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종호
경기도의사회 부회장

20대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보건의료와 관련된 법안도 국회의원들의 심사숙고 없이,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법안의 결과에는 관심없이 단지 국회활동의 척도가 되므로 무차별적으로 제정, 개정될 것이다.

2000년 의약분업이전에는 정부, 정치권은 보건의료의 정책파트너로 의료전문가인 의사들밖에 없었으며, 성실한 환자진료를 통해 의사로서 역할이 인정되었으나, 의약분업 이후에는 보건의료의 정책파트너가 급속히 시민단체로 전환되고, 의료전문가의 위상이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의사-환자간의 관계형성이 부권적, 일방적 관계에서 평등적, 상호적 관계로 변화한다. 이는 의약분업의 결과라기보다는 한국사회의 흐름이 전문가주의에서 소비자주의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과정으로 해석된다.

이런 관계의 변화는 의료현장에서 의사의 권위가 무너지고, 소비자인 환자가 의사와 치료 선택권을 가지게 되며, 보건의료에 대한 전문가로서 발언이 약화되며, 의사 또한 사회정치적 활동을 하도록 요구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의사들은 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무관심이 의료계의 덕목이라고 판단한다. 과거 의사가 정책파트너로서 당연시되던 시절에는 가능했지만, 시민사회단체가 강화되고 소비자 주권이 강조되는 오늘날, 이러한 스탠스는 의사의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제공하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보건의료전문가인 의사들이 가진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제공하고, 사회가 발전하는데 공헌하는 방법은 언론을 통한 방법, 직접적 정치를 통한 방법, 집단적인 후원과 표를 통한 간접적 정치를 통한 방법, 시민사회단체와의 정책적 공조를 통한 방법 등이 있으며 이 모든 것이 의사들의 정치적 활동이며, 의사의 정치세력화이다.

◇ 정책파트너 역할 충실히 해야 = 이런 과정을 통하여 보건의료에 관한한 최고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의사는 사회구성원을 설득하여 올바른 정책이 만들어지고 행해지도록 정치권과 정부에 요구하도록 분위기 조성하도록 하며, 정책 입안자인 정치인과 관료가 올바른 정책을 만들도록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여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료계의 정치세력화 수준은 정치인, 관료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통한 의료현실을 전달하는 수준이었으며, 이는 비체계적, 단기적, 비효율적인 방법이었고, 의료전문가로서의 권위를 인정받던 시대에나 가능했다.

현재 이루어지는 정치세력화 수준은 의협 혹은 지역의사회 임원이라는 공식직함을 통한 의료정책을 전달하는 수준이며, 이는 정치인, 관료 당사자에게 의료정책을 전달하는 효과는 있을지라도 정책이 한 개인의 노력보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통한 추진이라는 점에서 역시 부족하다.

최종적인 단계는 정치인, 관료에게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의료정책 제시하는 수준이다. 이는 시민사회 단체가 강력해지고 전문가로서 권위가 추락한 상황에서 의사들이 전문가로서 사회 참여하는 방법이다. 우리에게 다가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다가가고 제안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지식과 경험은 시민사회 단체와 관료들에게 절대적으로 열세이며 이는 국민 보건의료 향상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대 총선을 맞이하여 의료계가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치세력화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의협이 주도하고 전국의 지역의사회가 보건의료 정책집을 제작하여 전국적으로 총선 출마자에게 전달, 의사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음을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지지 혹은 반대를 할 수 있음을 표현, 보건의료단체 중 타 직역보다 월등히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료기관에서 의사들의 영향권에 있는 구성원 또한 표로 연결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할 것,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가 곧 지역 유권자임을 인식시키고, 선거기간 중 이렇게 많은 유권자를 접촉할 수 있는 직업이 의사라는 것을 인식, 방문환자수가 얼마나 많으며,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충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우리가 인식하고 정치인들에게 또한 인식하게 할 것, 의사들이 적극적인 후원을 통하여 정치인의 정치활동에 큰 버팀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정치무관심, 정치중립이라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의사가 탈피하고 급속히 추락하는 의료전문가로서의 권위를 집단적, 체계적인 정치세력화를 통하여 회복하도록 하해야 한다. 의사의 정치세력화는 의사가 한국사회 유일한 보건의료전문가라는 사실을 국민과 정치권에 인식시키는 과정임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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