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고전 중 하나가 바로 ‘삼국지’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많은 이의 선택을 받는 이유는 많겠지만 그 중 하나는 세 나라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보는 이로 하여금 박진감을 느끼게 했다는 점이다. 한 나라의 독점보다 서로 견제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싸움이야말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배경이다. 현재 항응고제 시장이 뜨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비슷한 3개 제품의 엎치락뒤치락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항응고제 시장에서 와파린의 시대는 저물고, NOAC(New Oral Anti-Coagulant, 신규경구용항응고제)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NOAC 삼국시대를 이끌고 있는 바이엘의 ‘자렐토’(리바록사반), 베링거인겔하임의 ‘프라닥사’(다비가트란 에텍실레이트), BMS와 화이자의 ‘엘리퀴스’(아픽사반)를 통해 현재 항응고제 시장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시장 성장을 전망해 본다.

항응고제 ‘NOAC 삼총사’ 삼국지 열전
경쟁 제품보다 효능 우월성 입증이 관건

■ 항응고제 시장 현황

현재 항응고제 시장을 수치화하기는 어렵다. 지난 50여년간 항응고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와파린의 사용범위가 항응고제 분야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와파린이 항응고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사용되는지 파악이 힘들어서다.

항응고제 시장에서 NOAC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2014년 3개 치료제의 총 매출은 100억 원대였다. 하지만 지난 2015년 7월부터 와파린을 사용할 수 없는 고위험 심방세동 환자와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 색전증의 1차 치료로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처방량이 급증했다.

IMS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200억 원대로 나타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자렐토가 108억원, 프라닥사가 58억원, 엘리퀴스가 37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액은 크지 않지만 전년과 대비할 때 증가율이 놀랍다.

자렐토는 전년 63억원대에서 71.6%가 증가했고, 프라닥사도 29억원대에서 94.5%, 엘리퀴스도 7억원대에서 무려 428.5%가 성장한 것이다.

◇NOAC 주요 3품목 매출액 비교(단위: 백만원, %)
제품명 2015년 3분기(누적)2014년 3분기(누적)증감률
자렐토
10,810
6,300
71.6
프라닥사
5,828
2,996
94.5
엘리퀴스
3,719
704
428.5
◇NOAC 주요 3품목 적응증 등 특징 비교
제품명 자렐토 프라닥사 엘리퀴스
성분명리바록사반

다비가트란
에텍실레이트

아픽사반
제조사바이엘 베링거인겔하임BMS-화이자
적응증▷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의 위험 감소
▷심재성 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의 치료
심재성 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의 재발 위험 감소
▷하지의 주요 정형외과 수술을 받은 성인환자의 정맥혈전색전증 예방
▷심장표지자 상승을 동반한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을 경험한 환자에서 아스피린과의 병용 혹은 아스피린 및 클로피도그렐과 병용시 죽상동맥혈전성 사건의 발생률 감소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의 위험 감소
▷심재성 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의 치료
심재성 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의 재발 위험 감소
▷고관절 또는 슬관절치환술을 받은 환자에서 정맥혈전색전 증의 예방
▷고관절 또는 슬관절치환술을 받은 환자에서 정맥혈전색전증의 예방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의 위험 감소
▷심재성 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의 치료
심재성 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의 재발 위험 감소
용량
2.5, 10, 15, 20mg
110, 150mg
2.5, 5mg
약가
2.5mg 1485원
10, 15, 20mg 2626원
110mg 1795원
150mg 1851원
1313원

▲ 항응고제

■ NOAC 주요 제품

자렐토, NOAC 선두…‘일일 1회’ 복약편의성 강점

자렐토 성분인 리바록사반은 혈액 응고 증폭 과정이 발생되기 전에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약물이다. 즉 혈전 생성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Factor Xa에 직접 작용, 상위단계에서 트롬빈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바이엘이 내세우는 자렐토의 장점은 전 세계 7만5000명의 환자가 참여한 광범위한 임상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200만명 이상에게 처방되고 있는 약물이라는 점이다. 자렐토는 2008년 캐나다에서 정맥혈전색전증 예방 적응증의 첫 허가를 시작으로 현재 유럽, 호주, 중국, 멕시코 등 110여개 국가에서 허가를 받아 85개 국가에서 시판되고 있다. 국내에는 2009년 4월 승인 후 7월부터 시판 중이다.

자렐토의 효능을 살펴 본 주요 임상을 보면 슬관절 및 고관절 전치환술을 받은 환자들의 VTE 예방을 위한 자렐토와 에녹사파린의 비교(RECORD), VTE 치료 및 이차 예방(EINSTEIN),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예방(ROCKET AF),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의 2차 예방(ATLAS ACSTIMI 51) 등이 있다. 이 임상시험들은 모두 3상이 완료된 것으로 이런 임상을 통해 자렐토는 심근경색증, 심혈관 질환 사망, 전체 사망률 등에서 와파린 대비 우수한 프로파일을 확인했고 와파린보다 출혈 발생의 위험을 감소한 것을 증명했다. 이에 미국심장학회(ACC), 유럽심장학회(ESC) 등 주요 학회들은 2012년 가이드라인에서 새로운 항응고제가 와파린과 비교했을 때 효능, 안전성 프로파일, 편리성을 갖추고 있기에 이들을 권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자렐토는 75세 이상의 환자에게도 사용이 가능하며, 중증도 신기능 장애 환자에게도 15mg을 사용했을 때 안전하다는 프로파일을 인정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일 1회 복용이라는 복약 편의성을 바이엘은 자렐토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허혈성뇌졸중 예방 ‘프라닥사’ 아시아 환자에 적합

베링거의 ‘프라닥사’는 자렐토와 엘리퀴스와 다른 기전을 가진다. 사반 계열이 Factor Xa에 직접 작용하는 것에 비해 프라닥사는 직접적으로 트롬빈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베링거는 심방세동 환자가 겪는 뇌졸중 중 92%를 차지하는 허혈성뇌졸중에 주목했다. 프라닥사는 RE-LY 임상을 통해 와파린 대비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위험 35% 감소, 심방세동 환자의 허혈성뇌졸중과 출혈성뇌졸중 모두 유의하게 감소(25%, 74%), 두개내 출혈 59% 감소를 확인했다.

베링거 관계자는 “프라닥사 150mg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통해 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 위험 모두를 낮춘 유일한 치료제”라며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 중 최장인 6.7년 동안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특히 프라닥사는 임상연구 결과가 실제 치료 환경에서도 이어지는지 확인해봤다. FDA(미국식품의약국)에서 독립적으로 수행한 Medicare Study는 시스템에 등록한 65세 이상 환자 13만4000명을 대상으로 와파린과 프라닥사의 치료를 비교했다. 그 결과 프라닥사 치료군이 와파린 치료군보다 허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을 20% 낮췄고, 두개내 출혈 위험은 66%, 뇌내 출혈은 67% 낮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망률 역시 프라닥사 치료군이 와파린 치료군에 비해 14% 낮게 나왔다.

한편 베링거는 항응고제의 효과를 역전시킬 수 역전제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베링거 관계자는 “항응고 치료시 출혈은 항상 발생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에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데 프라닥사 역전제가 치료 중 출혈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며 “프라닥사 역전제인 프락스바인드는 NOAC 가운데 최초로 2015년 말 FDA와 유럽 EMA의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고 말했다.

‘엘리퀴스’ 아스피린 치료와 유사한 출혈 안전성 입증

BMS-화이자의 ‘엘리퀴스’는 경쟁 두 제품에 비해 스타트가 늦었다. 엘리퀴스 2.5mg, 5mg 두 용량은 2013년 허가를 거쳐 2014년 9월 출시됐다. 하지만 늦은 만큼 준비를 철저히 했다. 엘리퀴스는 와파린 치료가 적합한 환자와 부적합한 환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출혈 위험 감소를 입증했다.

특히 아스피린과 비교해서도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한 유일한 약물이라는 점을 화이자·BMS는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와파린 치료가 적절하지 않은 환자는 아스피린 치료가 권장됐다.

하지만 아스피린은 와파린보다 출혈위험은 적지만 뇌졸중 위험 감소 효과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엘리퀴스는 와파린 치료 요법이 적절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아스피린 대비 임상연구(AVERROES)에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의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또한 심방세동 환자에서 와파린 대비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감소 효과를 살펴 본 ARISTOTLE 연구로 뇌졸중 및 전신 색전증 위험 21%, 주요 출혈 31%, 사망 위험 11%를 각각 감소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화이자·BMS 관계자는 “고령자에서도 연령 조건만으로는 용량 조절이 필요하지 않고 신장 배설이 27%로 낮아 경증 또는 중등도의 신장애 환자도 용량 조절 없이 간편하게 투여할 수 있다”며 “또한 엘리퀴스는 음식물과의 상호작용이 적어 복용 중 특별히 피해야 하는 음식물 등의 식사제한 없이 하루 2회 물과 함께 복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화이자·BMS 역시 역전제 개발이 한창이다. Factor Xa 억제제 역전제인 안덱사넷 알파는 지난 2014년부터 3상 연구를 통해 긍정적인 데이터를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릭시아나’ 와파린 한계점 개선한 새로운 항응고제

자렐토와 프라닥사, 엘리퀴스이 3개 제품이 경쟁하던 NOAC 시장에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다이이찌산쿄의 ‘릭시아나’(에독사반)다. 기존 제품들이 가진 대부분의 적응증을 품고 지난해 8월 허가를 획득한 후 지난 2월 1일 급여 출시됐다. 식약처는 릭시아나정 15mg, 30mg, 60mg 3개 용량에 대한 시판을 승인했다. 릭시아나의 약가는 15mg이 945원, 30mg과 60mg이 2364원으로 정해졌다.

다이이찌산쿄가 주장하는 릭시아나의 강점은 와파린의 한계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극복한 항응고제라는 점이다. 다이이찌산쿄 관계자는 “릭시아나는 음식물에 관계없이 하루 한 번 복용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편하다”며 “일부 항응고제의 경우 하루 두 번 복용하거나 음식물과 함꼐 복용하거나 다른 약물과 복용시 효능과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릭시아나는 이런 불편함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특히 릭시아나는 아시아에서 개발된 유일한 항응고제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이이찌산쿄 관계자는 “기존 항응고제들이 미국/유럽에서 개발되어 서양인 대상 연구 비중이 높다면 릭시아나는 아시아에서 진행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동양인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동양인에게 적합한 약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릭시아나 역시 임상연구를 통해 와파린보다 주요출혈 위험성 20%, 두 개강 내 출혈 53%, 사망에 이르는 출혈 45%를 각각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여줬다.

■ 항응고제 시장 성장 전망

인구 고령화로 뇌졸중 환자도 증가 예상
와파린 단점 보완한 NOAC으로 대체 중
성장 가능성 높고 시장주도권 경쟁 계속

인구 고령화와 서구식 식생활로 모든 질병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중 우려되는 질환이 혈전에 의한 뇌졸중이다. 신체에 피가 원활히 순환되어야 하는데, 혈전(피떡)이 생겨 심장이나 뇌의 혈류를 막게 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이나 전신색전증 예방을 위해서는 와파린을 비롯한 비타민K길항제가 1950년대부터 50년 이상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역사가 오랜 만큼 약점이 있는 약물이 와파린이다. 와파린은 치료범위가 좁고 다른 약물이나 음식, 술 등의 환경적 요인과 인종 및 개인차 등의 개인적 요인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와파린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병원에 방문할 때 마다 혈액 검사를 통해 INR(혈액 응고 시간의 국제 표준화 단위) 레벨을 2~3으로 유지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좋은 치료제이지만 분명 핸디캡을 갖고 있는 것이다.

NOAC은 와파린에 비해 빠르게 작용하고 빠르게 소실된다. NOAC 제품 모두 와파린과 비교한 임상연구를 통해 동등 이상의 효과를 보이면서 환자 편의성과 안전성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항응고제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

주요 대상 환자군이 비교적 고령인 60대 이상이고 서구적인 식습관으로 인해 뇌졸중 고위험군이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NOAC의 적응증 중 하나인 심부정맥혈전증 환자도 증가 추세에 있어 NOAC 치료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존 3개 제품에 더해 최근 출시된 릭시아나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타 제품에 비해 우월성을 입증한다면 치고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겠지만 경쟁 제품과의 일대일 매치는 부담스러워 하는 업계 정서상 해당 제약사들은 종합병원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의 강점을 어필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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