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혁명’을 핵심 주제로 꺼내든 이후 미래 산업의 패권을 두고 선진국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미래 제조업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사이버 물리시스템(CPS),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4차 산업혁명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최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서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스마트 팩토리’(생각하는 공장) 실험을 진행 중이라는 뉴스도 들려온다.

클라우스 슈밥(세계경제포럼 회장)은 그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과학기술과 디지털화가 가져오는 광범위한 융합과 발전이 우리 일상에 이전에 없던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급진전한 인공지능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로봇 개인비서’가 보편화 되고, 우리가 쓰는 기기들은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우리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요한 순간 우리를 도우면서 점차 인간 생태계의 일부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또한 헬스케어 분야는 기술 발전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에 힘입어 개인에게 최적의 예방과 치료를 구현하는 개인맞춤 의료 시대가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바이오헬스 정책은 어떤 방향과 비전을 가지고 국민들이 바라는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바이오헬스산업 현장의 융합과 혁신을 촉진하는 제도와 규제 개선,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 및 재투자에 이르는 선순환이 작동하는 바이오헬스 산업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보고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빅데이터, 인공지능,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등 미래 신산업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등 지원을 강화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진료 현장은 물론 건강 검진과 일상생활에서 실시간 축적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맞춤과 예측’이라는 단계를 거쳐 맞춤형으로 질병예방과 치료에 유용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기에 주목받는다. 데이터를 모아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데이터 자원과 인력,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정밀의료 발전 기대감도 높다. 보건복지부는 맞춤의료 기술 개발과 정밀의료 연구기반 확충을 포함하는 정밀의료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현재 정부3.0을 통해 부처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연관 산업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급변하는 혁신환경과 기술발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건의료분야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바이오헬스 산업 규제개혁을 위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첨단재생의료제품의 병원 내 신속 적용을 허용하는 한편, 유전자 치료 연구 허용기준을 완화하는 등 신기술의 빠른 시장진입을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보건의료 규제개선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통받는 환자들이 때를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치료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에 있다. 앞으로도 현장의 애로사항이 규제 개혁으로 이어지도록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약, 의료기기 등 개별 보건산업을 넘어 바이오메디컬 전반에서 융합을 촉진하는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바이오벤처 등 원활한 기술 확보부터 재투자에 이르는 바이오생태계가 잘 갖추어진 선진국과는 달리,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의 연구개발 및 사업화, 창업 여건은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지금부터라도 환자진료가 이루어지는 병원을 중심으로 기술과 시장의 미스매칭을 적극적으로 중개해주는 기전이 마련된다면 좋은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지고 사업화와 성장을 통해 혁신생태계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강관리 코디네이터, 국제의료 마케팅 전문가, 의료통역사 등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연구개발과 사업화, 의료 창업을 촉진하는 인력 양성 등 지원체계를 확충해 나갈 것이다.

올해 연두업무보고에서 보건복지부는 ‘바이오헬스 강국으로 도약’ 할 것을 국민께 약속드린바 있다. 보건산업이 우리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건강’이라는 가치가 보건산업을 포함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산업발전이 다시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통해 ‘Health Economy’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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