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

글로벌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노인인구의 증가와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수요 증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따른 신종질환의 증가,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가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 중심의 헬스케어시스템에서 건강증진, 치료, 예방, 진단, 처치, 모니터링, 사후관리 등이 패키지화된 건강관리 중심의 헬스케어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보건의료산업의 중요성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더욱더 증대되고 있다.

세계 보건의료산업 시장은 약 8000조원의 규모, IT산업 시장의 3800조원과 자동차산업 시장의 1800조원 합산보다 큰 규모로서, 선진 주요 국가들은 IT관련 산업에서 벗어나서 국가 성장 동력 전략산업으로 보건의료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고령자들의 건강관리를 돕기 위해서 병원중심의료로부터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일차의료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공급체계를 전환하여 의료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복지국가의 패러다임으로부터 근로 동기를 중시함으로써 정부 개입을 축소하고 시장적인 접근으로 전환 추세에 있다.

◇헬스케어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 대처 중요= 이러한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규제당국과 보험당국, 환자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 시장이 요구하는 가치 기반의 혁신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목표시장 내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의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가치사슬과 연계되는 내부 또는 외부 역량의 분석과 보유 또는 미 보유 기술포트폴리오에 대한 가치평가, 가치 기반의 산업적인 해석과 글로벌 대응이 중요하게 되었다.

다국적제약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글로벌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 맞춰서 아이디어와 기술을 외부 도입과 동시에 개발된 기술을 외부로 방출하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체제 구축을 가속화 해왔고, 핵심연구개발 과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사노피가 우리나라 제약기업인 한미약품과의 오픈이노베이션 협력을 통해서 5조원에 달하는 기술료를 지급하고 기술도입을 한바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용어는 우리 제약업계에서만 통용되고 있는 용어가 아니다. 이미 13년 전인 2003년 헨리 체스브(Henry Chesbrough) 미국 버클리대학 교수가 “Open Innovation: The new imperative for creating and profiting from technology”라는 제목의 책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의 용어와 개념을 정리하여 발표한바 있다.

이후에 다양한 산업분야에 걸쳐서 많은 기업과 R&D기관들이 오픈이노베이션을 채택하면서 오픈이노베이션이 전 세계적인 R&D 방법론으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필자도 10여 년 전부터 여러 강연과 저술을 통해서 글로벌 신약개발을 목표로 하는 국내 제약기업과 바이오기업, 스타트기업을 대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새로운 신약개발전략에 대해서 전파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개념은 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자체 R&D 역량과 성과만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R&D 결과물 및 지식자산을 활용하거나 자신의 지식자산을 적극적으로 아웃소싱하거나 다른 기업을 통해 사업화하면서 혁신과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외부와 다양한 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위험과 기회를 공유하는 전략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의 개념은 단순한 과제협력의 방식을 넘어서 파트너와 지식정보, R&D, IP, 사업의 위험과 기회, 수익을 공유하는 것이며, 수익을 나누더라도 전체 파이와 시장을 더 키우면 된다는 인식에 기초하여 다양한 협력 유형과 채널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장기적 경영계획 아래 아웃소싱 철저하게 이뤄줘야= 지금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은 제로베이스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아웃소싱 전략을 재설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경영계획 아래 적극적인 아웃소싱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경쟁력 제고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항상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에서 진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제약기업과 바이오기업, 스타트업기업의 M&A와 파트너십 형성, 기업 투자활동, 라이선스협약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 마케팅, 기술력, 생산시설 등의 확보를 통해서 품목 확대 및 신규 영역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이제부터는 비전 주도형 R&D를 통해서 연구소의 위상은 더욱 더 격상 되어야 한다. 연구소가 사업부서의 아이디어를 승화시키고, 기술적인 관점에서 “10년 후 먹거리전략”으로서 성장엔진을 찾아내야 할 때다.

한미약품의 글로벌 기술수출 성공을 넘어서서 다국적제약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넘어서야 한다. 미래는 비전 주도형 R&D를 통한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기술과 사업이 양 방향에서 어떻게 변화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독자적인 “Global Technology Outlook”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