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국
한국제약협회 상무
386조7천억원 규모의 2016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도 10일부터 진행중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 살림살이 계획과 행정에 잘못된 관행과 땜질 처방식의 적폐가 있다면 이번 만큼은 제대로 뜯어보고 살펴서 바로잡아 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와 돌고래호 침몰 사고를 막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재발을 막는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나와 내 가족’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안이라면, 그것이 5년 후 10년 후 내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이 될지 모르는데도 남의 일이려니 하고 무심히 대하고 결국 쉽게 망각해버린다. 아직도 환자가 2명이 남아있는데도 메르스 사태를 다 지난 일인양 여기고, 보건부 독립이나 보건부 차관 신설 등 행정개편 논의는 한때의 아련한 투정처럼 치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전체 나라 살림살이에서 국민의 건강한 삶과 생명,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인 제약산업과 직결되는 보건의료 예산의 확충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말인데, 내년도 예산안에서 ‘보건·복지·노동분야’ 부문이 122조9천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뭉뚱그려 놓을게 아니라 지난해 전체 보건복지예산의 4.4%에 불과했던 ‘순수 보건의료’ 예산(전체 보건예산 9.9조원 중 건강보험 예산 7.8조원을 제외한 2.2조원)은 내년엔 어떻게 얼마나 책정되었는지 국회든 언론이든 제발 제대로 따져주면 좋겠다.

여전히 고치고 바로잡아야할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당당하게 내놓을만한 장점이 많은 게 우리 제약산업이다. 산업계 내부뿐만 아니라 해가 갈수록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외부 전문가들의 기대와 평가도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런 자료나 언론보도를 접할 때마다 한국 제약산업 홍보를 실무 총괄하는 입장에서 마치 산삼을 캔 심마니처럼 흐뭇하고 기분이 좋다. 내부의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서도 제약산업이 지닌 희망과 비전, 정부 지원의 당위성 등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렇게 채집해 모아둔 시선들 중 일부를 독자들과 공유하려한다. “보건의료 부문에서 경제활성화가 진정으로 가능한 부분은 제약산업 육성이다. 과학도 살고, 연구분야도 살고, 산업도 살고, 고용도 창출이 되고, 그러면서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는 세계의 제약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제약산업 육성이다. 물론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제대로 된 산업정책이 수반된다는 조건이 붙겠지만 말이다. 동네 병·의원 중심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제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상급 종합병원으로 가게 하는 제도, 그래서 정리되고 정립된 의료전달체계하에서 필요한 의료이용을 하는 국민, 그로 인해 절감되는 재정 지출을 제약산업 육성으로 과감하게 투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봉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얘기다. 한 일간지 논설위원이 양 교수에게 “보건의료분야는 대표적인 내수산업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서 보건의료분야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여할 분야는 어떤게 있을까?”라고 질문한데 대한 답이다. 양 교수의 지적은 세계 1000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 제약산업이 정부의 제대로 된 육성지원이 동반된다면 고부가가치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산업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전해준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2020년 유망수출산업’을 전망하면서 제약산업을 첫 순위로 꼽은 ‘이슈 리포트’도 수첩에 올라있다. “세계 의약품 시장은 중국, 인도 등 파머징지역의 경제성장에 따른 시장 확대, 고령화, 의료수요 증가 등으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으며(2019년엔 1500조 규모 예상), 특히 제약산업은 과학기술과 전문인력이 강점인 우리나라의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적합하다. 연구개발(R&D) 투자가 확대되면서 그동안 여러 제약기업에서 진행해온 연구개발 성과로 기존 25개 신약 외에도 글로벌 수준의 신약개발 결과물이 추가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다국적 제약기업과의 공동 수출계약, 라이선스 아웃 등을 통해 신약 및 개량신약 수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적고 있다.

지난 7월 보건복지부 출입 전문기자협의회 등의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 관련 토론회에서 박형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단국대 의대교수)의 주제발표 중 다음과 같은 내용도 공유하고 싶다.

“원론적인 의미에서 건강보험은 보건의 일부이다. 그러나 실제 보건복지부의 행정에서 보건은 건강보험의 부속품일 뿐이며, 건강보험정책으로 거의 모든 것을 처리하고, 건강보험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방치상태에 있는 것이 많다.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행정은 다시 기획재정부의 예산 운용과 관련된다. 보건은 건강보험의 하부구조에 불과하고, 건강보험으로 모든 걸 다 처리하는 상황에서 보건에 예산을 배정한다는 것은 예산 낭비로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기획재정부는 보건의료의 거의 대부분을 철저하게 건강보험재정으로 알아서 처리하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보건을 위한 예산을 요청하면 기획재정부는 건강보험재정으로 해결해야할 일을 ‘왜 우리 돈(예산)을 가져가려고 하느냐’의 태도를 갖고 있다. 불과 2.2조에 불과한 순수 보건예산의 형편없는 모습은 이러한 기획재정부의 생각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 보건권, 건강권을 위한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는 차원에서 보건의료체계 혁신과 인프라 구축에 정부 예산을 과감하게 투자해야한다는 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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