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진
전 한국의료윤리연구회장
의사평론가

2016년 3월 31일 헌법재판소는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도록 한 ‘성매매특별법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번에 심판대에 오른 조항은 ‘성매매 처벌법 제21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초의 결정으로, 위 조항이 성매매 당사자(성판매자와 성구매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성판매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본 결정이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의료계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시의적절하고 합당했다고 생각한다. 헌재는 합헌의 이유로 개인주의와 성 개방적 사고가 확산되면서 성 관련 문제는 법으로 통제할 사항이 아니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지만, 성의 자유화·개방화 추세가 성을 사고파는 행위까지 용인한다고 볼 수는 없고, 성매매를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을 확립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며, 성매매를 형사 처벌이후 성매매 집결지 중심으로 한 성매매업소와 성판매 여성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합헌의 근거로 들었다.

또한 자발적인 성매매 행위도 인간의 성을 상품화해 성을 파는 사람의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으며, 성매매 산업이 번창할수록 자금과 노동력의 정상적인 흐름을 왜곡해 사회적으로 유해하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성 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이익을 위한 성매매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불법 인신매매를 통해 성매매 여성에게 합법적인 성 판매를 강요하는 등 여성이 성매매에서 벗어나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헌재의 이유의 요지 하나 하나를 살펴볼 때 절대 공감이 간다. 의료계에서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것은 보건 의료적으로도 많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성매매로 인한 성병 유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3년 발표된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개 감염병(성병)에 걸린 남성의 57.3%가 배우자나 애인이 아닌 상대와의 관계에서 감염되고, 성매매종사자 여성 10명 중 4명만 항상 콘돔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매매로 인한 성병의 발생이 많아지고 성병이 안방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동성 간의 성매매도 많아진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외국인 관광객 및 내국인 동성애자를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한 업자 및 성매매 남성 16명을 검거한 사건이 있었고, 시간당 3만원을 받고 동성 간의 관계 시 여성 역할을 하는 일명 바텀 알바를 한 가출 청소년이 에이즈 감염자로 판명된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전에는 청소년 에이즈 감염자가 거의 없다가 2000년 이후로 청소년 에이즈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하여 2014년에는 36명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법으로 금지 했다고 음성적인 성매매가 완전히 없어지리라고 보이지는 않지만 헌재의 결정은 성병 증가를 억제하고, 경제적 정신적 취약자인 청소년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헌재 결정 이유의 요지에 보건의료적인 이유와 청소년문제에 대한 이유가 함께 포함되었으면 더 많은 공감이 되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명이비인후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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