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2011년 복지부에서 시행한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 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6.7%가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의 10명중 6명은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환자들은 정신의학과를 찾는 대신 내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등 다른 의료기관을 전전하기 일쑤다. 우울증에 대한 치료가 늦어지다 보니 결국 환자와 가족들이 받는 고통은 배가 되고, 심할 경우 자살과 같은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우울증 치료율 저조=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의 수는 지난 10년간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2004년 33만 9천명에서 2014년 51만 6천명으로 10년만에 52%나 증가했다.

이처럼 우울증 치료를 받는 사람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우울증 환자 중 치료를 받는 사람은 여전히 전체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우울증 환자의 68.5%가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우울증 치료율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우울증 치료에 대한 이해 부족과 더불어, 우울증 치료를 받는 사람을 정신적으로 나약한 사람으로 보는 등 우울증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80% ‘회사우울증’ 호소= 그러나 우울증은 엄연한 질병이다. 우리 뇌 안의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직장인의 10명중 8명 정도가 회사 우울증을 갖고 있다는 통계는 높은 스트레스가 우울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최근 우리 사회의 급속한 산업화, 치열한 경쟁 그리고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부족 등도 우울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볼 때, 우울증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질병으로 치료를 위한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울증,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이제는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우울증은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회복될 수 있는 병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에 의하면 우울증은 우리가 감기를 치료하듯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고, 환자에게 맞는 약물치료와 상담같은 비약물 치료를 통해 초기에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 기록은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관련 법규에 따라 철저히 보호된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다.

우울증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질환이지만, 누구나 앓을 수 있고 치료도 얼마든지 가능한 질환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정신 질환’이라는 편견 때문에 치료를 미루다 자살 등 심각한 상황에 이르는 일이 더 이상은 없도록 우리 모두가 우울증 치료에 대한 편견을 벗을 필요가 있다.

이제는 주변에서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이들에게 병원에 가보라고 권하거나 치료하면 낫는다는 것을 서로 공유하는 일이 평범한 일상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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