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호 원장
이남호 목동고운세상피부과

A씨는 지난해부터 눈 주변이 검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봄철 피크닉으로 인해 생긴 기미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시간이 지나도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색도 짙어져서 마치 멍이 든 것과 같이 보였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A씨는 진료실에 와서 대인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얼굴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최근 병원에 내원한 오타모반 환자 20대 여성 A씨의 사연이다.

피부과에 내원한 환자 중에는 피부트러블만 들고 온 환자는 없다. 피부트러블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함이나, 콤플렉스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동반한 마음의 병도 함께 가지고 있다.

오타모반은 눈 주변에 멍든 것과 비슷한 푸른 반점이 보이는 색소질환의 일종이다. 오타모반은 출생 시 영유아기에 나타나는 선천성 오타모반과 사춘기 즈음에 나타나는 후천성 오타모반으로 구분된다. 아직까지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았으며, 영유아기에 나타나는 선천성 오타모반뿐 아니라 사춘기 즈음에 나타나는 후천성인 경우로 나뉜다.

많은 사람들은 피부질환이 직접적으로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중도가 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피부질환은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수반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고, 후천적으로 생긴 질환인 경우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특히나 요즘과 같이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 아름다움을 향한 사람들의 욕구는 날이 갈수록 높다. 최근 의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다양한 시술과 의료기기가 개발되어 환자들의 병변 치료뿐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아름다움의 사전적 정의는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을 줄만하다’는 것이다. 이 정의의 핵심은 균형과 조화에 있다. 실제 진료실에서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시술 전과 후의 심리적인 변화를 직접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피부가 개선되자 콤플렉스 뒤로 가려졌던 환자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의 기대 수명이 높아지며 피부과의 영역은 점차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잘 사는 것을 넘어서 행복하게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춰 라이프 스타일이 재편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피부과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데에 몸과 마음의 균형과 조화를 찾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즉, 자신감을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치료와 함께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콤플렉스를 겪는 사람들에게 콤플렉스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 말이다. 이제 피부질환만 치료할 것이 아니라 피부 속 마음부터 피부까지의 케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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