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몸이 아프면 마음이 괴롭다. 마음이 괴로우면 몸도 아프게 된다. 신체 질환과 마음의 병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데 있어 마음의 문제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시행 중이나 미국이나 호주, 영국에서는 암 치료에 정신과 협진이 체계화되어 있다. 환자가 암에 걸려 병원을 가게 되면 반드시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심리, 정신적인 문제도 함께 보살핀다는 것이다. 암환자에게 정신과적 치료를 함께 하는 경우 생존기간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는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데 있어서 정신건강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고, 정신건강을 위한 의료나 복지서비스에 다가가기 어려워한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고 답답해진다거나, 살아갈 의욕이 없어지고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나는 등 마음의 문제로 일상생활이 힘들어 지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4분의 1은 평생 한번 이상 이러한 정신건강의 문제를 경험한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가 생겨도 상담을 받은 경험은 많지 않다.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두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려 하지 않는다.

정신건강 문제도 신체적인 질병과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 상담을 하고 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상식이 아직 일상화되지 못한 탓이다.

정신건강 문제의 극단적인 결과는 바로 자신을 해치는 것이다. 자살을 시도하는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나 가족관계의 붕괴 등 복합적이고 다양하지만, 그 말단에는 깔때기처럼 우울증, 알코올 중독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 모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건강’ 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 삶의 고비를 극복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초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정신건강의 문제도 신체 질환과 같이 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거리낌 없이 전문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을 지키는데 있어 방해가 되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나 제도적인 차별도 최대한 철폐해나갈 것이다.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 그리고 자살 문제는 분명히 해결의 길이 있고 답도 명확하다. ‘죽겠다는 걸 어떻게 말려?’ 하면서 둔감하게 반응해서는 안 된다, 막연하게 풀리기 어려운 실타래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일본도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다 정신건강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과 촘촘한 정책 설계를 통해 자살문제를 해결했다.

정부는 최대한 자원을 집중하여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세부 대책들을 실행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그리고 가족과 이웃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