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태
고려의대 의인문학교실
의사평론가

6월 중순 경 갑자기 눈에 문제가 생겨 입원을 한 뒤 급히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고 하루가 지났을 때 바로 가까운 선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정 교수, 요즘 뭐가 그리 바빠요. 통 연락도 없고…?”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어디 입원했어? 내가 시간 내서 한번 문병을 가야지…” 통화는 ‘안 오셔도 된다’ ‘그러면 섭섭해서 되냐’ 실랑이로 한참 이어진 적이 있다.

기왕 병문안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번에 느닷없는 입원과 수술을 받고 느낀 점을 한마디하고 넘어가야겠다. 올해 5월쯤부터인지 병원에서 점심시간이 시작될 때면 ‘딩동댕’ 원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러분들의 건강을 위해 병실 방문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달라진 점이긴 한데, 매일 그냥 방송만 나올 뿐 실상은 별로 달라진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요즘에도 메르스 사태 이후 응급실 실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가끔 뉴스에 나오곤 하는데, 합당한 지원은 제대로 안 해 주면서 ‘병원만 변하라’고 하는 뻔뻔스러운 당국자들의 행태에 사실 분노가 치솟을 때가 있다.

필자의 경우 수술 전 주치의가 주의사항으로 말하기를 ‘수술 후에 엎드린 자세로 2주는 있어야 하는데 이를 철저히 지켜야 예후가 좋다’고 했다. 수술을 받은 뒤 바로 퇴원 할 수 도 있었지만 날씨는 무더운데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 엎드린 채 지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겠다 싶어 수술 후 얼마간 병원에 머물다 퇴원하려던 심산이었다.

그러나 마취가 깨어나자마자 병원 내에서 이 사람 저 사람 문병을 오기 시작하고, 과에서 전공의들이 찾아오고, 사방에서 전화가 걸려오고…. 환자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머리를 바닥에 박고, 엉덩이는 하늘로 쳐든 채 2주를 지내며 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되어 계획을 바꿔 바로 다음날 퇴원을 했더니, 문병 가서 만나지 못해 섭섭하다는 전화가 여기저기서 오기 시작했다.

사실 요즘은 병문안 문화가 많이 달라졌기에 단체 문병객이 들이닥쳐 종교의식을 갖거나, 어린아이를 업고 걸리고 하면서 대가족이 아침저녁으로 문병 오는 일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느껴왔다. 그런데 내가 입원을 하고 보니, 주요 보직교수에서부터 후배와 제자 할 것 없이 병실을 찾아드는 것이었다. 위로 차 찾아온 분들이 고맙긴 했으나, 이 분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엎드린 채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고 만나는 장면을 그려보면 지금도 웃음이 절로 난다. 그런 꼴로 나를 만나고 가는 그 분들은 얼마나 더 황당했을까?

그런데 올해 장가든 아들놈이 전화를 했다. 며느리와 함께 가도 좋으냐고…. “퇴원 할 것이니 오지 말라” 고 해도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시아버지께서 수술 받았는데 안 가보면 안 되지 않겠느냐”며 걱정을 털어놓았다. 그래도 “찾아오면 화를 심하게 낼 예정이니까 제발 오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영 못미더운 눈치였다.

우리 집조차도 이런 형편이니, 여전히 우리나라의 체면치레에 가까운 문병문화는 여전히 큰 문제이고, 병원감염에 취약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새로운 병문안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오지 말라고 해도 많이 걱정이 되시는 분들이라면 휴대폰 문자로 대신하면 어떨지….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이런 문자를…. 이제 서로 바쁘기도 하고, 병원 감염의 문제도 크다고 하니 병문안은 생략하는 쪽으로 변하되 마음만 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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