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진료환자·처방액 연평균 5% 성장
일라이 릴리·화이자제약 ‘양강구도’ 형성

우울한 한국사회…항우울제 처방 급증

■ 국내 항우울제 시장 현황

자살률 1위국, 삼포세대, 노인자살 증가, 전세 대란 등 최근 많이 접할 수 있는 키워드들이다. 이런 단어들에서 느끼는 공통된 느낌은 ‘우울’이다. 한국 사회는 발전 속도가 빠르지만 그에 따른 뒤쳐짐을 겪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부여한다.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다.

우울증으로 진료 받고 있는 환자는 지난 2009년 55만명에서 2013년 66만명으로 한 해 평균 4.6%씩 증가하고 있다. 이에 우울증 치료제 처방액도 해마다 증가 추세다.

최근 5년간 우울증치료제 처방액을 보면 2014년 처방액은 1379억원으로 전년(1248억원) 대비 10.5%, 2010년(1128억원) 대비 22.2%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성장률이 5.1%인 것으로 예상하면 올해 1527억원 어치가 처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울증이라는 질환에 대한 노출을 꺼리는 우리 환경을 감안한다면 실제 우울증을 겪는 인구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이에 우울증 치료제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IMS 데이터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국내 항우울제 시장은 1500여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시장은 성장세다.

SSRI·SNRI 계열 항우울제 75~80% 차지

■ 국내 항우울제 치료제 현황

현재 항우울제 시장은 SSRI계열과 SNRI계열이 대부분을 형성하고 있다.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는 세로토닌을 신경말단이 재흡수하지 않도록 만들어 시냅스 내 세로토닌 농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SNRI(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는 세로토닌과 더불어 노르에피네프린의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을 강화한다.

SNRI는 SSRI가 세로토닌만 강화시키는데 비해 세로토닌 및 노르에피네프린에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다. 기전상 우울증은 세로토닌 또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부족하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들 약물은 이런 호르몬이 뇌로 재흡수되는 것을 막아 우울증상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한국 항우울제 시장에서는 SSRI와 SNRI 제제가 75~80%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SSRI와 SNRI는 7:3 정도의 비율로 사용되고 있다.

릴리 관계자는 “하지만 글로벌 데이터에서 보면 SNRI가 SSRI보다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세계 추세와 달리 한국 및 동아시아에서는 SSRI 비중이 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SSRI보다 앞선 약물로는 TCA제제가 있다. 삼환계 항우울제로 불리며 1세대 약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약물은 부작용 등의 이유로 현재는 사용량이 많지 않다. TCA를 사용했을 때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뿐만 아니라 다른 신경전달 물질에도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릴리 관계자는 “TCA제제의 경우 장기간 사용했을 때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현재는 1차 치료로 SSRI 또는 SNRI를 써보고 여기에 실패했을 때 2차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 유발요인 많아 시장 전망 ‘맑음’

■ 항우울제 치료제 시장 전망

항우울제 시장의 미래는 밝다. 사회적으로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코 반가운 소식은 아니지만 그에 따라 제약사들의 우울증 치료제에 대한 집중력도 높아지고 있다.

화이자 관계자는 “우울증은 단지 환자 자신의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손실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중요한 질환”이라며 “화이자는 정신신경계 치료제에 있어 앞으로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환자들의 삶의 질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릴리 역시 CNS쪽 파이프라인 강화를 다짐하고 있다.

릴리 관계자는“한국사회의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노인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노인 우울증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며“릴리는 지속적으로 CNS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10여 가지의 CNS임상 후보물질의 임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환자와 의료진들에게 좋은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화이자제약 ‘양강구도’ 형성

■ 항우울제 주요 제품별 특징

최초의 SSRI제제는 릴리의 ‘푸로작’(플루옥세틴염산염)이다. TCA의 개발이 항우울제를 타깃으로 하지 않은 것에 비해 SSRI는 처음부터 우울증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이다. 하루 한 알을 복용하는 푸로작은 1988년 미국에서 출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된 SSRI계 약물이다.

푸로작은 기존 TCA 사용에서 나타났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푸로작은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인 체중증가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환자가 느끼는 진정작용이 덜하기 때문에 낮시간대에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가능하다. 릴리 관계자는 “푸로작은 반감기가 길고 낮에 피곤하거나 노곤함을 덜 느낄 수 있다”며 “시냅스 간 세로토닌의 농도뿐만 아니라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농도를 함께 증가시켜 우울증 환자의 에너지를 증가 시키고 피로감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SSRI계열로는 화이자의 ‘졸로푸트’(설트란린염산염)가 있다. 이 약물 역시 일일 1회 경구투여를 하며 우울증 외에도 강박장애, 공황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사회불안장애, 월경 전 불쾌장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50mg이 허가된데 이어 2011년 100mg을 추가로 출시했다. 위약 대비 심근경색증, 불안정형협심증 환자들의 우울증 재발치료에 효과적이고 심혈관계 이상반응이 적어 심혈관계 질환을 동반한 환자의 주요우울장애 개선에 적합한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 항우울제 5개 품목 성상 및 특징

제품명푸로작심발타 졸로푸트이팩사렉사프로
성분명플루옥세틴염산염둘록세틴염산염설트란린염산염데스벤라팍신에스시탈로프람
제조사릴리-다케다릴리화이자화이자룬드벡
적응증우울증, 신경성 식욕과항진증, 강박반응성 질환, 월경전 불쾌장애주요 우울장애, 범불안장애,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성 통증, 섬유근육통,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에 반응이 적절하지 않은 골관절염통증우울증, 성인 및 소아 강박장애,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사회불안장애, 월경 전 불쾌 장애우울증, 범불안장애, 사회공포증, 공황장애주요우울장애, 광장공포증을 수반하거나 수반하지 않는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용량 및 가격20mg 483원
위클리 서방캡슐 90mg 5539원
30mg 404원
60mg 624원
50mg 541원
100mg 808원
37.5mg 594원
75mg 775원
5mg 416원
10mg 624원
20mg 936원
매출액
(2014 상반기)
13억7596만원79억8238만원 90억9152만원

현재 항우울제 시장에서 연간 약 40억원의 매출을 보이고 있으며, 특허만료 이후에도 성장을 유지해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기준 40% 성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밖에 SSRI제제로는 GSK의 ‘세로자트’(파록세틴)와 룬드벡의 ‘셀렉사’(시탈로프람) ‘렉사프로’(에스시탈로프람)가 있다.

하지만 세로토닌만이 재흡수가 되는 것을 억제하는 것으로는 우울증상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개발된 약물이 SNRI제제다. SNRI제제는 세로토닌뿐만 아니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까지 막아 우울증상 개선에 더욱 효과적이다.

최초의 SNRI 약물은 화이자의 ‘이팩사’(염산벤라팍신)다. 2003년 출시됐으며, 현재 한국화이자에서는 ‘이팩사엑스 알서방정’이 두 용량(37.5mg, 70mg)이 사용되고 있다.

‘이팩사엑스알’은 SSRI계열에 비해 높은 우울장애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 기존 항우울제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인 환자의 우울증과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에서도 유의한 개선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둘록세틴’(심발타)과 간접비교에서 효과와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중단율이 유의하게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팩사’는 SNRI계열 항우울제 시장에서 약 14%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연간 약 40억원의 매출을 보이고 있다.

대항 제품으로는 릴리의 ‘심발타’(둘록세틴염산염)가 있다. 심발타는 주요 우울장애, 범불안장애,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성 통증, 섬유근육통, NSAIDs에 반응이 적절하지 않은 골관절염성 통증에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내 항우울제들 중 NSAIDs에 반응이 적절하지 않은 골관절염 통증에도 적응증을 승인 받은 유일한 우울증 치료제이다.

릴리 관계자는“우울증은 정신적인 고통과 함께 여러 가지 신체적인 증상도 동반하는데, ‘심발타’는 이런 우울증의 기분증상은 물론 신체 증상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킨다”며“또한 2014년 국제골관절염학회(OARSI) 가이드라인에서 공존 질환이 없는 무릎 단일 골관절염 통증환자와 모든 다관절 골관절염 통증 환자에 적절한 치료제로 권고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타 연령에 비해 항우울제 효과가 적은 노인우울증 환자에 적합한 약물이라고 한다.

화이자는 포스트 이펙사인 ‘프리스틱’(데스벤라팍신)을 지난 3월 시장에 내놨다. ‘프리스틱’은 이펙사의 활성 대사체를 통해 만든 제품이다. 프리스틱이 내세우는 장점은 기존 SNRI제제에 비해 부작용을 줄인 것이다. SNRI을 복용했을 때 나타났던 오심, 구토 등의 부작용을 낮춘 것이다.

8주간 진행한 9개의 임상시험에서 ‘프리스틱’ 은 SNRI 계열 약물과 동등한 효과를 보이면서도 부작용은 위약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춘 것을 확인시켰다. 우울증 환자들의 초기 치료 중단율이 높은 것을 감안할 때 특정 환자군보다는 부작용에 취약할 수 있는 환자들의 1차 치료제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것으로 일부 의료진은 해석하고 있다. 프리스틱은 미국정신의학회에서 1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또 다른 항우울제 약물로는 룬드벡의 ‘브린텔릭스’(보르티옥세틴)가 있다. 이 제품은 세로토닌 수용체 활성을 조절하고 재흡수를 억제하는 등 상호 보완적인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세로토닌을 포함한 우울증상 관련 기타 신경전달물질들의 활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다중양식 기전의 항우울제다. 6~8주의 급성기에 속하는 약 7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과 장기간 재발 방지 연구 등을 통해 항우울 효과가 확인됐다. 성인 우울증 환자들의 인지기능 개선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결과가 입증됐다.

지난해 8월 국내 허가를 획득했고, 용량은 5, 10, 15, 20mg 등 총 4가지이며, 일일 1회, 최대 20mg까지 복용할 수 있다.

이밖에 한국세르비에의 ‘밸덕산’ 도 새로운 작용기전으로 주목받는 약물이다. 밸덕산은 멜라토닌 수용체 작용제인 동시에 5-HT2C 수용체에 길항작용을 하는 이중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다. ‘밸덕산’은 중등중 또는 중증의 주요 우울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위약과 비교해 치료 1주후부터 반응률이 2배 이상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는 비급여 약물이지만 약 20여개 대학병원 DC(약사심의위원회)를 통과해 이미 처방되고 있거나 혹은 심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
/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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