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강국 도약 ‘퀀텀 점프’ 필요
세계 7대 강국 진입 위해 점유율 3.8%로 높이고
의료기기 GDP 5조원서 12조원으로 높여야 가능

▲ 박순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산업지원단장

지난 12월 초 국내 중소의료기기 기업 9개사와 함께 중국 위해시와 연태시를 다녀왔다. 우리 기업들의 중국 현지화를 위해 시정부와 산업단지를 시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할 때 인허가, 유통에 있어 수입제품으로서 한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성장하는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서 중국에 생산기지를 만들거나 중국기업과 합작하여 중국산으로 인정받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2개 시정부와 산업단지 관리기관으로부터 적극적인 입주 제안을 받았는데, 시장을 포함하여 상무국장, 위생국장 등 인허가와 투자유치 책임자들도 우리에게 대단히 적극적이었다. 시찰단에 포함된 9개 기업들은 중소기업 규모임에도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한·중 FTA 체결, 외자기업 유치정책 뿐만 아니라 정부기관(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제조업단체(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가 중개자가 되어 공신력과 협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 MOU도 체결되었는데 그 형태가 조합, 연태시, ㈜멕아이씨에스, 연태경제기술개발구 4자 협약이었다. ㈜멕아이씨에스 김종철 대표는 개별기업으로 중국 관리를 만나기도 힘든데, 공공기관․단체와 함께 하니 중국과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더 좋은 제안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하였다. 이러한 공적인 중개역할이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우리 의료기기산업을 육성하는 정부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이 된다.

■ 정부의 의료기기산업 비전=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의료기기산업 비전은 2020년까지 세계 7대 강국 도약이다. 그 내부를 살펴보면, 7대 강국을 위해서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1.2%에서 3.8%로 끌어올려야한다. 현재 의료기기 GDP 5조원 수준에서 12조원으로 높여야 가능한 수치이다. 먼저 우리 의료기기산업 현황을 시장, 기업, 기술 측면에서 살펴보자.

◇시장= 세계시장은 340조원, 한국은 5.1조원, 약 1.5%이다. 우리시장의 성장률은 7% 수준으로 세계시장 성장률 6%보다 높다. 생산 중 절반 이상을 수출(56%)하고 무역수지 적자폭(5.5천억원)도 감소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대학병원의 외산점유율은 90%를 상회하고 치료재료의 80%가 수입산이다. 이러한 추세로는 5년안에 7조원 추가생산은 힘들다.

◇기업= 글로벌기업들은 M&A로 거대화되고 있는 반면, 우리기업의 규모는 영세하다. 생산기업수 2786개 중 1천억원 이상 생산기업은 3개, 100억원 이상 생산기업은 86개(3.1%), 10억원 미만은 2256개로 전체의 81%이다. 기업당 평균 15명이 종사하여 삼성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기업이 전무하다. 고가 대학병원 시장은 고전하고 있지만, 중소병원․중저가시장에서는 수출확장세에 있다.

◇기술= 전반적인 평균 기술수준은 최고선진국 대비 60%라고 하지만, High-tech의 경우 크게 미달하는 상황이다. 수입 상위품목은 스텐트, 인공신장, CT, MRI, 인공관절 등 체내삽입제품이거나 고가장비가 주류이다. 또한 Mid-tech/Low-tech 제품에 대해서도 중국 등 신흥국과의 기술격차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경우, 영세한 규모로 인해 R&D 투자 금액 및 비중이 매우 취약하여 기술경쟁력에서 우위를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 중가시장서 품질로 승부해야= 이렇듯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괄목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세계 7대 강국 진입을 하려면 퀀텀 점프가 필요한데, 구심점을 어디서 찾아야할까? 최고 고가시장인 인체삽입형 제품이나 대형 영상장비 등 첨단의료기기는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우리나라에서 당장 승부를 걸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최고가시장에서 첨단제품으로 승부를 걸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가 선전하고 있는 중가시장을 전세계적으로 확대하여 기존제품의 양적확대가 선행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제한된 자원으로 산업을 지원해야하는 산업진흥기관 입장에서는 우리가 선전하고 있는 시장에서 전략 품목과 전략국가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중가시장에서 품질경쟁력이 있는 품목을 생산하는 유망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출확대 가능성이 높은 전략국가를 선정, 마중물을 지원하는 사업형태로 방향성을 갖고자 한다.

▲전략품목: 선진 최고급제품과 경쟁에서는 힘들지만 중가시장에서 품질경쟁력으로 세계시장 확대가 가능한 품목(예: 피부레이저, 의약품주입제품, 혈당측정제품, 체성분분석제품, 정형용품, AED, X-ray, 생체현상측정제품, 치과제품 등) ▲타깃기업: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이 가능한 중소의료기기 기업(10억~100억원 생산, 약 450개, 전체 중 16%) △전략국가: 큰 시장에 비해 많이 수출하지 못한 중국, 브라질, 영국, 프랑스, 중동시장 등.

■ 전세계 중가시장 개척하려면= 도약가능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세계 중가시장 확장에 기여하는 것을 타깃으로 잡았다면, 이를 위한 지원정책으로 3가지의 신규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기업단위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제약업계는 법에 의하여 혁신형 제약기업을 운영․지원하고 있고, 산업부는 전산업을 대상으로 월드클래스 300과 같은 기업단위 지원책이 있지만, 의료기기분야에 맞추어진 기업단위 정책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혁신형 의료기기기업을 지정하여 R&D, 기술사업화, 임상테스트 지원(진흥원), 인허가 지원(식약처), 보험등재(심평원), 신의료기술평가지원(NECA), 수출 컨설팅 및 바이어 매칭(의료기기조합) 등 지정된 기업에게 전주기적으로 유관기관이 전폭적인 지원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형기업 지정 등에 대한 육성법 마련, 사업예산 등이 수반되어야하고, 작지만 실력있는 강소기업이 지정될 수 있도록 도약형 중소기업들이 포함될 수 있어야할 것이다.

둘째, 의료기기 특성화대학원 고도화를 통한 전문인력 양성이다. 동국대, 성균관대를 선정하여 대학원을 운영한지도 만3년이 지나고 있다. 이제는 2기 사업을 준비하면서 특성화 대학원의 추가지정, 지원기간 확대, 기업과의 연계 프로그램 강화, 대학별 전문분야 설정, 학생 역량 강화를 위한 각종 지원금 마련 등을 기획하고 있다. 의료기기기업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특성화대학원에서 기업 맞춤형으로 양성하여 배출한다면 인력난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타깃기업을 중심으로 해외파견 사절단을 꾸려 전략국가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의료기기산업 특성상 해외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링이 이루어지는 만큼 수개월전부터 신청기업을 모집하고 해당국에서도 KOTRA 등 유관기관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사전에 바이어 매칭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실제 상담이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다. 행사 직전 급조된 사절단 형태로는 별 소득도 없이 해외출장만 다녀오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국가의 공신력 있는 유통인들을 공공기관이 중개하여 실제 수출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우리 의료기기산업이 전체 제조업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주력산업으로서 기여할 수 있도록 의료기기산업이 도약하는 시기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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