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
올 초부터 국내 병원산업에 대한 정부 패러다임 변화가 보이고 있다. 그 변화의 조짐은 그 동안 갑론을박으로 논쟁만 일삼든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의료해외진출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올해 6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의료해외진출법은 국내의료의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의 의료이용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부차적인 기대효과로 의료서비스산업을 통한 우리 경제 및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해외진출법은 보건의료산업 지원과 환자 권익을 함께 다룬 최초의 공익적 산업육성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법 제정의 기대효과로 연간 3조원 부가가치 및 5만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에서 형평성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해 온 정부(복지부)가 이처럼 정책 방향을 전환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최근 우리 경제사회의 정체성과 일자리 창출 부진이 주요한 이유라고 할 있다.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계층간 양극화 문제, 복지재원 부족 및 고용문제의 심각성이 정책화두가 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부서이든 복지부서이든 서비스산업의 핵심인 의료산업 발전이 초미의 정책관심이 된 것이다. 이 같은 논거로 지난 5년간 산업분야별 창출된 새 일자리의 통계를 살펴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의료와 병원산업정책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서비스산업진흥법’은 아니지만, 나름의 의료부문에 촉진적인 법안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료에 규제중심적인 정부 역할에서 이제부터는 촉진적(promotion)인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의료시장의 시장경쟁적 장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구미 선진국형의 의료공급채널의 다원화(예: 의료급여, 건강보험, 민간의료)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검토도 필요하다. 또 의료해외진출법에 명시된 것처럼 해외의료시장에 대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포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 동안 국내 의료기관은 국내용으로 길들여져 해외 의료시장에 나갈 만한 역량을 갖춘 병원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에서 의료기관이 경쟁력과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testbed)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 그동안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을 추진하면서 ‘해외진출 성공모델이 없는가?’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그 동안 적지 않은 의료기관이 동남아와 중국으로 진출하였지만 내세울만한 성공모델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을 위해서 심도 있는 분석과 대안(solution)이 필요하다.

이밖에 2009년부터 시작된 짧지 않는 기간 동안 해외진출을 시행하면서 제기 되어온 의료기관의 해외투자 진입장벽과 과실송금문제, 의사진출인력의 부족 등에 대한 공동대안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적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정부지원으로 진출한 학습경험을 이제는 국내 의료기관들이 공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제기한 것처럼 선진국이 우리에게 의료선진국으로 가는 사다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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