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훈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그 분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하면 대개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섞여서 나오는데 정진엽 장관의 경우는 의사로서, 교수로서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원장 재직 시절에도 탁월한 균형 감각과 리더십으로 인해 주위의 칭찬이 많았고, 그런 이유로 세 번이나 연임을 했다고 한다.

훌륭한 평가를 받아온 분이지만 사실 정 장관이 보건복지부장관에 지명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그것은 그 분이 정치적인 행보를 걷는 분이 아니고 오로지 교수의 길만을 걷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장관은 실로 오랜만이다. 문민정부 이후 의사 출신이 보건복지부장관에 임명된 것은 단 두 번이었고, 두 분의 임기는 합해도 몇 달이 되지 않는다.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지만 현실이 그러했다. 그야말로 십 수 년 만의 일인데 단순하게 메르스 사태로 인해 발생한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원투수가 아니라 의료 전문가로서 그동안 복지쪽에 치중했던 보건복지부의 행태를 복지와 의료의 균형발전을 할 수 있는 부처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의료계는 의사 출신인 정 교수가 장관으로 지명되었을 때 한편으로는 반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불편한 심기를 보였는데, 그 이유는 의사협회가 지난 수년간 주장해온 이슈들, 구체적으로 말하면 원격의료와 관련해서 정 장관이 원장 시절에 보여줬던 행보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정 장관이 원격의료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이라는 것인데, 이 부분은 청문회 과정에서도 지적된 사항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 장관은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불안감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소신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흔히 의사 출신 국회의원들은 의료계를 위해서 한 일이 없다고 욕을 먹는다. 국회의장도 의사 출신이지만 의료계를 위해서 나서준 적은 기억이 없다. 그래서인지 국회의장이 의사 출신인지도 모르는 의사들도 많다. 의사 출신 장관이 의료계를 대변해서 일을 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또 의료계가 그것을 바라서도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러한 기대로 인해 전문가를 장관에 발탁하기를 주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 출신 장관이 유리한 이유는 해당 전문가 집단을 위해 일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생각을 잘 읽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 것이다. 전문가가 아닐 때 보일 수 있는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멀리 보고 올바른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의사 출신이 관련 부처 장관에 임명되었다. 필자는 정 장관께서 전문가적 양심에 근거해서 국민만을 보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의료계를 위해서 굳이 노력을 한다면 수년전부터 단절된 정부와 의료계의 소통의 길을 열어주었으면 한다. 정부와 의협이 합의한 사항들이 원격의료 원천 반대라는 이슈에 갇혀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답보 상태인 이 답답한 상황을 풀어주었으면 한다.

의료계도 정 장관에게 우리가 남이가 식의 무리한 주문보다는 올바른 정책을 펼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찾아온 의사출신 장관이 반드시 성공한 장관으로 기억되어야만 할 것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교수로서 걸어온 정진엽 장관의 행보를 보면 그리 어려운 기대는 아닐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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