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다나의원 사태로 세간이 시끄럽다. 현재 보건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알려진 내용만 놓고 보면 다음과 같다. 다나의원에서 수액주사 처치과정 중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감염으로 추정되는 70여명 이상의 C형간염 환자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건강이 좋지 않은 원장을 대신해 원장 부인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에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부터 이번 사태를 두고 언론 등 사회 일각에서는 다양한 규제신설을 논의 중이다.

조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임에도 미국 등 해외 각국의 사례를 들어 종신형 등 처벌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자극적인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현행 의사면허 갱신 기준을 보다 엄격히 하고, 의료인에 대한 정기 검진 실시 및 연수평점 부과 시 지문 날인 등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한다는 식의 각종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경과는 이전에 듣던 다른 의료사고와는 달랐다. 한 의사가 모 의사 커뮤니티에 지인의 C형 간염 감염 사실 및 방문 기관의 주사기 재사용 의혹을 알렸다. 이를 접한 동료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제보할 것을 독려했다. 비록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안이지만 결과적으로 한 의사의 용기 있는 시도로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저수가의 폐해를 외치는 의료계에서 자율 정화의 자생적 흐름이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범죄 발생을 예방하는 취지에서 형량을 높이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대책이다. 이러한 대응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의료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행정력이 과연 한해 수십억 건에 달하는 개별 행위를 세세히 파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새로운 규정의 설치와 운용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동료 평가는 불법 의료행위를 선별적으로 파악하여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올해 제정되어 오는 2016년 7월부터 발효되는 환자안전법 자율보고 조항은 보건의료기관에서 행해지는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해 기관 내부자의 보고 및 보고자의 신변을 보장한다. 환자 안전사고를 발생시킨 사람이 자율보고한 경우에는 행정처분을 감경받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제2~제3의 다나의원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율보고의 활성화 및 상세한 보고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에 앞서 현존하는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지금도 각급 의사회에는 몇몇 의료기관의 탈법 및 과잉 진료에 대한 제보들이 접수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들이 의료계 내부의 합법적인 논의의 장을 거쳐 신속히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면 금번의 사태를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의료계의 자정능력을 보강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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