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서울 인근 중소도시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는 김 원장은 언제부터인가 건강보험 급여청구 시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청구금액의 일정비율을 삭감당하게 되자 의사 커뮤니티 등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지침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직원 근무평가 항목에서 급여삭감률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이후 이러한 문제가 사실임이 밝혀졌고,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심평원 책임자가 삭감률과 직원평가 연동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시정하였다는 답변을 하였다.

우리는 흔히 보건의료정책이라 하면 보건의료 관련 국책연구소와 같은 곳에서 거창한 연구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과 보건의료를 위한 정책생산은 이와 같이 거대담론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 김 원장의 예에서 보듯이 일선현장에서 의료행위를 하면서 느끼는 제도적 모순점이나 개선해야 할 사항에 대한 의견표명, 제안 등이 모두 보건의료정책 범주에 포함된다 할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하지정맥류 시술을 주로 하는 의료기관을 운영하던 흉부외과 전문의인 이모 원장과 도수치료를 전문으로 하던 박모 원장은 실손보험에서 관련 시술이 제외되고 보험지급이 보류되자 졸지에 병원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되었는데, 이는 시판된 대부분의 실손보험이 설계단계부터 잘못되어 보험사가 기대하는 수준의 이익률이 나오지 못하자 뒤늦게 보완책을 마련한다고 특정질환의 급여를 제외하거나 급여를 제한한 까닭이므로 보험설계 단계부터 현장 의료전문가 개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오래전부터 의료일선 현장에서는 불법적인 보험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사무장병원의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 되었지만 당국의 미온적 대응이 결국 이와 같이 대부분 선량한 의사들의 피해를 불러오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건강보험 재정 수입과 지출의 문제, 손실 요인의 문제점에 이르게 된다. 즉, 건보공단의 방만한 운영관련 문제점과 실손보험을 필두로 건강보험, 자동차 보험 등에서 한방급여 부분을 옵션화 해 국민에게 보험료 절감의 선택권을 돌려주어야 할 필요성 등을 절감하게 된다.

이처럼 보건의료정책 제안 및 연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의료현장 일선에서 불합리한 점을 찾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현장 중심 보건의료정책이다. 현장중심 의료정책은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에서 문제점을 인식하여 해결점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시키려는 방향으로 나가게 되는데, 이는 현장에서의 경험이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의료 최전방 일선에 있는 원장, 과장들이 앞장서 현장중심 보건의료정책 수립의 주역이 되자.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