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전담전문의, 새로운 입원문화 만들 것

▲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

대학병원에서 의과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외래진료와 수술, 강의 등으로 인해 입원환자를 찾아갈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만날 때마다 담당의사를 쉽게 만나기 어려운 병원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문의가 24시간 입원환자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환자안전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장관이 되고 이러한 고민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전공의들의 수련시간이 일주일에 100시간을 초과하는 등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피로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환자안전에 위해를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작년 말 정기국회에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로 인해 2017년부터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주당 최대 88시간으로 제한되면서 수련병원의 인력 공백과 환자안전 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졌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984년 뉴욕에서 한 여성이 전공의의 과도한 근무시간이 원인이 되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미국사회에서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 2003년부터 수련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생겼다. 미국의 병원들은 이로 인해 발생한 인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Hospitalist)를 채용하면서 입원환자의 안전을 강화하고 병원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입원전담전문의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모든 진료를 직접적으로 담당하여 초기 진찰, 경과관찰, 상담 및 퇴원계획 수립까지 전체 입원과정을 책임지는 주치의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의를 말한다. 기존에는 대학교수가 입원환자 관리의 대부분을 전공의에게 맡겨왔던데 반해, 입원전담전문의는 전문의가 병동에 머물면서 직접 환자를 관리한다는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의사의 약 5%인 4만4천여 명이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정을 계기로 입원환자의 진료 질을 높이고, 의료기관 인력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등 해외사례를 참조하여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전문의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중증의 환자들이 입원한 병동에 입원전담전문의 4~5인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주7일 24시간 내내 전문의가 환자를 관리하게 된다. 30여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입원체계를 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한다. 단일 과목 중심의 현재 병원입원체계에서 관리가 어려운 노인 및 복합질환자를 입원전담전문의가 여러 진료과와 협진을 통해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관리병동 모형을 도입하여 환자 중심의 입원체계를 만들고자 한다. 이와 함께 응급실로 내원한 입원대기 환자나 암환자 등을 입원전담전문의가 단기간 관리할 수 있는 단기입원병동을 도입하여 우리나라 병원 시스템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응급실 과밀화를 완화시키고자 한다.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통해 입원환자는 진료 수준이 높아지고, 환자안전이 강화되며, 전문의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 진료의 만족도가 향상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의료기관은 인력부족 문제를 줄일 수 있고 불필요한 검사나 의료사고가 감소하여 병원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전공의는 근로환경이 개선되어 보다 양질의 수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의료기관과 전문의들이 이번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보건복지부도 입원전담전문의가 새로운 병원입원문화를 불러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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