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자·큰 스승 받드는 서울의대

권이혁 선생님의 업적 기리며, 미래의학 발전 방향 모색

‘제1회 우강 포럼’ 개최 … 새로운 학풍 진작하는 계기 마련


▲ 이순형
서울의대 명예교수
의사평론가

지난 2016년 6월 14일 오후 4시, 서울대학교의과대학 대강당에서는 대단히 중요하고 뜻 깊은 모임이 열렸다.

서울대학교 개교 70주년을 기념하여 서울대학교와 우리나라 의학발전에 이바지 하시고 사회 여러 분야에서 현란한 공적을 쌓아 오신 우강(又岡) 권이혁(權彛赫) 총장님의 뜻을 따르고 이어가기 위해 서울의대 강대희(姜大熙)학장이 마련한 ‘우강(又岡)포럼’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학계의 실정도 그렇지만, 1899년에 의학교(醫學校) 개교로 비롯된 서울의대 100여년의 역사에서 많은 탁월한 의학자와 스승이 배출되었으나 대학 차원에서 이런 분들의 학문적 업적이나 국가 사회적 공헌을 기리는 행사나 기록관(Archives)은 거의 없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 명문대학에서 흔히 보는 그 대학의 저명 교수 초상화를 계양하거나 업적을 현창하는 일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런 학계의 분위기에서 우강(又岡) 포럼의 개최는 새로운 학풍을 진작하는 계기가 되겠기에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하고 뜻 깊다고 표현하였다.

◇전직 총리·장관 등 명사 150여명 참석


비록 참석인원이 150명 정도로 대규모행사는 아니었지만 이현재 전 국무총리, 조완규 전 서울대총장을 비롯한 전직 장관 3명, 이호왕 전 학술원회장과 학술원 회원 7명,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의료계 중진, 김영균 교수를 위시한 서울의대 명예교수 및 현직교수, 홍정용 서울의대 동창회장과 다수의 동창들의 참석으로 우강(又岡)포럼의 중량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이 모임은 이종구교수(서울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장)의 사회로 오후 4시 10분에 시작되었다.

먼저 박병주교수(서울의대 예방의학교수, 대한보건협회장)의 우강(又岡) 선생님의 업적소개가 있었고 이어 주최 측에서 준비한 동영상 상영이 있었다.

약 6분 동안의 동영상에서 우강(又岡)선생님은 ‘평생을 바쳐 일 해온 서울대학교 특히 모교 서울의대는 생활의 터전이자 마음의 고향이었다.’는 인사 말씀을 하셨고 우강선생님의 주요업적이 사진으로 소개되었다.

오연천 한국교원대학교총장(전 서울대총장)은 우강선생님의 총장 재임 시(1980년대) 신군부의 권위주의적 통제에서 서울대를 학문선도기관으로 지켜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신 나라사랑, 서울대 사랑의 정신을 칭송하였다.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전 국민의료보험제도의 초석을 다지시고 1988년 장애인올림픽대회를 개최하신 우강선생님의 보사부장관 시절의 업적을 강조하였다.

의학신문사 박연준 회장은 ‘사람과 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우강선생님은 세상을 달관하신 분’이라고 대붕(大鵬)같으신 인품을 예찬하였으며, 윤용범 서울대명예교수(우강선생님 서랑)는 바쁘신 중에도 틈을 내어 가족행사를 이끄신 우강선생님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배려에 감동한다는 심정을 피력하였다. 필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져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삶,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삶이 참된 삶’이란 우강선생님의 좌우명을 소개하였다.

◇각계 명사들 우강선생님 업적 칭송


예정된 순서에 따라 강대희학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강대희 학장은‘이번 포럼을 통해 지나온 역사에서 미래 의학의 방향을 모색하고 세계시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함은 물론 나아가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치유하는 의학자를 배출하는 의학교육기관으로 발전하고자 한다’고 포럼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이현재 전 국무총리(서울대총장, 대한민국 학술원 회장 역임)의 축사가 있었는데 우강포럼의 목적과 요체를 가장 정확히 파악한 말씀이라 생각되어 일부 발췌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 건국과 대학 창립 70주년을 맞이하여 고려해 볼 수 있는 기념행사나 기획이 허다하게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만 여러분에게서 특히 상징적 사업으로 우강포럼의 개설을 선택하게 되신데 대해서 이는 매우 뜻이 큰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강선생님은 우리 모두가 존경해 마지않는 서울대학교를 대표하는 대학자의 한분이시고 서울대학교의 버팀목이 되고 계신 큰 어른이시기도 합니다.

선생님께서 해 오신 일에 대해서 박병주교수의 경력소개에서 비교적 소상하게 소개되었습니다만, 선생님께서는 의대 교수 및 학장, 보건대학원장, 서울대병원장 등을 역임하시면서 서울대 의학의 새로운 발전기를 이루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셨습니다. 일면 교육적 사회적 경륜이 탁월하시어 서울대 총장, 문교, 보사, 환경의 각부 장관 등 현직에 특청되시고 각종 학회 및 학술단체 그리고 사회단체에 폭넓게 참여하시어 교육발전, 의료발전, 사회발전에 중량있는 기여를 해오셨습니다.

이번 개설되는 우강포럼은 선생님의 이와 같은 업적을 현창해드리면서, 이를 계기로 의학 및 의료발전과 사회발전을 위해서 각계에서 신선하고 파장이 깊고 넓은 메시지를 전달코자 하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은 연구능력은 비약적 발전을 이룩하였으나 교육풍토는 오히려 후퇴된 것이 아니냐하는 말을 왕왕 듣습니다만, 오늘의 포럼 발족은 대학사회와 교육계에 대해서 큰 학자 큰 스승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고귀한 시범을 보여주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는 것으로 믿습니다. (중략)
이 포럼이 장족의 발전을 이룩하면서 오늘의 뜻이 변함없이 지속되고 의료계 그리고 사회에 항상 새로운 학술 내지 정책방향을 제시해주시고 중요한 영향력이 파급되기를 기대해 마지않습니다.(후략)』

이어 서창석 신임 서울대병원장의 축사로 서두행사가 끝나고 오후 4시 40분부터 포럼의 발제강연으로 들어갔다.

◇우강 선생님 전공과 관심에 부합한 특강


이종구 사회자의 발제자 소개가 있은 후 ‘SDGs 이행을 위한 WHO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WHO서 태평양지역(WPRO) 사무처장인 신영수 서울의대 명예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신영수교수는 우선 UN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주도해온 Millenium Development Goals(MDGs)와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추진해나갈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s)의 내용을 비교 설명하였다.

이 발제강연은 그 주제가 우강선생님의 전공과 관심에 잘 합치되고 우리의 현재 의료문제와 관련해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적합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발제강연이 끝난 후 사진촬영이 있었고 장소를 서울의대 2층 대회의실로 옮겨 오후 5시 30분부터 제2부 순서인 만찬으로 이어졌다.

제2부 만찬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참석자들의 우강선생님의 학덕과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덕담이 있었는데 조완규총장, 김명자장관, 이상섭 학술원회원, 차창룡명예교수 등 여러분이 발언하였다. 고서수집에도 조예가 깊은 이현재 전 총리께서 이 모임의 기념으로 1950년대에 처음 발행된 ‘서울의대 동창회원명부’를 강대희 학장에게 선사하여 박수갈채를 받았음을 특기하고자 한다.

◇ ‘천천히 서둘러라’ 또 귀한 가르침


이 자리에서 우강선생님은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인생슬로건을 소개하셨는데, 평소 선생님께서는 인생의 정점을 90세로 잡으시고 오를 때의 인생 슬로건을 ‘여유작작(餘裕綽綽)’, 내리막 길에서는 ‘유유자적(悠悠自適)’으로 정하셨었다. 90대 노년 성격이 이의 중간쯤 되는 슬로건으로 Festina Lente(천천히 서둘러라의 라틴어 격언)가 적절할 것 같아 11번째 우강에세이집의 제목을 삼으셨다는 말씀이 있었다. 좌중에 이 라틴어 격언을 아는 분이 없었기에 새로운 교훈을 배우게 되었다.

이렇듯 우강선생님은 언제 어느 자리에서나 귀한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이시오 지도자로 군림하시기에, 하늘이 우리에게 우강선생님을 보내주신 것을 큰 행운이요 축복으로 기리는 후학들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으로 믿는다.

부디 만수무강하시면서 후학들에게 끊임없는 가르침을 베풀어 주시기를 기원하면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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