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건강검진

▲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그때 그 작은 결정이 나를 살렸다.” 부산에 사시는 유 모씨가 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2015년 건강검진 체험수기에 응모한 글의 제목이다. 수기에 의하면 이 분은 평소 병원을 멀리하고 사셨다. 나이가 들면 피로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이따금 오는 이상 징후도 살면서 누구나 겪는 현상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 2007년에 주변의 권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일반검진 및 암 검진을 받게 되었는데, 위암 판정을 받았다. 다행이 초기에 발견되어 복강경 수술로 위 일부를 절제하고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없이 7년의 관리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유씨는 ‘아직도 주변에 병 튀어 나올까 무서워서 병원에 못 간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건강검진을 권고하고 있다.

위 사례는 건강검진을 통한 질병의 조기 발견이 질병 치료와 건강한 삶의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약 83세이지만,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수명은 약73세로, 인생 중에 10여년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투병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또한 질환의 조기 발견 및 건강관리를 통해 예방 가능했으나 그러지 못해 사망한 사람들의 비율(예방가능 사망률)도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예방 가능한 안타까운 죽음을 최소화하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회를 위해서는 질병의 예방과 조기 발견 및 적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국가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1953년에 시작된 16인 이상 사업장 정기 건강진단 의무화에서 시작하여, 1995년 모든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건강검진 실시, 2004년 5대 암에 대한 국가 암 조기검진 체계 구축, 2007년 만40세와 66세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및 영유아 건강점진 실시 등 지속적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제도적 확대와 더불어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년 한해 1400만명이 일반건강검진을 받았으며, 975만명이 5대암검진을 받는 등 건강검진수검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한 재원도 2008년 약 6천억원 규모에서 2015년 약 1조 24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최근 정부는 보다 체계적인 건강검진을 위해 제2차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2016~2020년)을 수립하여 지난 달에 발표하였다. 우선, 만성질환의 사전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40세 및 66세 성인만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의사의 생활습관 상담을 2018년 부터는 40세 이후 매 10년마다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위암과 대장암에 대해서만 지원하고 있는 확진검사를 2018년부터 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는 건강검진 후 질환이 의심될 경우 검진기관을 다시 방문해서 확진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향후에는 검진기관을 다시 방문하지 않아도 본인이 원하는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비용부담 없이 확진검사를 받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수검자의 불편함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의 경우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확진을 받고 사후관리도 연계해서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 외에도 바람직한 건강검진 및 건강정보의 제공, 검진기관에 대한 평가체계 강화 등 국가 건강검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가 건강검진을 국민들로부터 보다 많은 사랑을 받는 서비스로 발전시켜나가는 한편, 국민들의 만성질환 예방 및 건강수명 연장에 보다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스페인 속담에 “건강의 시작은 병을 아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건강하다 자부해도 내 몸속에 내가 알지 못하는 병이 자라고 있을 수도 있다. 병을 미리 알고 예방하는 최선의 대책은 건강검진이다. 정기적이고 꾸준한 건강관리와 검진이야말로 무병장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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