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

베트남 중부도시에 있는 후에(hue) 중앙병원에서 겪은 일이다. 이 병원은 베트남 보건부에서 직영하는 9개 국립병원중의 하나로서, 병상규모가 큰 국가중앙병원이었다. 그런데 병원소개 시 입원병상은 2000병상인데, 일일 재원환자수는 2800명으로 통계자료의 오류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 병원의 병실사정을 알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 병실사정이 어려워 몇몇 진료과에서는 한 병상을 두 명의 입원환자가 이용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발도상국가에서는 병원의 병실부족으로 해외지원사업 등을 통해서 병상확충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병상수는 포화상태이다. OECD 2014년도 통계에 의하면 인구 천 명당 국내 공급병상수는 10.3병상으로 OECD 평균 4.8병상보다 2배 이상이다. 국내 급성기 병상수도 인구 천명 당 6.1병상으로 OECD 평균 3.3병상의 2배 수준이다. 이처럼 국내 병상수가 OECD국가들보다 2배 이상 된 배경으로 수요측면에서 보면 내원환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평균재원일수도 2배 정도 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 제도적인 요인으로는 공급병상의 퇴출구조(exit plan)가 되는 M&A제도의 부재, 의료용 부지의 용도전환 불허제도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제도적으로 병상공급 부족시대의 제도적 장치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측면에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입원환자수는 2015년 내원환자가 전년 대비 0.2% 증가한데 그쳤다. 그리고 신의료기술로 재원일수는 짧아져 병상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노인요양병원의 빠른 증가세로 일반병원의 재원환자의 요양병원으로 이동현상으로 병원가동률은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 메르스(MERS) 사태로 정부는 환자안전과 감염관리를 위해서 병상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예고된 시행규칙에 따르면 병원의 신·증축 시 1병실 당 4인 병상만을 둘 수 있고, 이격거리도 벽에서 0.9m, 병상간 1.5m로 확대된다. 또한 기존의 병원들도 2018년 말까지 병상간 거리를 1m 이격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병상정책이 6인실에서 4인병실로 축소하고, 병상간 간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자 의료기관에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병상을 줄이기 위한 시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미 상급종합병원이 신·증축을 할 경우 진료권역별 상급병원의 병상수 적정평가를 전문기관에서 받도록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밖에 병상 규모에 따라서 수익이 좌우되는 노인요양병원들은 새로운 병상기준 개정안에 따를 경우 2018년 말부터 어쩔 수 없이 병상수 20%가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병상정책은 양적목표에서 질적인 정책전환(goal replacement)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환자도 쾌적하고 안전한 병실환경에서 진료를 제공하고 받기를 원하는 입원패턴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병상공급정책을 지방정부에 맡겨둔 자율공급 정책기조에서 감염과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서 정부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정책홍보(PR)가 필요하다고. 왜냐하면 병상정책은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많은 투자 재원과 병원수익이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상공급의 90%가 민간의료기관이어서 정부가 간여할 여지가 수가정책 이외에 다른 정책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도 정책적 딜레마일 것 같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