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2016년 2월 3일 우리나라 보건의료 역사에 획을 긋는 법률이 공포되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관한 법률’ 가칭 호스피스·연명의료법이라고 부르는 법이다. 2003년 말기암환자 중심의 호스피스제도 도입, 2015년 7월 호스피스 건강보험 확대 적용으로 후기의료체계의 걸음마를 떼었다고는 하나, 이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품위 있는 죽음’ 도 ‘건강한 삶’ 만큼 중요한 정책영역이 된 것이다.

국민의 삶의 마무리 돌봄(end-oflifecare)을 다루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제도는 자칫 생명경시 풍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종교계 등의 우려가 여전하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 제도가 의료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결정절차 등을 철저히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성질환을 앓는 고령자가 많아지는 현실을 고려해 말기환자라면 누구나 양질의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 환경을 우선 갖춰 생명 존중의 문화를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연명의료 중단 제도 시행보다 호스피스 제공 제도 시행이 6개월 먼저, 2017년 8월에 시행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호스피스기관 확충·질 관리 강화= 정부는 우선 호스피스 대상자를 비암성 말기환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말기환자는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다. 호스피스 대상자는 말기암환자 7만6611명(2014년 사망자 기준)에 한정되었던 것을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및 만성간경화를 앓고 있는 말기환자(각각 121명, 약 5014명, 약 2315명)까지 확대된다. 말기환자의 질환 종류도 하위 법령에서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말기암환자에 한정되어 적용되고 있는 호스피스 건강보험수가가 유사하게 적용될 경우 선택진료료,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도 보험적용이 되면서 의료비 부담도 크게 줄어들어,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말기환자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늘어나는 호스피스 대상자에 맞춰 호스피스를 다양한 곳에서 제공토록 하고 전문의료기관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는 주로 전용입원병동에 입원해서 호스피스를 받는 입원형 호스피스 제공체계가 주였다면, 앞으로는 환자가 원하는 곳에서 호스피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입원형(전문병동), 자문형(일반병동) 및 가정형(가정) 3가지 종류로 각각 지정해 다양화함으로써 호스피스 이용률(말기암환자기준 13.8%)과 이용기간(말기암환자 기준 평균 23일)을 늘림으로써 말기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전국 66개(1108개 입원병상)인 호스피스 전문의료기관도 호스피스 이용률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해 적정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이번 법령제정으로, 그간 호스피스 전문기관으로 지정신청 조차 할 수 없었던 요양병원이 2년 후부터는 인력·시설·장비를 갖춰 지정신청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급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에 요양병원을 선별하여 우선 말기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호스피스 제공 시범사업을 실시하여 요양병원의 지정 요건을 점검·보완하고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정을 확대해갈 예정이다.

◇비암성말기환자까지 확대= 호스피스 전문의료기관의 양적인 확충과 동시에 질 관리 체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평가를 세부적으로 공개하고 그 평가결과에 따라 차등 지원할 수 있게 되어 전문의료기관이 질 향상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 기전에 대한 근거도 명확히 마련되었다.

호스피스 활성화에 핵심 동력은 국민의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개선과 선택의지이고 핵심 기반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제공역량이다. 생명 존중의 문화 확산과 호스피스 활성화, 후기의료체계의 제도정착을 위한 종교계, 학계, 의료계 등 각계의 협조와 노력을 당부 드린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