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

국내 의료법은 제1조에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의료법은 국민건강과 의료에 관련한 기본 근간이 되는 법이라고 하겠다.

국내 의료법은 일본의 의료법이 준거틀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 2013년도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의료비 부담률이 8.2%이고, 국민 1인당 연간 부담하는 의료비가 30만엔을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일본이 1인당 의료비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진료비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의료비의 증가는 고령화와 저출산의 경향이 지속되는 2025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은 그동안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 다섯 차례에 걸쳐서 의료법을 개정하였다.

먼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의료의 공급과잉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 제1차 의료법 개정(1985년)을 단행하였다. 즉, 지역별로 입원병상수 증가를 규제함으로써 의료비를 억제하겠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제2차 의료법 개정은 1992년에 이루어졌는데, 이 개정을 통해서 의료의 양적 공급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정책으로부터 의료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기 위한 정책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중심으로 고도의료기술과 진료능력을 가진 병원을 특정기능병원으로 전환하고, 이 병원들을 중심으로 최신 의료기술개발을 시작하였다. 또한, 2차 개정 시에 의료보다는 장기요양이 필요한 고령자에 대해서 만성기 치료를 요양과 구분해서 의료비를 효율적으로 억제하기 시작하였다.

제3차 의료법 개정으로 1998년도에는 종합병원제도를 혁신적으로 폐지하였다. 그 대신에 지역별 고도의료기관, 중소병원, 진료소로 구분하여 이들 간의 연계와 협력을 추진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제4차 의료법개정(2000년)에서는 노인개호보험을 도입하여 만성기 노인의료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요양병동제도를 신설, 도입했다.

그리고 제5차 의료법개정(2006년)으로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의 환자정보 확대 제공을 유도하였다. 구체적으로는 환자의 안전대책 강화, 정보제공 상담창구설치 및 의료법인 개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시대별로 의료법의 개정을 통해서 초고령사회와 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대비하는 제도적인 여건을 만들어 의료기관들이 대비토록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의 의료기관들도 기존 운영방식에서 진료전문화와 지역사회 내 타병원이나 복지시설과의 제휴전략 등을 통해서 지역의료전달체제 구축과 지속경영체계의 확립에 나서고 있다. 예로서 3차 의료법개정(1998년)으로 종합병원제도가 폐지되자, 기존의 종합병원을 보유한 의료법인들은 인수합볍(M&A)을 통해서 ‘의료시설 복합체’ 변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국내 의료환경을 살펴보면 고령화사회, 지역병상공급과잉, 중소병원의 도산 증대현상 등 일본이 겪어온 과정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만 일본은 의료환경의 변화에 따른 정부와 의회에서 의료법 개정을 통해서 대응책과 정책적 지원대책의 차이가 눈에 띈다.

그 동안 국내에서도 의료법 개정을 통한 시도하고자 법안들(의료기관 인수합병, 의료채권발행, 의료법인 기능전환 등)이 일본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한 가지도 입법된 사례가 없는 것도 유감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교조적으로 고착화된 의료법에서 의료공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병원들은 퇴출로가 없는 ‘경영절벽’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미 일부 지역 농어촌병원과 공공병원들은 경영부실화 현상을 넘어 도산직전에 있다.

지역사회에서 의료기관의 운영부실현상이 도미노현상이 되면 우려되는 점은 지역사회의 의료 부담비용은 증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일본의 의료법 개정을 참고삼아 법 개선 방안을 시급히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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