이고 사명이다. 그러기에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지 못 하거나 외면하는 의사는 의사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2009년 3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5회 중국 국제 보도사진(CHIPP) 콘테스트’에서 Zou Sen기자가 찍은 ‘지진속의 모정(Mother Love in Earth-quake)’이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되었다. 많은 희생자를 낸 중국 쓰촨성 지진 참사현장에서 발견된 모녀의 시신 사진으로 이 사진을 보는 이들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가옥이 무너져 진흙더미로 변한 지진참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모녀의 시신을 발견했는데, 어머니는 무너지는 흙더미 속에서 9살 된 딸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얼굴로 딸의 머리를 감싸 안고 죽은 장면이다. 량산 후리현에서 발견된 모녀의 사진이 공개되자,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마지막 순간에도 자식을 보호하려는 모성애를 보며 감동했다.

자식의 생명을 자신의 생명보다 더 사랑하고 아끼는 고귀한 장면이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어도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자식을 버리지 않고 보호하려는 생명사랑의 모습이다. 비록 어머니와 딸이 함께 숨을 거두었지만 이들의 생명은 사랑이라는 깊은 감동으로 살아있다. 생명은 사랑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사건이다.

사회가 성숙할수록 그리고 생명존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수록 어린 아이들과 미혼모,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관심이 증가된다. 생명에 대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존중은 돌려 말하면 내가 인간으로 존중받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명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없는 최고의 가치이고, 지켜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고,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생명은 우리의 존재이유다.

대한민국에서 연간 35만명의 태아가 낙태로 죽어간다고 한다. 태아가 비록 말을 하거나 시위를 통해 그들의 살 권리를 주장하는 소리를 내지 못 한다고 태아의 살 권리와 생명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성적 쾌락과 자신의 편의를 위해 또는 경제적 이득을 위해 생명의 가치를 외면하는 것은 인간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인 생명존중사상을 무시하는 비인간적인 생각이다.

생명을 존중하지 않으면 그 어느 주장도 정당성을 얻지 못한다. 생명권은 인류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머니의 배 속에 있을 때나 세상에 나왔을 때나 가지는 귀한 가치는 바로 생명이다. 나의 심장이 뛰는 것은 나의 태아기에 심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내가 살아있는 것은 태아의 내가 어머니의 품 안에서 보호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의사들이 고민하고 주장해야 할 것은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기 위해 부름받은 소명자(vocation)로서 목소리를 높이고 실천하는 모습일 것이다.

의사로서 생명의 소중함과 귀중함을 먼저 내세우고 그 후에 생명존중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자고 주장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이 바로 서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것이다.

사회는 의사의 실력보다는 윤리적인 모습을 먼저 본다. 죽은 물고기는 물살에 떠내려가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우리는 무서운 비윤리적인 파도와 지진이 우리를 덮치려 할 때 용기 있게 저항해야만 한다. 낙태로 인해 제일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낙태된 태아이고, 여성이고, 우리 모두의 생명권이다. 건전한 성윤리를 확립하기 위한 교육과 낙태를 줄이기 위한 정책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사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생명의 소중함과 가치를 지켜줄 것이다. 낙태라는 거친 물살에 맞서 싸우고 저항하는 행동하는 양심! 지금 우리 의사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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