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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재생의료 허브로 도약하려면…
▲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영국의 유명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73) 박사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호킹 박사가 앓고 있는 루게릭병은 근육이 위축돼 몸을 움직일 수 없고, 결국 숨 쉬는 근육마저 마비되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진단 후 평균 수명이 3~4년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 확실하게 치료 효과가 입증된 약은 없다.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은 완치되지는 못하더라도 병의 진행속도만이라도 늦출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에 루게릭병의 진행속도를 완화해주는 줄기세포치료제가 개발돼 사용 중이다. 환자와 가족의 간절한 마음이 희망사항으로만 남는 게 아니라 ‘줄기세포치료제, 재생의료’라는 현실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줄기세포치료 및 재생의료는 기존의 방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희귀병을 앓는 환자에게 근원적 치료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을 통해 산업적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2~3년 동안 줄기세포치료 및 재생의료는 미래 의료기술 산업으로 빠르게 발전되고 있다. 전 세계 재생의료 시장의 규모는 2014년 현재 약 46억 달러인데, 2026년엔 약 309억 달러로 늘어나 연평균 17.3%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는 2014년 현재 전 세계 시장의 11.4%를 차지하고 있지만, 2026년에는 그 비중이 1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의 재생의료 관련 기업들은 아시아 산업의 거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의료기업 론자(Lonza)는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아시아 시장을 두고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재생의료법 제정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는 일본과 거대한 시장을 가진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첨단재생의료관련법의 조속한 제정을 통해 재생의료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 등의 개발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연간 1000억원 예산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중 보건복지부의 비중이 300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2011년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에 성공했다. 전 세계 인허가를 받은 줄기세포치료제 7개 중 4개를 보유하고 있다. 줄기세포치료제의 상업적 임상도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줄기세포치료 및 재생의료에 있어서 우리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글로벌 선두 그룹에 진입할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다만 줄기세포 배양 및 제조 기술 부족, 소규모의 국내 시장, 인력과 인프라의 미흡 등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19일 줄기세포 연구와 재생의료산업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핵심 시설인 ‘국립줄기세포재생센터’의 건립은 반갑고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곳에서는 고품질의 줄기세포를 수집․보관․분양한다. 대규모로 임상용 줄기세포 생산도 가능하다. 연구자들이 임상용 줄기세포를 분양받는다면 줄기세포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그러면 임상시험에 대한 부담이 크게 감소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임상용 줄기세포를 분양 받아 임상시험을 수행할 경우 현재 들어가는 건당 1억엔(약 10억9천만원)의 5분의 1이하로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일본 RiKen연구소, 2015년).

또한, 국립줄기세포센터에는 3개의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s: 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품질면에서 보증하는 기본조건으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을 만족시키는 시설) 시설이 있어 줄기세포 연구자에게 개방된다. 그동안 임상시험용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시설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연구자들이 우수한 GMP 시설을 이용한다면, 임상시험 단계 진입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품질관리 기준을 적용한 GMP 시설에서 생산되는 줄기세포는 국제적 신뢰도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줄기세포치료제 생산도 가능해진다. 우리의 GMP 시설은 국제 줄기세포 선진기관인 영국줄기세포은행의 GMP 시설과 비교해도 매우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국립줄기세포재생센터는 앞으로 줄기세포치료 및 재생의료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센터가 내딛는 첫 걸음이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이 될 거라 확신한다.

또 전 세계 줄기세포치료 및 재생의료 시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절대 강자가 없다. 국립줄기세포재생센터 개소를 통해 줄기세포 연구부터 제품화 및 환자치료 단계에 이르는 신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센터를 통해 연구 개발이 촉진되고, 투자가 확대된다면 우리나라가 아시아 재생의료 산업의 허브로 도약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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