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태
고려대 의과대학 의인문학교실 교수
의사평론가
요즘 툭하면 스팸문자가 온다. 예비후보네, 어느 동네의 딸이네, 아들이네 하면서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어디서 내 전화번호는 알아낸 것일까? 이건 선거도 시작되기 전에 불법이 판을 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곳저곳 SNS에도 목에 핏줄 세우고 외치는 정객들이 등장했다. 어찌 이리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이 저따위 저급한 정치집단을 만드는지 궁금해져서 쓸데없는 생각에 잠긴다.

정치 집단을 이렇게 매도하면 욕을 바가지로 하는 사람들도 있고, 무슨 근거로 그따위 망발을 하느냐는 인사도 있을 것이나, 대부분 나와 안면이 있는 이들은 ‘다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쓸데없는 시비나 걸어 똥통에 빠지지 말고 이리 나오시오.’라고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어찌 생각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단순 무식에다가 정치적 식견도 갖추지 못한 나는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정치 집단들을 굉장히 단순하게 5단계로 분류한다.

보통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가운데 두고, 내 나름의 기준에 따라 그보다 나은 것이 좋은 정치 집단, 그보다 낮은 것이 나쁜 정치 집단, 그리고 맨 위에는 더 좋은 정치 집단, 그 바닥에는 더 나쁜 정치 집단. 이렇게 다섯으로 분류를 하는데 내가 철든 이후에 본 우리나라의 정치 집단은 하위 두개의 그룹 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실태조사의 결과도 부끄러울 수밖엔 없다고 믿는다.

민족의 무한한 번영과 행복을 꿈꾸며 정치에 입문한 무리들에게 너무 심한 폭언을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지만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자면 “나쁜 정치 집단”과 “더 나쁜 정치 집단”이 가끔씩 정권 교체를 해 봐야 거기서 거기, 기준에 못 미치는 행태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절망적 자괴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SNS상에는 각종 편향된 시각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면서 60대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나라가 망한다고도 하는 정치학자인지 독설가인지 모르겠는 인사들이 활동하기도 하고, 노틀들이 집안에 자빠져 잠이나 잘 일이지 알지도 못하면서 선거에 나선다고 욕하는 정치 집단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나름 편향되지 않고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보통 국민이 선택할만한 정치 집단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4등급짜리 ‘나쁜집단’과 퇴출 대상인 ‘더 나쁜 집단’ 중에 누구를 선택해도 결과는 그 집단이 가진 속성이 그러하니 평균이하의 청렴도와 신뢰도를 가진 집단에 의해 나라가 운영되니 안타까울 수밖엔 없지 않을까?

그래도 양심을 걸고 민족의 창대한 미래를 위해 내 한 몸 희생하여 깨끗한 정치를 실현해 보겠다는 인사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조직에 속하면 별 수 없지 않겠는가? 그들 중에 속해 있다가 드디어 혁신의 때가 되었다고 튀어나가는 집단은 다섯 단계의 분류에 넣기보다는 이제 곧 우리 땅을 떠날 철새로 분류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한다.

이건 우리 동네 재래시장의 이야기라고 해두자. 이 시장을 장악하려는 두 개의 조직이 있는데 하나는 이름이 ‘양아치파’이고, 하나는 ‘깍두기파’라고 하자. 보기에는 매우 민주적인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4년마다 한 번 씩 상인들이 투표해서 대표를 뽑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고, 이렇게 뽑힌 열 명의 대표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시장을 꾸려나가고 있는데 이들은 상권 보호의 명목으로 상인들에게서 돈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비협조적인 상인은 못살게 굴어서 내쫒기도 하고, 뒤로는 몰래 웃돈 받고 가게 터를 팔아먹기도 하고, 각종 운영 규칙을 정해 동네 상인들을 괴롭히는 구조라 지탄을 받고 있는데, 상인들 스스로 무엇을 개선하려 해보아도 다음 선거에서는 말만 앞세우는 ‘양아치파’나 위협적 행동을 보여주는 ‘깍두기파’ 이외에는 운영위원 후보로 나설 사람도 없으니 이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런 투표에 상인들이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지난 수차례의 선거에서 투표율이 몹시 하락한 우리나라의 현실이 이런 것은 아닐까 걱정을 담아 자문해 본다. 그런데 세상의 일이 우리 의사 사회에도 비슷하게 재현되고 있어 그것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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