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숙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지난달 27일 정부는 2015년에 시행한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평가한 결과 환자 만족도는 80%를 넘고,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 보안·기술의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4년 9월부터 의료계가 반대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의료계의 참여는 철저히 배제한 채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내용과 진행 과정, 사용 시스템, 참여 의료기관 등에 대해 전혀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진행해왔다.

마찬가지로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에 대한 세부 기준, 평가자, 평가를 위한 연구 설계 등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은 채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 결과만을 발표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 과정과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평가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의료계가 평가 결과를 수용할 수 없는 구체적인 이유는 평가 결과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허술하기 때문이다.

◇임상적 유효성?= 원격모니터링 받은 환자들의 혈당과 혈압이 감소했다는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임상연구 설계의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이를 원격의료의 임상적 유효성 검증 결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즉, 시험군과 대조군 선정 기준과 선정 당시 임상적 수치의 차이, 모니터링 과정에서 집단별 처치 차이, 3개월간의 짧은 기간 등 임상연구 설계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무런 처지를 받지 않고 대면진료만 받았던 대조군의 혈당과 혈압도 감소하였다. 그렇다면 평가 결과가 원격의료로 인한 순수한 임상적 효과이며, 그게 의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임상적 유효성이라고 볼 수 있는가?

◇임상적·기술적 안전성?= 정부가 임상적·기술적 안전성을 평가해 안전이 입증되었다고 밝혔지만, 단순히 원격의료와 관련 있는 오진과 부작용 등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임상적 안전성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그건 어떻게 평가했는지 왜 공개하지 않는가? 원격의료 시스템의 실질적 보안 안전성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최소한의 보안 수준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평가해놓고 실질적 평가로 해킹 위험을 막을 정도로 안전한지를 봐야 하는 원격의료 시스템의 기술적 안전성을 평가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만족도·복약순응도?= 원격의료는 기존에 대면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특히 자신의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시범사업에 참여한 환자들에게 새롭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환자의 상태에 관심 가져드린 것에 대해 만족합니까?” “모니터링 할 때 약 잘 드시라고 했는데 잘 드셨습니까?”라고 물으면 어떤 환자가 부정적으로 대답할 것인가?

그동안 의료계는 오랜 기간 연구해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원격의료의 임상적 안전성 및 유효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원격의료 시스템의 보안 및 기술적 안전성부터 자체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원격의료 시범사업 현장 공개를 무려 23차례 요청했으나 정부로부터 거절당했다.

지금처럼 비공개로 진행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이고 짜맞추기식 평가 결과는 신뢰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