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의원에서 C형 간염 환자가 80명 이상 집단 발병했다.

이에 상반기 메르스에 이어 집단 감염에 대한 국민들의 심리는 불안감을 넘어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C형 간염 감염자 중 절반 이상이 치료가 힘든 1a형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적이었다. 메르스가 높은 감염률과 치사율 때문에 공포였다지만 어쩌면 간염은 그보다 더 무서운 질환이기도 하다.

국내 간암 사망률은 10만 명당 22.8명으로 폐암 다음으로 높다. 그런데 간암의 70% 정도가 B형 간염이 원인이다. 10%는 C형 간염 바이러스로 발생하고 있다.

2014년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 중 바이러스성 간염으로 인한 간암을 포함한 간질환 사망 비율은 인구 10만 명당 36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혈압이나 당뇨,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수보다 높은 수치다.

이에 간염 치료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간염은 발견된 바이러스의 순서에 따라 A부터 B, C, D, E를 거쳐 최근 G형까지 규명됐지만 대부분의 간염 바이러스는 A, B, C형에 포함된다. 그 중 오염된 물이나 음식 또는 조개류를 먹을 때 감염이 되는 A형의 경우 대부분 자연회복이 된다.

또한 B, C형과 달리 만성화되지 않고 회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치료 후에는 항체 방어효과가 평생 지속되기 때문에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반면 B형과 C형은 바이러스 보균자인 산모를 통해 신생아에게 수직으로 감염되거나 성 접촉, 혈액 및 체액을 통해 감염이 된다. C형은 주사기나 문신을 통해서도 감염이 된다.

두 형 모두 급성 및 만성으로 진행된다. 치료방법으로는 B형의 경우 주사제 또는 경구약제 단독 또는 병용요법이 권장되는데 테노포비르, 엔테카비르, 주사제 페그인터페론이 1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C형의 경우에는 유전자형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경구용 DAA 또는 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병합요법이 권장되는 치료법이다.

‘바라크루드-비리어드’ B형간염 시장 양분
BMS-길리어드, C형간염 시장서도 맞수

2500억 규모 안정된 국내 B형 간염 치료제 시장
150억 규모의 성장성 가파른 C형 간염 치료제 주목

■ 국내 간염치료제 시장 현황

국내 간염 치료제 시장은 B형 간염 치료제가 주도하고 있다. C형 간염 치료제가 최근에 국내에 소개된 면도 있지만 국내에 B형 간염 환자가 많고 2007년 출시 이후 모든 전문의약품을 통틀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바라크루드(엔테카비르)의 영향이 크다.

▲ 간염치료제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은 2014년 기준 2500억~2600억원 정도다. 이 중 절반을 넘는 1600억원을 바라크루드가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도 800억원을 넘은 블록버스터 중의 진정한 강자다.

비록 지난 10월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네릭 ‘대전’이라고 할 만큼 무수한 제품이 쏟아졌지만 바라크루드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바라크루드를 보유한 한국BMS제약 관계자는 “평생 먹어야 하는 항바이러스 제제의 경우 약효가 떨어지거나 내성의 우려 때문에 제네릭으로의 스위치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허 만료로 가격이 떨어졌다고 약의 가치까지 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기존에 바라크루드로 효과를 보던 환자들은 계속 바라크루드에 신뢰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B형 간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져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환자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치료제 시장은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C형 간염 치료제 시장은 아직 미비한 수준이지만 성장이 가파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150억~200억원 시장을 형성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향후 4배 정도는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BMS제약 관계자는 “진단율도 아직 25% 정도로 낮고 C형 간염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도 낮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앞으로 지금보다 4배 정도는 많은 600억~700억 원 시장 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B형 간염치료제 대명사 ‘바라크루드’ 승승장구

■ B형 간염 치료제 종류

바라크루드는 B형 간염 치료제의 ‘대명사’라고 불릴 정도로 B형 간염 치료제를 대표하는 제품이다. 활동성 바이러스의 복제가 확인되고 혈청 아미노전이효소(ALT 또는 AST)의 지속적인 상승 또는 조직학적으로 활동성 질환이 확인된 성인(16세 이상)과 2세 이상 소아에 대한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치료로 사용된다.

바라크루드가 내세우는 강점은 낮은 내성 발현율과 강력한 바이러스 증식억제효과다. 이런 점은 2007년 한국 시장에 출시 이후 바라크루드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다.

2011년 대한간학회는 만성 B형 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에서 바라크루드를 초기 치료에 의사들이 참고해야 할 약물로 권고했다.

바라크루드의 효과는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바라크루드의 안전성과 내성에 대한 3년 데이터에 따르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1051명에게서 바라크루드의 장기간 복용이 중증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고 그로 인해 복용을 중단하는 것 또한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1% 수준이었다.

바라크루드의 효과는 단지 임상시험 결과에 머물지 않는다. 이는 리얼라이프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54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에서도 바라크루드는 비대상성 간경변, 대상성 간경변, 간염 등 증상의 중증도와 관계없이 높은 반응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라크루드의 대항마는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비리어드’(테노포비르)가 꼽힌다. 비리어드는 성인 및 12세 이상의 소아에서 HIV-1감염의 치료를 위해 다른 항레트로바이러스제제와 병용투여하거나 성인 및 12세 이상 소아의 만성 B형 간염을 치료하는데 적응증을 갖고 있다.

비리어드는 2012년 말 출시 당시 뉴클리오타이드 계열의 3세대 치료제라는 점을 부각했다. 특히 5년간의 내성 발현율이 0%였고, 1일 1회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이에 비리어드는 출시부터 눈에 띄는 성장을 하고 있다. 출시 3개월 누적 처방액이 60억원에 달하더니 이후 상승곡선이 꺾인 적이 없다. 이런 상승세로 지난 10월 원외처방액에 따르면 특허 만료로 바라크루드가 전년 동기 대비 30% 줄어든 107억원을 기록한 반면, 비리어드는 이보다 3억원 적은 104억원을 기록했다. 비리어드의 출시 3개월 시점 처방액이 바라크루드 134억원, 비리어드 22억원과 비교하면 실로 놀라운 추격 속도다. 그야말로 바라크루드라는 철옹성에 턱 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다.

길리어드 관계자는 “비리어드는 초 치료 환자뿐만 아니라 기존 치료제(라미부딘, 엔테카비르, 아데포비어)에 내성이 확인된 환자 모두에게 뛰어나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입증한 치료제”라며 “이에 대한간학회와 미국, 유럽, 아시아태평양간학회 등의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초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차 치료제로 비리어드를 우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간염 치료제 주요 품목별 특징 비교

구분바라크루드비리어드다클린자+순베프라소발디+하보니
성분명엔테카비르테노포비르다클라타스비르+아수나프레비르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
제약사한국BMS제약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한국BMS제약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적응증활동성 바이러스의 복제가 확인되고 혈청 아미노전이효소(ALT 또는 AST)의 지속적인 상승 또는 조직학적으로 활동성 질환이 확인된 성인(16세 이상)과 2세 이상 소아에 대한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치료성인 및 12세 이상의 소아에서 HIV-1감염의 치료를 위해 다른 항레트로바이러스제제와 병용투여하거나 성인 및 12세 이상 소아의 만성 B형 간염을 치료대상성 간질환(간경변을 포함)을 가진 성인 환자에게 다른 약제와 병용하여 유전자형 1b형 만성 C형 간염의 치료다른 약물과 병용하여 성인의 유전자형 1, 2, 3, 4형 만 성 C형 간염의 치료
매출액1500억원약 1000억원 예상다클린자 9.9억원/순베프라 2.5억원(2015년 3분기)보험급여 전

C형 간염 치료효과 90%·저렴한 ‘닥순요법’

■ C형 간염 치료제 종류

C형 간염에 대한 인지도는 우연찮게도 최근에 높아졌다. 이는 서울의 한 의원에서 C형 간염 환자가 집단 발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C형 간염 치료제의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은 바라크루드로 간염 치료제 시장을 장악한 한국BMS다. 한국BMS은 지난 8월 국내 최초의 C형 간염 경구용 치료제를 선보였다. 주인공은 직접작용 항바이러스제(DAA)인 범유전자형 NS5A복제 복합 억제제인 다클린자(다클라타스비르)와 NS3/4A 프로테아제 억제제인 순베프라(아수나프레비르)다.

다클린자는 한국에서 대상성 간질환(간경변을 포함)을 가진 성인 환자에게 다른 약제와 병용하여 유전자형 1b형 만성 C형 간염의 치료제로 허가됐다.

다클린자와 짝을 이루는 대상이 순베프라다. 즉 다클린자/순베프라(일명 닥순요법) 병용요법은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없이 경구 약물로만 이루어진 국내 최초의 C형 간염 치료법이다. 권장 용량은 식사와 상관없이 다클린자 1일 1회 60mg을 순베프라 1일 2회 100mg과 병용해 24주가 경구투여하는 것이다.

닥순요법의 특장점으로는 우선 C형 간염 치료에 있어 최초로 경구 약물로만 이루어진 치료법이라는 점이다. 기존까지는 인터페론이라는 주사제와 리바비린이라는 경구제의 병용 치료가 기본이었다. 하지만 이 병용요법은 발열과 전신근육통과 같은 독감 유사증상과 우울증, 불면증 등의 정서 문제 및 백혈구감소, 빈혈, 갑상선 기능 장애, 탈모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인터페론과 리바비린의 병용치료를 받은 뒤 치료 종료 후 12주째 지속되는 바이러스 반응률을 보는 SVR12는 62.7%에 불과하다. 특히 간경변이 있는 경우 유전자 1형에서 SVR은 20.8%에 불과하고 부작용이나 합병증의 위험이 더 높다고 한다.

하지만 닥순요법의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치료 무경험군에게서는 3%, 기존 치료 무반응군과 기존 치료 부적합성군에서는 각각 1%였다.

치료 효과는 80~90%로 높게 나타났다. 2014년 유럽간학회에서 발표된 HALLMARK-Dual 연구에 따르면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서 SVR12가 90%에 이르렀고 기존 치료에 무반응이거나 불내약성의 혹인 부적합 환자에서도 SVR은 82%를 보였다. 특히 HCV 유전자형 1b형 환자 유병률이 높은 한국인과 대만인 환자에 대한 효과만 따로 연구한 하위분석 데이터에서는 한국 환자에서 치료 무경험군의 SVR은 95%로 나타타 한국인에게 더욱 적합한 치료요법임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닥순요법의 가장 큰 장점은 약가다. 한국BMS제약이 지난 8월 정부로부터 받은 보험약가는 다클린자 60mg은 4만1114원, 순베프라는 100mg 5154원으로 결정됐다. 치료기간을 24주로 잡고 총 소요되는 약제비를 계산해보면 다클린자 1일 1회, 순베프라 1일 2회 요법으로 863만8896원이다. 환자들은 약 259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이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치료요법의 약제비가 약 785만원이며 환자 본인 부담금이 50%에 해당하는 392만원인 것에 비해 오히려 저렴한 약가인 셈이다. 즉 보다 좋은 치료제이면서도 환자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준 고마운 치료제인 셈이다.

C형 간염 치료제 시장에서도 BMS의 경쟁자는 길리어드다. 길리어드는 BMS의 ‘다클린자’와 ‘순베프라’에 버금가는 ‘소발디’와 ‘하보니’를 최근 출시했다. 소발디는 소포스부비르 성분으로 다른 약물과 병용해 성인의 유전자형 1, 2, 3, 4형 만성 C형 간염 치료에 사용된다.

소발디의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보면 한국인 129명이 포함된 유전자형 2형 HCV 환자에게 소발디에 리바비린을 12주 투여했을 때 1차 유효성 평가 항목인 SVR12가 97%의 수치를 보였다.

하보니는 소발디 성분인 소포스부비르에 NS5A 억제제인 레디파스비르를 결합한 약이다. 유전자형 1형의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며 현재까지 허가 받은 유일한 만성 C형 간염 단일정복합제라는 특징이 있다.

하보니 역시 한국인(93명)이 포함된 12주 치료를 통해 초치료 환자군의 경우 SVR12를 100%, 치료 유경험 환자군에서도 98%로 매우 높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또한 간경변이 없는 환자군에서는 99%, 간경변이 있는 환자에서도 100% SVR12에 도달한 결과를 보여줬다.

애브비 역시 국내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C형 간염 치료제를 준비 중이다. 애브비가 개발한 OPr+D요법은 옴비타스비르·파리타프레비르·리토나비르·다사부비르의 3제 병합요법이다.

이 약은 인터페론 없이 경구용 제제만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복제, 증식, 바이러스 복합체 형성 등에 관여하는 바이러스 단백질 NS3/4A, NS5A, NS5B 들의 활성을 저해하여 C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완치를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OPr+D요법으로 치료한 TURQUOISE III 연구 결과에 따르면 리바비린 없이 12주 사용으로 100%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에 지난 8월 미국 간학회의 C형 간염 가이드라인에서는 이 약제를 포함하는 업데이트가 있기도 했다.

B형·C형 간염치료제 최후 승자는?

■ B·C형 간염 치료제 시장 전망

B형 간염 치료제에 이어 C형 간염치료제 시장에서도 BMS와 길리어드의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모두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를 보유한 만큼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보험약가에 따른 환자의 경제력과 의료진의 선택이 두 제약사의 명암을 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제약사 모두 간염 치료를 위해 헌신하는데 선봉에 서 있는 점만은 우리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BMS 관계자는 “특히 닥순요법을 국내에 출시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C형 간염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완치되도록 돕자는 사명감이 있었다”며 “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치료제 사용을 위한 접근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길리어드와 저희는 선의의 경쟁상대”라고 말했다.

/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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