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해외진출지원단 팀장

지난 2015년은 한국의료의 해외진출에 있어 매우 고무적인 한 해였다. 정체된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신사업의 하나로 의료 해외진출 육성을 위해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뛰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료분야를 대통령 순방의 주요 아젠다로 선정하고, 경제사절단을 구성하여 한국의료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한편, 의료분야에 대한 MOU, 투자협정체결 등 실질적인 협력 확대를 통해 한국의료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여당과 야당이 합의를 통해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의료 해외진출을 포함한 국제의료사업이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는 2014년 8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제의료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법률의 제정 필요성을 건의한 이후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야가 합심하여 이루어낸 성과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의료기관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2015년 해외진출 의료기관은 141건(누적)에 달한다. 이는 당초 정부가 목표로 했던 136건을 초과달성한 것이며, 2010년 58건과 대비해서는 143% 증가한 수치이다.

의료 해외진출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서울대병원의 UAE 왕립 쉐이크 칼리파병원 위탁운영 진출, 분당서울대병원의 사우디 국가방위부 병원 HIS 시스템 수출 등 대형병원 진출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한 단독투자, 합자/합작투자, 인수합병 형태의 해외진출 비중이 2014년 43건(34.4%)에서 2015년 55건(39.0%)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의료기관들이 직접투자 또는 투자유치 등을 통해 보다 공격적인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8월 1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의료 해외진출을 위한 투자유치 등 금융조달 지원이 의료 해외진출의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국의료의 해외진출은 양적, 질적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지원 확대와 국내 의료기관들의 해외 진출 경험이 축적되면서 향후 수년간 이러한 성장세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해외진출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으며, 의료 해외진출이 기대한 성과를 창출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 의료의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해 우리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필자는 먼저 한국의료가 세계에 진출하는 목적부터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의료보험을 체계화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보건의료시스템과 의료서비스 수준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렇듯 잘 관리되어 온 한국의 의료를 세계 여러 나라가 자국에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 현 상황이다.

▲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왼쪽>이 UAE 왕립 쉐이크 칼리파병원 위탁운영 진출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의료 해외진출을 통해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의료는 물론 연관산업의 동반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한국의료가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여 세계 의료시장에서 점유할 수 있는 파이를 가져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의료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는 궁극적으로 우수한 국가의 의료를 통해 자국의 의료수준을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의료 해외진출에 대한 중장기적인 고려 없이 단순히 진출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해외에 진출한 의료기관은 한국의료의 차별화된 강점을 유지하면서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출국의 국민들로부터 한국의료가 인정받고, 한국의료를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진출국의 의료인력들이 한국의료의 경쟁력을 인정하고, 미국이 아니라 한국으로 의료교육을 받으러 오는 미래를 상상해 보라.

“지금의 중국은 의료장비, 의료기술 어느 것도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간이식, 성형 분야 등의 의료기술은 배우고 싶다”고 한 중국 길림대학교 제1부속병원 의사의 말이 떠오른다. 결국 의료 해외진출 성공의 열쇠는 경쟁력 있는 전문 의료인력의 양성과 최신의 의료기술 개발을 위한 부단한 연구개발투자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에 더해, 우수한 한국의 의료를 세계인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정부, 민간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