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여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2015년 4월 ‘골접합용 나사’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하 평가원)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되었다. 이 골접합용 나사는 골절된 뼈를 붙여주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체에서 녹아 분해되는 마그네슘, 칼슘 등 인체 구성원소로만 이루어진 금속재질이다. 기존의 분해성 폴리머(플라스틱) 재질보다 기계적 강도가 우수하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에 골절고정용 의료기기의 국내시장 규모는 약 344억원, 세계시장은 약 2조원에 이르렀다.

이 기술이 상품화되기까지 평가원의 ‘허가도우미’ 역할이 컸다. 2005년에 시작한 ‘허가도우미’는 국민 보건과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신개발 의료기기를 지정하여 제품 개발부터 허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 정보, 행정 절차 등의 전반적인 사항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신개발 의료기기가 연구·개발부터 허가까지 통상 8년 정도가 소요되는 것을 ‘허가도우미’를 통해 2년 이상 단축하였다. 이로 인해 국산 제품이 빨리 세계시장에 진출하여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융복합 의료기기 신속한 제품화

이와 같이, 평가원이 추진하고 있는 첨단 융복합 의료기기의 신속한 제품화와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입체적인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의료기기의 신속한 제품화 지원을 위한 범부처 협력사업’이다. 평가원에서는 신개발의료기기의 제품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하여, 의료기기 R&D를 주관하는 미래부, 산자부 등 정부 부처들과 산하기관들(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중소기업정보기술진흥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협력을 선도하고 있다. 각 부처에서 개발되고 있는 의료기기 중, 안전성과 성능을 평가하기 위한 기술이 시급한 제품들을 선정하여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제품 개발자가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또한, 안전성 및 성능 평가 가이드라인을 일반에 공개하여 유사한 의료기기에도 활용하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평가원의 의료기기 허가심사자가 신개발 의료기기의‘허가도우미’가 되어 의료기기 제품 개발자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간 의료기기 규제조화 선도

두 번째는 ‘국제협력 활동을 통한 국가간 의료기기 규제조화 선도’이다. 최근 의료기기의 전기·기계적 안전에 관한 국제규격(IEC 60601-1, 3판)이 강화되어, 의료기기 수출에 기술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기기의 수출이 날로 증가하는 시점에서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규격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평가원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ISO) 및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국제규격 제·개정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석하여 우리나라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24개국의 의료기기 규제당국자가 참여하는 ‘아시아의료기기조화기구(AHWP)’에서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선출되어, 2017년까지 3년간 회원국 간 의료기기 규제조화를 위한 방안 모색은 물론, 국제공통 허가·관리 가이드라인의 제정을 진두지휘하며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협력 활동을 통해, 최신 해외 규제 동향을 우리나라 산업계에 신속하게 전파함으로써 의료기기 수출에 도움이 되도록 돕고 있다.

세 번째는 소통을 통한 ‘국제 경쟁력 있는 의료기기 허가심사 지침 마련’ 이다. 지난 2014년에는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지침을 마련함에 있어,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의 기치아래, 다양한 이해관계자 139명이 참여한 12개의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여 연간 50회 이상의 회의를 실시하여 ‘의료기기 국제표준화기술문서 심사지침’ 등 총 21건을 발간하였다. 올해는 이를 더욱 확대하여, 283명의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20개의 민·관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의료기기의 사용목적 가이드라인’ 등 47건의 허가심사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러한 민·관 협의체는, 정부 3.0에서 표방하는 대화와 소통으로 협력한 대표적인 사례로서, 민간 전문가와 협력하여 전문성을 제고하고 국제기준을 합리적으로 적용한 허가심사 지침을 마련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 의료기기 규제의 품질을 전반적으로 향상 시켰다.

맞춤형 교육 통해 전문인력 육성

끝으로 ‘의료기기의 제품화 지원을 위한 전문인력 육성’ 이다. 대학, 연구소 등의 의료기기 개발자를 비롯하여 의료기기 시험검사기관의 시험원들, 산업체 인허가 담당자, 평가원의 허가심사자 등 1570여명을 대상으로, 의료기기 임상시험, 국제규격 및 국내외 규제를 포함한 67개의 교육과정을 마련하여, 맞춤형 전문교육을 실시하였다.

전문인력을 육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의료기기 산업계의 허가제도에 대한 지식을 향상시켜 국내외의 허가를 취득하기까지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허가심사 관련자의 전문성을 제고하여 국제 경쟁력 있는 우수한 제품들이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이‘안전한 식의약, 건강한 국민, 행복한 사회’를 지향하며, 우리나라가 의료기기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 되고,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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